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너지고 하소연할 곳이 딱히 없을 때 여기에 가끔 글을 올렸는데요.
오늘 정기진료에서 완전 관해로 봐도 되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마침표를 듣고, 여기가 먼저 생각났어요.
힘들 때만 와서 징징거린게 못내 마음의 짐이었어서 희망찬 소식도 전하고 싶었거든요.
제 투병 기간은 5년인데 중간에 2년은 관해 상태로 지냈어서 3년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요.
첫 발병 때는 워낙 흔하지 않은 병이라 너무 늦게 찾아서 대장천공으로 긴급 개복 후 장을 한뼘 잘라내고,
임시장루도 8개월간 달고 다니면서 항암하다가 장루복원술 후에 자가이식으로 2년간 관해 상태로 잘 지냈어요.
(아. 제 병은 장림프종인데 5년 생존률이 13%밖에 안되는 병이에요)
그런데 컨디션이 점점 안좋아지다가 고열을 신호탄으로 재발이 확진되어서 여러 회차의 항암 끝에 pet-ct 결과로 관해 판정을 받았는데
거기서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3차 재발이 다시 확진되었어요.
그렇게 세번째 재발될 때는 마음이 진짜 와르르 무너져서 큰 희망을 가지지 않고 주변 정리를 해놓고 항암 후 동종이식을 진행했는데요.
100%일치를 못찾아서 반일치 상태인 어머니의 조혈모 세포를 이식 받았는데, 무균실에서 하루에 6,7대씩 몰핀맞으면서 고통을 참아내던게 생각나네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조혈모 이식을 두번이나 하고 있나'하는 길잃은 원망도 뱉으면서요.
어쨌든 시간은 흘러서 결국 고통은 점점 사그라들고, 이식 후 1년을 생존하며 오늘로 세번째 관해 판정을 받게 되었어요.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한 사람이 관해 소식을 세번이나 듣는건 좀 드문 일이긴 하겠네요.
이 또한 제 인생 업적 아닐까 싶습니다.
여전히 면역억제제를 먹으며 자잘한 불편함(피부 간지럼증으로 스테로이드 복용)은 있지만 이것 역시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 믿고요.
전 이제 막 40대 중반에 닿은 짧은 삶이지만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다 보니 삶에 대한 태도가 이전과 참 많이 바뀌었어요.
특히 행복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변했는데, 행복은 인생의 목표를 달성했다던가 하는 거창한 것에서 오는게 아니라
사실은 일상에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 행복하려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해야 오더라고요.
긴 입원 기간에는 점심밥으로 잔치국수(최애)가 나온다고 하면 그게 뭐라고 아침부터 점심 시간만 기대하기도 하고,
퇴원해서는 거실에 꽃 한송이 화병에 꽂아두고 지나가며 볼 때마다 이뻐해주고..
그렇게 그저 바로 앞에 내가 가진 작고 소중한 것의 행복을 생각하며 지내니까 두세달의 장기 입원도, 극심한 고통의 순간도
결국 제 마음에는 큰 생채기없이 잘 지나갔어요. (치료하면서 우울증 걸리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반면 제 몸에는 생채기가 꽤 많은 편이에요.
복부에 한뼘짜리 개복 흔적, 장루 달았던 상흔, 가슴팍에는 과거 케모포트 흔적 두개에 지금 있는 것도 제거하면 세개째고 등등..
전장이 따로 없지만 여기까지 버텨준 몸이 참 감사하고 그렇네요.
사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5년에 걸쳐 수십번의 항암을 하고, 전신의 생명력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이식도 두번이나 하고, ct도 수십번은 찍은 것 같고,
pet-ct도 많이 찍었는데 이런 몸으로 남들 평균 수명까지 살겠다는건 욕심이겠거니 하는 마음이요.
그래서 밥 한끼도 소중히 차려먹다보니 와이프 요리 실력이 늘어나는 장점도 있네요.
새벽 감성에 젖어 그 때의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라서 횡설수설하게 되네요.
카페 특성상 오는 분들 대부분이 힘든 날을 보내고 있을텐데 치료하면서 마음의 평안이 조금 더 자주 찾아오길 응원할게요.
아래는 처음 발병했을 때 가장 위로되던 구절이에요. 환자분도, 보호자도 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