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에서는 의미 없는 왜상처럼 보이지만,
특정한 자리로 이동하면
그제서야 본래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아나모포시스 기법
그림이 틀린 게 아니라, 내가 선 자리가 다를 수 있음을...
우리 삶도 종종
지금 이 자리에서는 실패처럼 보이던 일이
시간이 지나고 시선이 옮겨지면
“아, 이게 그 선이었구나” 하고 읽히는 순간이 있듯이
고난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상처가 지워지는 것도 아니지만
고난을 해석하는 좌표가 바뀌는 것...
“너희 생각은 내 생각과 다르며 너희 길은 내 길과 다름이니라” (이사야 55:8)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뒤엉킨 선, 뒤죽박죽, 엉망진창인것 처럼 보여도
하나님이 보시는 자리에서는 이미 의미를 가진 완성된 형상일 것입니다
우리는 내 눈앞에 펼쳐진 면면을 보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스토리를 보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통증을 보지만, 하나님은 영원의 문맥에서 해석하십니다
그래서 믿음은 ‘다 이해한 뒤 순종’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아도 한 걸음 옮기는 용기’에 더 가깝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1)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믿음이 필요하며
보이지 않음에도 하나님을 향해 한 걸음 옮길 때
왜곡은 조금씩 원본의 윤곽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자주 타인의 완성본과 내 초안을 비교합니다
그래서 더 빨리 낙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비교의 하나님이 아니라 완성의 하나님이심을 고백합니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 (빌립보서 1:6)
“네가 완벽해야 내가 사랑한다”가 아니라, “내가 시작했으니 내가 끝까지 이끈다”는 약속...
내 삶이 나의 수행능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달려 있다는 사실...
그로 인해 오늘도 안심하고 살아냅니다
“나는 너무 엉망이야”, “내 삶은 너무 뒤죽박죽이야”, "나는 회복될 수 없어”
혹시 오늘도 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맴돈다면..
“나는 아직 나의 왜상만 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미 완성의 자리에서 나를 보고 계신다.”
이렇게 한번 바꿔 고백해 보길 바랍니다
우리는 실패한 작품이 아닙니다.
아직 각도와 좌표가 맞춰지는 중인 작품입니다
우리의 병력도, 눈물도, 느린 회복도, 반복되는 두려움도
하나님 손 안에서는 버려진 조각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배치되는 조각입니다
“우리가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으매, 만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 (로마서 8: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