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항암 중에 암이 전이되는 이유

쟈니 갑비강폐본
2026.06.01 02:11 | 조회 1.9k

한창 항암치료 중이신데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장기에 암이 전이된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참 황망하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암을 없애려고 독한 약을 맞고 있는데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다시 생기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원래 우리 몸의 각 조직은 서로 형질이 달라 세포 간 전이가 힘들어야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원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면 아예 생기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털이라도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지만 겨드랑이털은 정해진 길이만큼만 자라는데, 그렇게 같은 DNA와 같은 모발의 형태를 가졌어도 자기의 위치에 따라 정해진 원칙대로만 나고 자라는 것이 인체의 조직 특성입니다. 그런데 왜 암은 자기 자리도 아닌데 덜컥 가서 전이를 하는 것일까요? 그것도 원발암처럼 수년에 걸쳐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순식간에 말입니다.

암이란 존재는 돌연변이 세포이기 때문에 원래의 성질을 잊고 다른 장기에 가서 전이하는 것이겠지만, 제 생각에는 그것보다 자기 고유의 면역이 독한 치료로 인해 약해진 틈을 타 암이 전이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설령 암세포가 눌러앉으려 해도 면역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싹 잡아먹어 버릴 것이기 때문에 전이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오랜 시간에 걸쳐 암이 생겨야 하나, 이런 경우엔 자기 면역이 약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암이 커지고 쉽게 전이를 허용하게 됩니다.

밭에 자라는 무를 뽑아 논에 심으면 얼마 안 가 썩어 문드러집니다. 아무리 강한 품종이라 해도 별수 없고, 원래 자기가 있던 곳과는 환경이 다르기에 자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가뭄으로 논이 말라버리면 무를 심어도 잘 자랄 수 있습니다. 논이 가진 원래의 특징을 잃어버리고 밭과 유사한 환경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독한 항암과 방사선치료 등으로 몸이 피폐해진 것을 바로 이 황폐화된 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장기 출신의 암세포가 무 자라듯이 쉽게 전이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항암치료 부작용을 항구토제나 백혈구 증강제의 도움 없이 본인이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성 항암제는 암세포도 죽이지만 건강한 세포도 동시에 죽이기 때문에, 몸이 힘들어도 어떻게든 무조건 버텨내는 것이 마냥 최선의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혈액종양내과 선생님들이 임상에서 항암제 레지멘(치료계획)을 정할 때 보통은 프로토콜에 정해진 기준에 맞춰 적용하시는데, 그게 사람에 따라서는 독약을 견뎌내는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한번 레지멘을 정하고 나면 별다른 변화 없이 그냥 일정대로 쭉 진행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가 못 견디는 상황이 되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꼴이 됩니다. 좀 더 섬세하고 신중하게 환자의 경과를 봐가면서 하면 좋겠지만, 대형병원이나 큰 대학병원일수록 더 바쁘고 환자가 많아 일일이 다 챙기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환자 스스로 본인의 상태를 느끼면서 아니다 싶으면 지체 없이 주치의와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면역항암제는 정말 하늘이 내린 동아줄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은 우리가 하기 나름으로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자기 면역이 약해지면 10년 걸려 생길 암이 단 수개월 만에 전이, 재발할 수 있다는 걸 기억에 새겨두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평생 항암치료를 할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스스로의 면역으로 완치의 삶을 살아야 하니, 초기 치료 단계에서 너무 몸을 혹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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