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TIJ> 이웃집 아들

화이트l위본
2016.01.14 08:22 | 조회 872

수요일은 구역장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날이다.

수요예배 후 교회에서 주는 간단한 점심을 먹고 동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도 떨면서 오후를 보낸다.

오늘은 어쩐지 딸의 기도가 하고 싶더라니 캄보디아로 교육 봉사를 간 아이는 너무 더운 날씨에 일행은 탈진과 장염으로 입원까지 하고 저는 양호실에서 쉬고 있다는 카톡이 왔다. (체대라서 뽑힌 것 같다더니 역시 남다른 체력이다.)

강행군의 일정과 뷔페의 음식이 여러 명을 쓰러지게 했다는데 야리야리한 딸을 보내놓고 부모들이 얼마나 걱정을 할지 그것이 더 걱정이었다.

우리 아파트 근처에 커피숍이 개업을 해서 커피값을 할인해준다는 날짜가 오늘까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를 주문했다.

나의 첫 대화는 이것이었다.

"구역장님은 언제 성령의 은사를 체험하셨어요?"

취미도, 운동도, 사교 생활도 없이 오로지 기도와 권사의 직분에 충실할 뿐인 신실한 구역장은 신앙인으로서 본보기가 될 뿐 아니라 인심 좋고 음식 잘 하는 이웃으로 나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아 큰 키에 비해 몸이 허약한 구역장은 결혼 초기에 심한 방광염으로 고생을 하다가 새벽 기도를 열심히 다니던 중 뜨거운 열기를 느낌과 동시에 그 괴롭던 증세가 씻은 듯이 나은 것이 성령의 첫 은사였다고 한다.

"그러면 방언의 은사는 언제 입으셨어요?"

그건 지금의 교회에 와서 철야 기도를 다니던 중, 목사 사모님에게 방언 기도를 받으려는 사람 옆에 앉아 있다가 오히려 가장 먼저 방언이 시작되었다고 하셨다.

구역장의 신앙이 날로 깊어진 것은 순전히 아들 때문이었다.

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누나에 비해 두뇌는 명석했지만 감수성이 예민했던 아들은 지나치게(?) 공부를 잘 했던 누나와 비교가 되고 또 반듯하기가 선비 같던 아버지와 순진할 정도로 신앙심이 두터운 어머니 사이에서 아마도 빗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중2 때부터 속을 썩이기 시작한 것이 군대를 다녀와 삼수를 해서 대학 졸업반인 지금까지 이어졌으니 신앙이 아니었다면 구역장은 아마도 극심한 우울증으로 병이 났지 싶다.

아들 이야기의 정점은 오토바이 사고였다.

눈길에 브레이크가 듣지 않던 오토바이를 헬멧도 쓰지 않고 무면허로 타다가 봉고를 들이받아 공중으로 붕 떠서 승용차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는데 기적적으로 팔목 골절만 입고 찰과상으로 퇴원했다고 한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응급실에 의식불명으로 있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갔던 얘기는 듣고 있으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 즈음 여대생을 사귀어 속상한 이야기며 죽는다고 한강 다리에 있는 걸 데려온 이야기는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었고, 서울 근교의 재수학원에 넣어놨더니 사흘 만에 슬리퍼만 신고 밤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 건 잊을 수 없는 일화이다.

이런 아들을 키우느라 구역장은 기도원에서 밤을 지새고 교회에서 살다시피하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기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도를 하면 '아들은 공부를 잘 할 것이고 제 앞가림도 잘 할 것'이라는 응답을 얻는다고 한다.

그 아들은 사대문 안의 대학에 들어갔고 취업의 바늘구멍을 어떻게 뚫을지 고민하느라 뭐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요즘 바쁘다고 한다.

여전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들을 대하는 일이 밤송이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심정이 상해서 아들이 하루바삐 취직해서 독립하고, 장가가면 처갓집 근처에 살면서 명절에 안 와도 섭섭하지 않겠다는 것이 지금 구역장의 마음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 아들은 집 밖에서 보면 인사성이 바르고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청년인데다 우리 첫째의 수학 과외 선생님이기도 했기에 딸은 그 오빠 아니면 과외를 안 받겠다고 할 정도로 사람 마음을 끄는 무엇인가가 있다.

워낙 깊고 오랜 방황을 했기에 청소년의 심정을 잘 알고 있어서 내 속 깨나 태웠던 우리 딸도 무척 멋있는 오빠라며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다. (고3인 딸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냥 오빠로 남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엎드려 기도하는 일 밖에 없다.

눈물로 기도하는 엄마의 마음은 정결하고 그 눈물은 세상 어떤 것도 녹일 수 있도록 뜨겁다.

구역장의 아들이 어떤 성공을 거두고 어떤 여자와 결혼하여 어떤 효도를 할지 정말 나는 궁금하고 기대하고 있다.

구급차에 실려올 땐 사망 상태였다는 아들이 "팔목이나 부러져서 집에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던 구역장의 말처럼 딱 팔목만 부러지고 만 건 엄마의 간절한 기도 덕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 딸이 보름 동안의 해외 봉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날, 나는 양평으로 가고 없을 테니 자식 문제로 애면글면해봤자 결국 부모만 손해라는 걸 이웃집 아들을 통해 충분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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