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성 2] 암 덩어리만 떼어내면 끝일까요? : 개복 수술과 하이펙 후 남겨지는 '유착'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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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전 꼭 참고해 주세요!
**앞서 올린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저의 첫 번째 반성이었다면, 이 글은 저의 **두 번째 뼈저린 반성(나의 반성 2)**입니다.
이 글은 외과학 및 종양학에서 다루는 **'수술 후 장 유착(Post-operative Adhesion)의 병태생리'**와 **'복강내 온열항암화학요법(HIPEC)에 따른 합병증 및 후유증'**에 관한 의학적 연구와 논문들을 근거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내가 개복 수술과 재수술, 그리고 하이펙을 겪는 동안, 저는 오로지 "암만 떼어내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수술 후유증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큰 수술을 앞둔 환우와 보호자분들이 저와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겪고 깨달은 바를 개인적으로 정리해 공유합니다.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와 보호자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 찹니다. "어떻게든 저 나쁜 암 덩어리만 빨리 떼어내면 살 수 있다."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큰 수술이 무사히 끝난 후, 저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고통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개복 수술 부위의 만성 통증, 장이 꼬이는 듯한 장폐색의 공포, 그리고 '유착'이라는 낯선 후유증이었습니다.왜 저는 수술 전에 이런 것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간절함이라는 '빛'에 가려 미처 보지 못했던 수술의 '그림자'를, 영화와 비유를 통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1. 영화 '어벤져스'의 부서진 도시 : 암세포(빌런)는 물리쳤지만...
히어로 영화를 보면 영웅들이 외계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합니다. 관객들은 환호하며 영화관을 나서지만, 전투가 끝난 뒤의 도시를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건물은 무너지고, 도로는 파이고, 도시는 엉망진창이 됩니다. 악당은 사라졌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부서진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우리 몸의 수술도 이와 똑같습니다. 메스(히어로)가 몸속에 들어가 암세포(빌런)를 도려내는 전투를 치르고 나면, 우리 몸(도시)은 상상 이상의 데미지를 입습니다. 특히 아내가 겪어야 했던 광범위한 개복 수술이나, 뜨거운 항암제로 복강 내를 씻어내는 하이펙(HIPEC) 같은 대수술은 몸속에 거대한 전쟁터를 남깁니다. 암은 성공적으로 떼어냈을지라도, 잘려 나간 신경, 손상된 근육, 그리고 긁혀나간 장기 표면이 회복하는 데는 뼈를 깎는 재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 **2. 숲속의 거대한 잡초 뽑기 : '유착'은 왜 생길까?
수술 후 아내를 가장 괴롭힌 것 중 하나가 바로 **'장 유착'**이었습니다.마당에 아주 깊고 굵게 박힌 잡초를 뽑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잡초를 쑥 뽑아낸 자리는 흙이 깊게 파이고, 주변 식물들의 뿌리까지 엉켜 무너져 내립니다.우리 몸도 수술로 무언가를 떼어내면 그 빈 공간을 메우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본능이 강력하게 발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끈적끈적한 진물이 나와 상처 부위를 풀칠하듯 아물게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몸은 '원래 붙어있어야 할 곳'과 '붙지 말아야 할 곳'을 완벽하게 구별하지 못합니다. 치유되는 과정에서 상처 부위와 멀쩡한 장기들이, 혹은 장과 장이 서로 엉겨 붙어 굳어버리는 현상. 이것이 바로 '유착'입니다.엉겨 붙은 장기들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소화를 시키는 연동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극심한 복통, 소화불량, 심하면 장이 꽉 막혀버리는 장폐색을 유발하게 됩니다.
### **3. 수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관리의 시작'입니다.
"암만 떼어내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그것이 저와 아내가 재차 이어지는 수술의 공포를 견디게 한 유일한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간절함 때문에 저는 수술이 남기는 상처와 후유증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축소해서만 생각했습니다.
개복 수술 후 배가 당기고, 일어설 때마다 끊어질 듯 아픈 것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현실입니다. 하이펙처럼 복강 내 장기를 광범위하게 건드리고 자극을 준 수술일수록 장 유착의 위험과 강도는 훨씬 큽니다. 수술 직후 배를 부여잡고 뼈를 깎는 고통을 참으며 '걷기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도, 끈적끈적하게 엉겨 붙으려는 장기들을 계속 움직여 서로 들러붙지 않게 떼어놓기 위함입니다.
수술 결정을 앞둔 환자와 보호자분들께 당부드립니다. 과거의 저처럼 "무조건 떼어내기만 하면 끝난다"는 환상에만 빠져, 정작 수술 이후에 다가올 현실에 대한 대비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주치의 선생님과 수술 후의 삶에 대해 꼼꼼히 상의하셔야 합니다. 수술 후 내 몸이라는 도시에 어떤 피해가 남을지, 유착이나 후유증의 빈도와 강도는 어떨지, 그리고 그 부서진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어떤 고통의 터널(피나는 걷기 운동, 엄격한 식단 관리, 만성 통증 조절)을 지나야 하는지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암과의 싸움에서 전투(수술)에 이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전후 복구(후유증 관리)를 무사히 마쳐 환자의 진정한 일상과 평화를 되찾는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전해드립니다. 큰 수술을 앞둔 분들께 이 글이 작은 대비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