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호스피스 병동 일기] 따뜻한 나눔으로 또 버텨내는 일상

아빠나야l폐보
2026.03.16 14:30 | 조회 1.5k

지난 토요일, 감사하게도 동행 가족 촌놈l두보님께 연하제 나눔을 받았습니다.

촌놈l두보님, 따뜻한 나눔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평범했던 일상이 유독 그립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인데..

보내주신 이 따뜻한 마음에 말로 다 못 할 감사함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말이 뼈저리게 와닿는 날들입니다.

나눔 해주신 연하제, 아버지를 위해 소중히 잘 쓰겠습니다..!

아버지가 적혈구 생성에도 문제가 생겨서 지속적으로 수혈이 필요하다고 하여 주변 지인들에게도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돌리며 아버지의 위중한 병환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많은 지인분과 또 그 주변의 지인분들, 그리고 얼굴 모를 분들까지 나서서 따뜻한 도움을 주셨는데 큰 위안과 함께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에 대해 무지했고, 제 몸 하나 소중히 다루지 않았던 지난날이 후회되기도 하더군요.

정작 저는 철분이 부족해 헌혈도 못하는 몸 상태..

앞으로는 제 몸도 잘 가꿔서 필요한 누군가에게 건강한 혈액이라도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겠다고 굳게 다짐해 봅니다.

10살 딸아이와 식탁에 마주 앉아 저녁을 먹는데, 아이가 대뜸 그러더라고요.

"엄마 힘들 땐 울어도 돼."

그 작은 아이가 어느새 저의 보호자가 된 것 마냥 어른스럽게 이야기 하는데.. 고마움, 애틋함, 그리고 미안함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자기도 할아버지 걱정이 많이 된다며, 병원 가면 또 열심히 마사지해 드릴 거라는 딸아이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런게 가족이고 가정교육인가 싶어요.

아버지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모신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갑니다.

지난주에는 반차를 내고 회진 시간에 맞춰 자리를 지켰습니다.

사실 얼마 전 간호사에게서 아버지 섬망이 심하다며 조금은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전화를 받고 마음이 참 무거웠거든요.

회진 때 주치의 설명을 듣고 난 후, 간호사 전화 관련해서 이러한 대처를 호스피스 병동에서 처방을 통해 완화해줄 거란 기대로 아버지를 모신건데 보호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길 바라신 건지, 어떤 의도로 전화하신 건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드렸어요.

딱 부러지게 짚고 넘어가니(물론 떨리는 목소리는 숨기지 못했지만요), 주치의도 간호사도 상황 설명을 다시 해주더군요.

보호자로서 어느 정도는 정확하게 의사를 표현하고 짚을 건 짚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일은 전원 상담도 잡혀있어요. 호스피스는 최대 60일 계실 수 있기에 4주 정도되면 퇴원/전원 계획을 세우거든요.

지금은 저희 집과 거리가 조금은 먼 병원에 계셔서 이번엔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전원 계획을 세우는 것도 감사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힘겨워 하시는 아버지를 보면.. 마음이 복잡하네요.

회사의 배려로 연차는 계속 쓰고 있는데 이것도 참 부담스럽고 여러가지로 감정 소모가 큰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생각 않고 그냥 눈 앞에 놓인 것들만 처리하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끝이 어딘지 모를 이 길을 걷고 계신 많은 동행 가족분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나도 잘 버텨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안아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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