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희망 등록.

빛나는 전진 I 대본
2026.01.05 19:14 | 조회 4.6k

빛나는 전진은,

25년 12월 5FU 아바스틴 1차(51) 항암

25년 11월 폴폭스 아바스틴 8차(50) 항암

25년 6월 폴폭스 아바스틴 DKN01 19차(42) 임상 항암

24년 04월 폴피리 얼비툭스 23차(23) 항암

24년 02월 전이 간암 냉동제거술(Cryo. Ablation)

24년 01월 대장 간 동시 절제 수술과 간 RFA

23년 02월 폴피리 얼비툭스 항암 시작

23년 01월 대장암(결장암) 4기 간 폐 전이 진단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니,

죄송하고 반갑고 고맙습니다.

벌써 작년이네요.

저는 작년 11월에 손 발 저림으로 미치는 옥살리를 27회만에 걷어 차고~ 불행 끝 행복 시작도 잠시… 12월 CT에서 폐결절이 약간 커졌다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김태원 교수님은 아마도? 내성이 생긴 것 같다며 2주 쉬자는 말을 오늘 진료까지 두 번 했습니다. 임상 없나요라는 질문에도, 다음 항암은 비급여냐는 질문에도 딱히 답은 안 주셨습니다. 무엇을, 왜 기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약간! 약간 커졌다는데 왜 약을 못 쓴대? 남편은 답답했는지 여기저기 묻고 다른 병원들을 알아봤습니다. 그리곤 어디 어디 병원에 예약했다! 남편은 눈과 코가 뻘개져서 말했습니다. 아마도 진료 예약이 안된다는 병원 상담 전화에 대고 울고불고 한 모양입니다…

저는…

사실 CT결과를 듣고 진료실 문을 나설 때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3년간의 불구덩이 속에서도 놓치지 않았던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을요.

암은 기세인 것 같습니다. 약간, 그리고 약간씩 커져가는 추세가 기세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정말 불가사의하게 싸워 온 나는, 이제 점점 힘들고 지쳐서… 졌구나!

투병에,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있을까요? 안그래도 승부욕이 강한 저에겐 그 약간과 약간들이 가져온 당황스런 패배에 너무나 화가 나고 우울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각막 기증 희망 등록을 했습니다.

4기 암환자는 다른 장기들을 기증할 수는 없지만, 각막 기증은 림프절 전이나 임파선 전이가 없다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전 아직까지는 가능합니다!

기증 등록을 하고 기증 등록 사항을 꼭 가족들에게 얘기해 두라고 해서 남편에게 얘기했습니다. 얘기하는 동안 이 바보가… 이해는 했는지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죽으면 각막 기증에 동의해라~ 어? 어? 재차 물어도 반응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한마디…

그럼 나도 할께. 그 거.

거창하게 숭고하지는 않아도, 이제 내 끝이 그래도 조금 숭고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그동안의 분노와 우울함도 사라졌습니다. 마치 다른 희망을 등록한 것처럼요.

희망은 많습니다.

Naver
목록으로

댓글

127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