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20대 위암4기, 항암중단, 2차병원, 사전연명의향서 제출

예당l위본
2025.07.26 03:50 | 조회 1.6만

안녕하세요 20대 위암4기 예당입니다:)

좋은 소식을 전해드려야하는데..

지난번에 세브란스에 입원 성공했다는 글을 올렸는데

우선 갑작스러운 담관 스텐트 시술 잘 받았고

아픔?도 못느낄정도로 마약진통제 용량을 높게 맞고 있어서 그런지 괜찮았어요!!

마약진통제 부작용으로 2주정도 변을 못봐서 관장까지 3번이나 했는데 효과는 없고 배만 찢어질듯이 아프고, 점점 가스가 차서 배는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네요..!

2023년 11월부터 열심히 달려옫 항암도 2025년 7월을 마지막으로 중단,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제출했어요!

그 이후의 이야기 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했다

종이 한 장과 내 서명 하나에 끝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말 그대로

회생 가능성이 없거나 임종이 임박한 상황에서, 연명의료(심페소생술, 인공호흡기등)를 본인이 미리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두는 문서이다

나중에 돼서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급격하게 악화돼서 내 의사를 정확하게 밝힐 수 없는 상태에서는 가족들이 내가 원하는 길이 뭔지도 모르는채 온전히 결정해야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나는 예전부터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연명치료거부로 서명을 했다

그냥 길게 생각할거 없이 지금 충분히 치료에 전념하고 있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를 하고자 하니까 연명치료는 쿨하게 걷어두고 살기로 했다!

살아있을 때,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서명을 한 모든 과정들은 죽음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일이다

결코 쉽지않은 이 선택을 한 내 자신이 대단하고 고맙다

가볍게 연명치료거부를 서명한 모습을 보고, 엄마는 놀랬지만 티를 내지 못했다 나중에 회송된 병원에서 얘기를 나누고 나서 엄마의 진짜 속마음을 들었지만..

계속해서 입원전담 교수님께서 ‘호스피스’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이미 호스피스로 간다는게 내정된 사실처럼 보였다

일주일정도 입원을 했고 더이상 세브란스에서 치료해줄게 없어서

2차병원으로 회송해서 통증관리를 해야한다

통증관리와 영양수액만으로는 입원이 불가능한게 현실이니까!

큰 병원일수록 맘 편히 입원하는게 쉽지 않다

그래서 엄마랑 구급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 대전에 있는 2차 협력병원으로 회송됐다

어찌나 가기싫은지.. 암 진단을 받고 좋은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한 일이구나 깨닫는다

대전에 있는 2차병원에 회송을 왔다

모르핀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으니 자차나 대중교통도 어려워서 구급차를 타고 3시간 정도 후에 대전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입원전에 여기 의사쌤이랑도 외래가 있어 잠깐 얘기를 나누는데 요양급여의뢰서를 읽어봤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계속 몽롱한 상태라 서류를 신경쓰질 못했는데 엄마는 봤다는 대답을 했고, 그 대답과 함께 이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거냐고 재차 물어보셨다

바로 그놈의 호스피스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대충 알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엄마와 입원병실에 와서 부둥켜 안고 울었다

위에 언급했던 엄마의 속마음을 들었고, 서류에는 다음주 목요일 외래후에 호스피스 처방이 날 것이라고 적혀져있었다고 한다

엄마와 처음으로 정말 놀랍게도 암 진단 받고 처음으로 엉엉 울면서 안아주며 서로를 토닥였다

그냥 내 자리에서 치료 잘 받고 버티는게 다라고 생각한 k장녀는 그 어딘가에도 힘든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남자친구에게는 모든걸 다 얘기하며 울기도 하지만..내가 이렇게 굳게 버티고 있으니 울고싶고 힘들어도 우리가족은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일수가 없었다

그냥 한 번 안아줄걸 솔직하게 얘기할걸.. 약한 모습을 보이면 걱정이 커질까봐 나는 그냥 오늘도 덤덤한척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서러워서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나오고 예민해진다 별것도 아닌일에 짜증이나고 신경이 곤두서있다

회송하고 열악한 시설에 너무 놀랬지만..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 몇시간 정도 지내니까 적응이 된다

새벽에는 열이 많이난다

38도,39도 계속 왔다갔다 하다가 다시 열이 심하게 나서 해열제를 계속 처방받아서 맞고있다

밤에는 열이 심하게 나서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깨웠는데 그 모든 과정이 생각나질 않았고 해열제를 맞고 아침에서야 내려가기 시작했다

회송 이후로 열이 계속 나는데 담관 스텐트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몰라도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먹는 약의 양이 많아져서 입도 계속 마르고 음식은 조금만 먹어도 소화가 되질 않고 복수랑 가스가 가득 차서 배가 빵빵하다

2주가 넘었는데 약을 먹어도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모르핀의 용량이 너무 많아서인지.. 가끔 자면서 헛소리를 하고 하루종일 타자를 멀쩡하게 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서 글 적는데도 몇번을 썼다 지웠다 해야하지만..ㅎㅎ

그래도 아직까지 폴대에 의지해서 걸을 수 있고,

밥 두숟가락과 좋아하는 과일도 먹고, 죽고싶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 보다는 여전히 살고싶다

세상이 너무 아름답고..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이 사람들과 나의 30대를 조금 더 건강한 모습으로 채워나가고 싶다 !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니 과한 기적을 꿈꾸지 않는다

그냥 갑자기 간수치도 떨어지고 모든 수치가 돌아와서 항암만 할 수 있길, 항암을 다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어쩌면 지금 내 상황에서는 이게 과한 기적이긴하다

다음주 목요일에 모든게 결정되니 그냥 지금은 걱정없이 편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굴보며 시간을 보낸다

이번주 7월 28일, 스물아홉번째 생일은 병실에서 보내야한다

아직 생일도 아닌데 벌써부터 선물 폭탄을 받았다

이거 다 갚을때까지 나는 살아있어야 한다

내년 서른번째 생일은 밖에서 소소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꿈꿔본다 🍀

헤헤 저 내일 생일이예요🥳

회송 전 떰브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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