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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동행 칼럼] 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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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8 21:23 | 조회 3.1k

빵, 그 애정과 오해 사이

빵과 커피 관련 게시글은 늘 높은 조회수와 댓글 수를 기록합니다. 많은 이들이 애정하는 기호품이면서도,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빵과 관련해서는 흔히 밀가루와 글루텐의 유해성, 탄수화물과 당분의 문제점이 지적되며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을 보라"며 반론을 펴는 이들도 많습니다. 암환자들에게 늘 이슈가 되는 빵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다뤄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빵에 대해 나름 공부도 해보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빵을 직접 굽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베이커리나 제빵 재료 회사들이 주최하는 세미나에 초대받아 참석한 경험도 있으며, 신제품 출시 전 시식행사, 관능평가에 초대받기도 합니다.

식사빵과 과자빵, 그 경계

빵과 과자를 분류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빵"이라는 단어의 범주가 매우 넓어, 실질적으로 과자류에 가까운 제품들도 빵으로 통칭되곤 합니다. 암 경험자인 제 입장에서는, 환우분들이 식사빵과 과자빵을 명확히 구분해 드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식사빵은 밀가루, 물, 소금, 발효종(천연효모 혹은 이스트)을 기본으로 하되, 올리브유나 견과류, 말린 과일 정도를 소량 추가한 정도입니다. 유럽에서 흔히 식사용으로 소비되는 깜빠뉴, 바게트, 치아바타, 포카치아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 지역에서는 여기에 우유, 계란이 더해져 베이글, 식빵, 모닝롤 등이 식사빵으로 쓰이며, 샐러드, 달걀, 치즈 등과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동행에서 종종 논란이 되는 빵들은 대체로 과자빵에 속합니다. 단팥빵, 크림빵, 소보로빵, 카스텔라, 케이크류 등은 대체로 이스트가 아닌 화학적 팽창제(베이킹파우더, 중조, 암모늄솔트 등)를 사용하며, 설탕과 유지, 개량제가 다량 포함됩니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영양보다 기호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제 기준으로 본 '빵'의 정의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식사빵과 디저트빵을 구분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분은 개인의 기호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법과 세금 정책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2020년, 아일랜드 대법원은 서브웨이 샌드위치의 빵이 밀가루 대비 당 함량이 10%에 달한다는 이유로, 세법상 "식사용 빵"이 아니라 "과자류"로 분류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일랜드 부가세법상 식사용 빵은 밀가루 무게의 2%를 초과하는 당분을 포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서브웨이의 빵은 부가세 면세 대상이 아닌, 과세 대상이 되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빵과 과자류를 세금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손으로 먹는 디저트류, 단맛이 강한 제품들은 20%의 부가세가 적용되며, 기본적인 식사용 빵에는 면세가 적용됩니다.

일본에서는 2019년부터 소비세율을 10%로 올리는 대신, 일상적인 식료품에는 8%의 경감세율을 적용합니다. 일반 식사용 빵은 8% 경감 대상이지만, 크림빵이나 단팥빵처럼 디저트 성격이 강한 제품은 10% 정상세율이 적용됩니다. 캐나다 역시 기본 식사용 빵은 GST/HST 면세 대상이지만, 잼, 초콜릿, 당류 필링이 포함된 빵이나 디저트류는 면세 대상에서 제외되어 세금을 부과받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버터 크로와상은 면세지만, 초콜릿이 들어간 뺑오쇼콜라는 과세 대상입니다.

이처럼 '식사용 빵'과 '디저트빵'의 경계는 각국 세법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빵'이라고 부르는 많은 제품들이 실제로는 법적으로, 영양학적으로 다른 범주에 속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쌀빵은 더 건강할까!?

최근 쌀가루로 만든 빵이 밀가루보다 건강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저는 이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쌀가루는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유럽식 식사빵(깜빠뉴, 바게트 등)과 같은 질감과 구조를 만들 수 없습니다. 쫄깃한 식감의 빵에 사용되는 "중력쌀가루"에는 글루텐을 별도로 첨가하거나,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트랜스글루타미나제(transglutaminase) 같은 단백질 교차결합 효소나 다양한 첨가제가 사용되며, 이들 중 일부는 아직 장기적인 인체 영향에 대한 검증이 충분치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글루텐을 피하려다 오히려 더 많은 화학첨가물을 섭취하게 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저는 영양학적으로는 밀가루와 쌀가루가 거의 동등하거나, 경우에 따라 밀가루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셀리악병과 같은 글루텐 관련 질환은 주로 서구권에서 높은 빈도로 나타나며, 아시아권에서는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다만 식생활이 서구화됨에 따라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밀가루냐 쌀가루냐"가 아니라, 어떤 밀을 선택하느냐, 어떻게 제분되었는가, 어떤 방식으로 조리되었는가입니다.

속이 불편하다면

빵을 먹고 속이 불편하거나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 가장 먼저 드신 빵의 성분과 제조 방식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 소금, 밀가루, 발효종만 사용한 단순한 식사빵도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인해보세요. 문제는 글루텐이 아닐 수 있으며, 설탕, 유지, 화학첨가물 또는 당분의 과잉 섭취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디저트빵으로 한 끼 식사를 대체하는 것은 단순당과 탄수화물의 조합으로 혈당스파이크를 불러오기 십상이니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코스트코나 창고형마트에 가보면, 카트 가득 빵 담은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담는 빵의 종류와 체형을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물론 과학적 통계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빵을 드시는 분들께 드리는 제안

빵은 가급적 단순한 재료(물, 소금, 밀가루, 발효종)로 만든 제품을 선택하세요.

샐러드나 단백질(계란, 치즈, 닭가슴살 등)을 함께 곁들이세요.

쌀가루 빵이 반드시 더 건강하다는 오해는 경계하세요.

과자빵, 디저트빵으로 식사를 대체하지 마세요.

좋은 밀가루, 좋은 발효종을 사용하는 빵집을 찾으세요.

브레첼(가성소다를 사용하는 제품)은 전문 제빵인들 사이에서도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가급적 피하세요.

좋은 빵을, 적당량 이하로 드세요.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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