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들어와 글을 보고 댓글은 달지만, 게시글은 1년에 한 번씩 쓰는 것 같아요.
오늘은 위암 4기로 햇수로 6년을 투병하시고, 지난달 생신날 하늘의 별이 되신 엄마의 마지막 투병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그동안 이 카페를 통해 정보도 많이 얻고 위로와 희망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환우분들과 보호자분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엄마가 마지막으로 가셨던 길을 적어볼게요.
임상시험 종료와 함께 장폐색이 찾아와 장루 수술을 받은 엄마는 이리노테칸, 5-FU, 류코보린으로 2차 항암치료를 시작했어요.
항상 입원해서 치료를 받으셨고, 치료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신장 기능도 나빠져 요관 카테터를 삽입했어요.
위장관도 좁아져 스텐트 2개를 추가로 삽입했고요.
장루는 2~3일마다 교체해야 했고 요관 카테터는 3개월마다 교체해야 했어요.
처음 요관 카테터를 삽입할 때는 다음 교체 시기까지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엄마는 두 번이나 교체할 정도로 오래 버텨주셨어요.
장루 수술을 받기 전에는 장마비로 금식하면서 콧줄을 3주 정도 하고 계셨어요.
그 시간을 겪은 뒤라 엄마는 장마비와 장폐색이 다시 오는 것을 정말 무서워하셨어요.
위를 절제한 환자가 장마비나 장폐색을 걱정하며 음식을 조심해서 먹어야 하고, 때로는 굶어야 한다는 것이 참 힘든 과정인 것 같아요.
장루 수술을 받을 당시 엄마는 짧으면 한 달, 길면 3개월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도 음식을 드시기 위해 장루 수술을 선택했고, 그 후로 거의 1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주셨어요.
그러다 올해 4월,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하셨다가 장폐색이 다시 찾아왔어요.
엄마가 한입이라도 더 드실 수 있도록 개복으로 소장우회술을 받았지만, 복막과 장기 주변에 암이 많이 퍼져 있어
더 이상의 항암치료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남은 시간은 2주에서 한 달 정도로 예상된다며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호스피스 병동을 권해주셨어요.
사실 겉으로는 아직 멀쩡해 보이는 엄마를 호스피스로 옮겨야 한다고 했을 때 엄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상상만 해도 너무 괴로웠어요.
저희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엄마에게는 “호스피스에서 60일을 채우고 퇴원하는 분들도 많대.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기 위해 옮기는 거야.” 라고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몸 상태를 가장 잘 느끼기 때문에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아실 거라고 하셨어요.
엄마 역시 본인의 상태를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이제 집으로는 못 갈 것 같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거든요.
엄마는 약 20일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내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척과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도 많이 찍었고, 엄마는 가족들 몰래 음성메시지도 남겨놓으셨더라고요.
은평성모병원 호스피스에는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심청이’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모두 모여 생일파티도 했어요.
슬프지만 건강하게 이별을 준비하며 생일파티를 했고, 그다음 날 엄마는 갑자기 의식을 잃으셨어요.
임종실에서 3일 정도 가족들과 함께 지내신 뒤 딱 본인의 생신날 하늘의 별이 되셨어요.
첫째인 제가 40대가 되었는데도 아직 서툰 것이 많아 보였는지....
제사 음식과 생신을 따로 준비하면 힘들 것 같아서 엄마가 생신날 떠나신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슬프지만 임종실에서 4남매가 엄마 곁에 모여 매일 종알종알 떠들었어요.
엄마가 좋아했던 노래도 틀어드리고 직접 불러드리고, 울었다가, 일어나라고 했다가, 장난도 쳤다가,
감사하다는 인사도 하면서 각자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놓았어요.
위암 4기로 만 5년, 햇수로 6년을 투병하신 엄마.
많이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가족 모두 진심을 담아 사랑했고,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요.
엄마 덕분에 남은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더욱 의미 있고 건강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끝이 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끝이 오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슬프고 그 슬픔이 오래가더라고요.
아직도 많이 슬프고 자주 울어요....
제가 엄마의 나이가 되어도 엄마가 그립고 자주 울 것 같아요.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니까 억지로 지우려고 하지는 않으려고요.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세요.
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고, 만질 수 있을 때 한 번 더 만져주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사진도 소중하지만 함께 이야기하는 동영상과 목소리가 담긴 음성메시지는 나중에 생각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큰 힘이 된답니다.
그동안 엄마를 응원해 주시고 많은 정보를 나눠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치료 중인 환우분들과 곁을 지키고 계신 보호자분들 모두 오늘 하루도 후회 없이 보내시고,
힘든 고비를 잘 이겨내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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