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등꽃 이미령

미카엘2015ㅣ설본
2025.04.30 19:15 | 조회 191

등꽃

이미령

등을 보이고 떠나는 사람의 등 뒤로

등꽃은 핀다

정든 발걸음소리 아슴아슴 멀어질 때마다

보랏빛 꽃송이 잠결에 눈뜨듯 피어난다

그래서 등꽃은 그리움일까

보내는 가슴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꺼내온 씨앗을

가는 이의 등 위에 빽빽이 뿌려놓고

참아도, 참아내어도 어쩔 수 없이 배어나오는

눈물로 키워낸 그리움일까

그래서 등꽃은 그렁그렁 피는 걸까

등꽃을 보려고 눈을 비비면

떠나는 사람의 덩그런 등이

그래서 보이는 걸까

입하 때 핀다고 하여 이팝나무로 이름을 붙여줬는데 아직 입하가 오기도 전에 꽃송이를 피우더니 등꽃도 덩달아 서둘러 피었습니다. 등나무와 칡나무가 서로 얽히는 모습을 보습을 보고 갈등(葛칙 갈 藤등나무 등)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는데 등나무 그늘에 있으니 오히려 평화롭고 아늑하기까지 합니다. 영롱한 보라빛 등나무 꽃을 멍하니 쳐다 보다가 그러고 보니 칙나무꽃 색도 보라라는 생각이 났습니다. 칙 나무꽃 역시 색깔도 이쁘지만 꽃모양도 등나무 못지않게 아름답답니다. 이 세상 안이쁜 꽃이 있을까요?

요즘 자전거 타기 제일 좋은 계절인 듯 싶습니다. 이제는 위 아래 한겹만 입어도 추운줄 모르고 타니 말입니다. 자전거 타는 재미중에 제일은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바람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바람이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지만 바람이 나를 쓰다듬어 주고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고 가끔 말도 건네기도 하고 코 끝에 꽃향기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꼬마 자동차 붕붕처럼 힘이 난답니다.

등꽃이 그렁그렁 핀다는 시인의 표현이 참으로 기가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그렁그렁 피는 등꽃을 한참 보고 있으면 그리운 사람이 있어 눈물이 또 그렁그렁 맺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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