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직장암 수술 잘 마치고 퇴원했습니다.. 아쉬움이 살짝 남네요

이기자l직본갑보
2025.05.18 14:00 | 조회 2.8k

안녕하세요. 아직은 팔팔한 30대 후반 이기자(구 생활건강)입니다.

지난 5월 11일 입원, 12일 수술 잘 마치고 어제 집으로 와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수술은 생각보다 긴장이 덜 됐습니다. 뭐랄까 제 포커스가 장루 복원 수술 후에 모든 게 맞춰져 있다보니 이번 수술은 그냥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니 긴장이 덜 되더군요.

수술 당일 휠체어 타고 내려가 대기하면서 저 혼자 남겨졌을 때 잠깐 긴장은 되더라고요. 황량한 수술 대기실...

마취 깨고 돌아오니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몸을 움직이면 배 쪽이 엄청 땡기긴 했습니다. 그래도 참을만 했고 움직이지 않으면 아프지 않으니 지낼만 했습니다. 힘든 건 별로 없었고요.

첫날 바로 교수님이 두 차례나 회진 오셔서 깜놀했네요. 밤에도 오신 교수님... 수술 잘 됐고 암 세포가 많이 줄어서 영구장루를 선택했으면 억울할 뻔 했다(이건 제 기억엔 없는데 와이프가 들었다네요) 조직검사 결과가 좋을 가능성도 있어서 많이 자르면 억울할 수도 있어서 진짜 조금 잘라서 회복은 빠를 거다. 최소 절제를 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는 며칠 뒤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서 알게 됐습니다. 4월 중순 중간 검사 때까지 살아있던 암 세포가 한 달 사이 다 사라져서 완전관해가 됐다는 결과였습니다.

괄약근간 절제술로 내괄약근을 다 자르고 외괄약근 손상까지 가야하는 수술이라 완전관해로 보이면 그냥 수술을 안 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결과지를 자세히 보니 예전 암 세포가 있던 자리에 큰 점액 풀(pool)이 있다더군요. 제가 점액성 암이어서 이 점액 풀이 암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없어 수술을 하신 듯 하더군요. 그래서 암 세포 사멸과 최소 절제에 만족합니다 ㅎㅎ 다만 수술 전 검사에서 이런 징후가 나왔다면 수술을 일단 피해보고 추적관찰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교수님께 여쭤보려다가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주실 거라 생각해 묻진 않았습니다. ㅎㅎ

이틀은 와이프가, 나머지 기간은 간병인 분이 계셔줬는데 너무나 편하게 해주셔서 입원 기간 동안 아무 불편함 없이 지냈습니다. 2인실 이웃도 나름 좋으신 분들 만나서 무탈하게 퇴원했습니다.

수술 후 가장 중요한 건 폐운동 및 소변이었습니다. 폐운동을 제대로 안하고 계속 수술 후 4시간 동안 조셨던 옆에 70대 할아버지께서는 미열에 며칠 시달리셨습니다. 저는 다행히 수술 후 4시간 동안 너무 똘망똘망 멀쩡해서 와이프랑 티비 보면서 깔깔댔네요 ㅎㅎ 잠 든 건 6시간 한참 지나서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열심히 공 불고 걷기 운동 열심히 해 크게 이벤트 없이 지나갔습니다. 수술 5일째 소변줄 제거했는데 4시간 뒤 소변을 보고 잘 안 나오고 많이 방광에 남아있으면 다시 소변줄 차고 3일 퇴원 미뤄진다는 말에 살짝 쫄았습니다. 직장 수술한 환자라 더 그럴 가능성 높다고 교수님이 겁을... 근데 너무나 소변을 잘 봐서 무탈하게 퇴원을 하게 됐습니다.

아, 임시 장루는 역시나 했습니다. 수술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들 장루를 인터넷으로 많이 보면서 살짝 익숙하지 않은 낯선 마음이 들곤 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근데 실제 제 장루를 보니 나름 귀엽더군요 ㅎㅎ 근데 문제는 너무 자주 나와서... 비워주고 갈아주기가 귀찮은... 귀엽다가 나중엔 좀 귀찮은 존재가 되더라고요. 그래도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혹여나 영구장루를 하더라도 크게 상심은 안 할 거 같아요. 생각보다는 정신적 충격이 없더라고요. 6개월 동안 마인드 컨트롤을 해서 그런듯 합니다 ㅎㅎ

다만 마음이 좀 그랬던 게...저랑 같은 날 직장암 수술을 받은 사람들 중 장루를 한 사람은 저뿐이더라고요ㅠ 그땐 제가 진짜 운이 없는 케이스구나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ㅠㅠ

이제 6월5일에 외과, 혈액종양내과 쌤들을 만난 뒤 추가 항암 여부가 결정될 듯 합니다. 개인적 소망은 추가 항암 안 하고 빨리 복원하고 적응해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복귀하고 싶네요. 물론 내괄약근 전절제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듯 하지만 지금까지 늘 좋은 결과들이 있어서 이번에도 긍정적 마음을 갖고 임하려고 합니다.

조금이나마 직장암 수술을 앞두신 분들 너무 크게 걱정 마시라고 두서없는 글을 썼습니다. 의료진이 시키는 것 잘 하시면 최고의 결과를 얻으실 거예요. 다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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