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15년 갑상선암을 시작으로 비강암과 폐암을 거치며 10년간 투병하는 동안 병원치료 뿐 아니라 수많은 통합면역치료, 보완요법, 대체요법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치병을 오래하면서 보고 들은게 있고 암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했었기에 접근성도 좋아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고압산소, 고주파온열, 미슬토는 기본이고 흉선추출물, 셀레늄주사, 저주파치료, 한방치료, 비타민요법, 심지어 한때 유행한 구충제 복용까지 여러가지를 시도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고 시도도 하지 않은 요법이 있는데 바로 거슨요법입니다.
거슨요법은 일체의 육류와 유제품을 제한하는 극강의 채식과 커피관장, 풍욕 등으로 알려져 있는 건강관리법인데 핵심 키워드는 해독입니다. 해독이라는 단어 때문에 막연히 좋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거슨요법이 암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고 효과는 아주 제한적이거나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거슨요법을 고려중인 분이 계시다면 제 의견을 참고삼아 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거슨요법을 반대하는 제일 큰 이유는 육식제한입니다. 암환자가 독성항암을 하게 되면 골수가 아주 강하게 억제되고 심하면 빈혈과 호중구 감소로 패혈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피가 빨리 만들어지도록 골수를 도와야 하는데 골수에서 새로운 혈액이 생성되는 것은 엄청난 단백질 합성의 연속입니다. 돕지는 못할 망정 이 와중에 육식을 제한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습니다.
혹자는 두부나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 말씀하시는데 식물성 단백질은 대사과정이 현저히 느리고 무엇보다 동물성 단백질만큼의 효과를 내려면 소처럼 많이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피 생성에 절대 필요한 철분과 비타민 B12가 극소량이거나 아예 없습니다.
혈액이 부족하면 전신적인 증상이 생기는데 소화불량, 근무력, 피로, 어지럼증 등이 있고 체력유지가 필수인 환자에겐 이것들이 별로 좋은 증상들은 아니지요. 그리고 근육을 유지하고 운동도 하려면 단백질 보충이 필요한데 보충없이 용 쓰면 체력만 고갈됩니다.
제가 폐암 항암 방사선 동시요법으로 장기 입원했을때 매일같이 병동 휴게실에 모여서 거슨요법 한다며 생오이와 바나나, 야채 쉐이크를 드시던 암환자분들이 있었는데 고기를 좀 드셔야한다 얘기하면 귀를 막고 외면하시곤 했습니다. 각자의 신념이니 그렇게 드시는 것을 뜯어 말릴 순 없었지만 저는 최소한 항암하는 동안만이라도 단백질을 차고 넘치게 드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저는 병원 뒤에 있던 국밥집에 나가서 도가니탕을 자주 먹었습니다. 평소 잘 안 먹던 메뉴인데 이상하게 당시엔 먹고 싶더라구요. 마치 몸에서 당기는 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에 계란 1~2개를 찜이나 후라이로 먹고 저녁에는 닭고기나 소고기를 자주 넉넉히 먹습니다. 넉넉히의 수준은 닭다리로는 4~5개, 소불고기 기준으로는 밥공기 한그릇 정도, 삼겹살 기준으로는 큰 거 두 줄 정도입니다.
거슨요법을 주장하는 일부 의사들은 고기와 유제품을 멀리하라 하고 김의신 박사와 대부분의 혈종내과 의사들은 고단백 식이를 권장하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주제입니다. 그러니 일반인들은 더욱 헷갈리고 긴가민가 하겠지요. 인체 단백질 대사과정이나 항암으로 인한 생리학적 변화를 고려한다면 고기를 피하면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만나 본 암환자들 중에는 고기와 유제품을 멀리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그게 무엇인가 들어보니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