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현충원의 만추

미카엘2015ㅣ설본
2025.11.14 14:55 | 조회 204

지난 번에 이어 오늘도 수영장에서 겪은 일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오리발을 끼고 수업을 받는 날입니다. 오리발을 끼고 스피디하게 수영하는 상급반을 보며 나는 언제 저렇게 할까 부럽기만 했는데 드디어 오리발을 낄 수 있는 날이 왔습니다. 맨발에 비해 스피드가 빠르고 편하다는 말을 들어 기대와 설렘으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무겁고 걸지적거리기도 하고 미끄러워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내 딴에는 이제 돌고래처럼 빠르게 수영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스피드도 나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에게 투정과 자랑을 섞어 제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이 오리발 수영고수인 제 아들이 사준건데요 선수용인지 초보인 저랑은 맞지 않고 불편하네요?” 그러자 선생님이 오리발을 보여달라 하셔서 발에서 벗으며 건넸더니 “회원님 오리발을 반대로 신으셨네요” 이러는 겁니다. 수경은 쓴 모습은 내가 볼 수 없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눈으로 보고 오른쪽 왼쪽 잘 맞춰 신었는데 무슨말인가 싶어 오리발을 자세히 보니 오리발 바닥에 물구멍이 나있어 그쪽으로 물이 빠지게 되었더군요 제 경우 위아래를 뒤집어 신었으니 당연히 저항이 심해 나가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아놔~~~ 오늘도 선생님한테 완전 모지리로 찍혔네요

집에와서 이런 사정을 전하자 이번에도 아내는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너무 박장대소해서 미안했는지 ‘수경에 이어 오리발까지 거꾸로 했으니 이제는 거꾸로 할게 더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야’하면서 위로아닌 위로를 합니다. 저는 ‘거꾸로 할게 왜 없어 수영팬티랑 수모가 남았는데’ 되받아쳤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웃으면서 당신 혹시 천재 아니야? 묻길래 이제야 남편을 제대로 알아보는구나 싶어 반색을 하며 왜? 묻자 ‘천재중에는 모지리들이 꽤 있잖아!’ 마지막 카운터펀치를 날립니다.

오늘 전해드리는 사진은 수능날 찍은 동작 현충원의 단풍입니다. 아침에는 하늘이 흐려 빛을 볼 수 없어 단풍의 색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안타까웠지만 워낙 단풍이 진하게 들어 만추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지난 수영장 모지리 사건이 궁금하시면 여기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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