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MRI 앞에서

암은앎이다ㅣ직본
2025.09.01 07:54 | 조회 344

M

R

I

MRI 정식 이름은

Magnetic Resonance Imaging.

우리말로는 ‘자기공명영상’이라고 부른다.

참 똑똑한 기계다.

자기장을 만들어내고

고주파를 인체에 쏘아 보내고

그 파장에 반응하는 수소 원자핵의 떨림을

컴퓨터가 받아 적는다.

그렇게 우리 몸 안을

조용히 그러나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눈이 된다.

조영제 없이도 조직을 구분하고

심지어 신경의 통증까지도

마치 마음의 고통을 알아채듯

환히 드러낸다.

사실상 해도 없다.

비침습 그러니까

‘아프게 하지 않는’ 검사.

참 좋은 기계다.

그런데도 말이지

MRI 앞에 서면

엠(M)... 애미도 눈물 나고.

알(R)... 알이 배길 만큼 긴장되고

아이(I)... 이가 딱딱 떨린다.

굳이 ‘인체에 해는 없다’는 데도

왜 이렇게 겁이 나는 걸까?

그건 아마도

그 기계가 내 몸의 비밀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들춰낼 것 같기 때문이다.

‘혹시 무슨 말이라도 들을까봐’

머릿속이 더 시끄럽고

심장은 괜히 속도를 낸다.

검사가 끝나고

다시 옷을 갈아입을 때쯤

그제야 비로소 숨이 풀린다.

MRI 앞에서는 누구나

조금은 약해진다.

괜찮다.

눈물 찔끔 흘려도 좋고

이가 덜덜 떨려도 괜찮다.

그 안에서 발견되는 것들이

곧 나를 회복시켜줄 희망이니까.

오늘도 나는

이 낯선 기계 앞에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용기를 내본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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