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엄마가 제게 미안하다고 하세요.

가벼운오리l복막보
2026.03.29 23:41 | 조회 1.1k

호스피스 입원 6일째, 엄마가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고 있어요.

하루 설사를 쏟아내면 다음날은 잘 먹지 못하고

그 영향으로 또 변이 나오기 어렵고,

그러면 다시 변비약을 먹을 수 밖에 없어요.

배에는 복수가 차 있지만 계속 뺄 경우 혈압이 낮아져서 배는 항상 빵빵하거든요.

변비약을 먹으면 장이 과하게 움직여서 다시 설사로 이어지네요.

오늘도 새벽부터 설사로 시달리시고는

엄마가 항생제를 안맞겠다 하셔서 지금 항생제는 뺀 상태예요.

그리고 설사가 멎게 지사제도 드셨어요.

설사를 하시면 하루종일 기운도 없으시고

멍한 눈으로 허공을 보다 계속 주무세요.

새벽에 내내 설사했다는 소식에 걱정이 되어 부리나케 뛰어와서

누룽지 끓인 물을 조금씩 입에 넣어 드리고 있는데

엄마가 "너를 너무 고생시킨다, 너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그런데 자식이 아프면 엄마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처럼

엄마가 아프면 자식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하는 거잖아요.

딸의 겨우 이 정도의 성의에 이렇게 고마워하시고 눈물을 흘리시는 걸 보며

제가 한 행동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살갑지는 않은 딸이었던 거 같아요 ㅜㅜ

지난날의 저를 돌아보니 너무 후회되는 일이 많아요.

암 진단 받고 항암, 병원 입퇴원, 요양병원, 호스피스까지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었지만

때때로 귀찮고 힘들어했었어요ㅜㅜ

이제 제가 먼저 자주 말씀드리려고요.

"엄마 미안해 하지마세요.

그동안 내가 잘 못해드려서 내가 더 미안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버텨줘서...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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