아름다운동행

방학이라 집으로 돌아온 아들

야아츠lYaatsl위본
2026.07.30 14:20 | 조회 1.2k

아들이 방학이라 집에 돌아왔다

벌써 고2

입시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정말이다

적어도 대놓고는 하지 않는다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대학교 학과 안내서며 입시 자료며

눈에 보이는 대로 모아 슬쩍 던져줄 뿐이다

아들은 그것도 압박이라고 느끼는 모양이다

입시 준비생이

학과 안내서 몇 장에 프레스를 느낀다니

내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럽다

“이번 방학 목표가 뭐야?”

수학을 좀 정리한다든지

영어 단어를 몇 개 외운다든지

관심 있는 학과를 찾아본다든지...

내심 기대했던 대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아들이라는 녀석은...

“3D 프린터 사용법을 마스터하는 거요”

“그러니까 3D 프린터 사주세요”

하~~

가뜩이나 주식계좌도 녹아내려 씁쓸한데

텅장을 넘어 마이너스 계좌까지 파게 생겼다

아들의 방학 일과는

묘하게 줄을 타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다녀오고

아침밥을 먹고

다시 잔다

열 시 반쯤 일어나 스카에 간다

운동도 했고

밥도 먹었고

스카도 갔으니

뭐라 할 말도 없다

스카에서 오는 문자를 보니

제법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는

“아빠, 저 학원 하나만 끊어주세요”

호~~

이 녀석이 드디어 위기감을 느꼈나

“무슨 과목?”

“복싱이요”

하~~ ㅠㅠ

이번 방학 목표는

3D 프린터 사용법을 마스터하는 것이고

다니고 싶은 학원은

복싱학원이다

입시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고2의 방학치고는 제법 독창적이다

내가 아들에게 늘 해온 말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라고

남이 정해준 길 말고

네가 선택한 길을 후회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해놓고

이런저런 입시 안내서는 계속 모으고

공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면서

스카에는 몇 시에 갔는지 은근히 확인한다... ^^;

후회 없이 살라면서

후회할까 봐 제일 걱정하는 사람도 나다

그런 아빠 앞에서

아들은 3D 프린터를 사달라 하고

복싱학원을 끊어달라 한다

그 나이 때의 나와 너무 닮아서

뭐라 한소리도 못하겠다

광복절이 지나 개학하면

아들도 학교로 돌아간다

그리고 나도

아내도 해방이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ㅠㅠ

살아 있으니

이런 티키타카도 한다

Naver
목록으로

댓글

21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