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과거 치료이력을 보다
항암 횟수를 세보니 이번이 101번째 항암입니다.
101
그 자체로 그냥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숫자.
그 동안의 저를 되돌아 보게 하는
또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게 하는 숫자입니다.
이번 주 론서프 9차 항암 시작했습니다.
항암 전 찍은 CT 결과는
대동맥 옆 림프절 전이가 약간 커지거나 더 보임
왼쪽 신장정맥(Lt. renal vein)에 혈전 발생
양쪽 폐 아래쪽 작은 혈관(subsegmental)에 혈전이 보임
폐 쪽 암들이 slightly increased
새로운 뭔가의 문장이 기록으로 남아 나를 긴장케 하지만
교수님 진료 시,
“이 정도 암 커지는 거는 론서프 계속 진행할께요.
그리고 혈전약도 먹어야 되고”
8차 론서프 때 힘들었지만
제가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을 교수님이 해 주시니 안심입니다.
저에게 희망은 론서프를 계속 할 수 있다. 라는 말
론서프가 나의 하나 뿐인 동아줄임을 알기에 절실한 마음도 들고
8차 론서프 때 부작용으로 고생을 했지만 해결방안도 찾았고
9차 론서프는 이전 항암 보다는 고생을 덜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항암을 시작 했습니다.
혈전 약은 ’자젤토정 20ml‘ 를 처방 받았습니다.
3월의 봄 과 함께 시작한 9차 론서프
요 몇 일 봄의 기운을 느껴 용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매년 벗꽃을 보면서
내년에도 벗꽃을 봤으면 하는 기대가 매년 맘속에 있습니다.
제게 겨울은 정말 힘든 계절인 것 같습니다.
발저림도 심해지고(요즘은 손 끝 마디에서 저림? 도 느껴짐)
밤에 잠을 잘 때 찬기를 느끼면 잠을 많이 설치기도 하고요.
혼자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냥 와이프에게 이것 저것 요구하며 와이프를 귀찮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소파에서 밍기적밍기적 거리며
‘힘이난다!’
‘걸을 수 있다!’
마인드 컨트롤도 해보고
점심 식사때는
잘 구어진 조기의 뼈를 발라내며 살을 조금씩 먹으면서
‘죽은 조기가 나를 살리는 군’ 이라는 생각도 하고
틀어진 TV에서 굿 윌 헌팅을 보고
이 십년도 더 지난 영화의 감동에 또 다시 눈물도 쪼금
영화 속에서 카누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내 올해의 소망은 템즈강에서 카누 타는 것으로 해볼까! 라는 생각도…
“윌 너 잘못이 아냐”
마음의 위안
이런 글을 쓰는 마음 한 쪽에
요즘 다른 4기 환우님들이 고생하시는 글을 읽고 심난하기도 합니다.
어짜피 가야 할 길이지만
좀 더 행복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구요.
매일매일
내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고 다짐합니다.
나는
트럼프가 쏜 미사일에 죽지는 않을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 땅에 파묻혀 죽지 않을 것이다.
외계인이 지구를 공격해 죽지 않을 것이다.
운전하다가 덤프 트럭에 치여 사고로 죽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의 음식에 독약을 넣어 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믿음을 상상하기도 하며
나는 아직 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집 근처 카페에서
스콘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카페 이름이 적힌 그림 한 장이
’나의 생명을 연장시켜줄 부적이다‘ 라는 되세김도
사랑이라던지, 용기라던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응원하고 있음을 생각합니다.
‘햇밫을 바람에 쌈 싸서 먹어. 단풍에 듬~뿍 찍어서’
라는 CF 문구 처럼 올 가을을 기대하겠습니다.
카페에서 본 안전지대 4집 앨범이 왜 이렇게 반가운지…
카페에서는 예전에 제가 넘 좋아했던
우타다의 Automatic이 들려오고
지금여기(hic et nunc: 카페이름) 를 사랑하며
그냥 오늘도 꾸역꾸역 잘 이겨내 보겠습니다.
4기 환우님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