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떠난 지 1년 되는 날
우리 기일은 음력으로 챙기기로 했지만,
양력 기일 첫눈 온다는 소식에 그냥 문득 엄마 생각이 나네
칠석에 태어나서 매년 생일에 비가 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엄마가
양력으로 생일을 바꾸고 싶다고 해서 근 몇년은 양력으로 생일을 보냈지
그래도 내 마음 속으론 계속 칠석이 엄마 생일이라고 느낀 걸 알고 있었나?
이번 기일에는 그 많던 칠석의 비들을 다 잊을 만큼 엄청난 추위와 첫눈을 같이 내려주네
덕분에 다 낡은 집 단열도 잘 안 되는데 아침 출근할 때 진짜 얼어버리는 줄 알았잖아
엄마~ 첫눈 오는 날까지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가 남아 있으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며
나한테 같이 물들이자고 했는데 그때는 내가 엄마가 영원히 내 옆에 있어줄 거라고 믿고 있어서 다음으로 미뤄버렸어
엄마 떠나고 그 말이 계속 생각 나길래 죄책감에 뒤늦게 봉숭아 물을 들였는데 이게 결국 첫눈 오는 오늘까지 남아있더라
내 앞에 해결 못한 일들, 바라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내가 오늘 첫눈 앞에서 빌고 싶은 소원은
그저 엄마가 저 먼 하늘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우리 가족을 잠시나마 잊고 잘 지내는 거다
억지로 아빠랑 동생 앞에서 엄마에 대해 얘기하며 엄마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엄마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게 마음이 많이 아프지만
이건 엄마가 좋아했을 듯
이건 엄마도 한 소리 했다
이런 농담이라도 하면 우리 가족은 엄마가 아직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남들 눈에는 우리가 이제 훌훌 털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려나
그래도 셋이 모여 각자 아픈 마음 보듬어 가면서 (또 가끔은 싸우고 소리도 지르면서) 어떻게든 살고 있다
1년이란 시간은 엄마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아서
아직도 엄마가 먼 곳으로 잠시 여행을 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엄마는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나는 오늘도 출근하고, 내가 좋아하는 거 먹고,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이 살고 있다
항상 많이 그립고 엄마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엄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산더미 같지만
남아있는 사람으로서 그저 조용히 묵묵하게 하루 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언젠가 엄마 다시 만날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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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암 전이 진단을 받기 직전부터 돌아가신 이후까지
동행 카페에서 많이 울고 웃으며 위안 받았던 기억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성공 치료 사례를 보며 우리 엄마도 언젠가 이렇게 다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까
하면서 희망 품고 지냈던 기억도 있고, 비슷한 증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을 보며 불안함에 잠 못 들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각기 다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같은 하나의 병으로 아프다는 사실만으로
동행에서 많은 따뜻함을 느꼈기에
어머니 병상을 끝까지 옆에서 밝은 모습으로 지킬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저 바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참 일상에 젖어 잊고 지내다가
1주기가 되니 또 염치없게 이 무거운 마음을 털어버리고 싶어 간만에 방문합니다
다들 꼭 진심으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