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참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중 하나인데요. 반지의 제왕에서 아름다움의 끝판왕인 엘프 요정이었던 케이트 블란쳇이 나와요.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잘 몰랐던 것 같은데, 보면 볼수록 저 세상 포스의 우아함이 넘치는 배우죠.
디스클레머는 저처럼 제품 기획하는 사람에게는, 제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에게 알리는 주의사항 약관이에요. 보통 깨알 같은 글씨로 주석처럼 달려있죠. 그런데 지금 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뜻이네요.
1.(책임·연루 등에 대한) 부인
2.권리 포기 각서
이 영화에서는 1번의 의미로 쓰인 것이고요, 제가 평소에 사용했던 것은 약간 1번과 2번의 그 중간에 있는듯해요.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줄거리는 말하지 않겠지만, 사람들이 쉽게 오해할 수 있는 상황, 그래서 극단에 치닫는 그런 상황에 대한 드라마입니다. 마지막 화에 반전이 있어요.
이게 참 드라마라서 극적인 사건(불륜, 죽음에 대한 방관, 복수, 반전)으로 구성이 되긴 하는데요, 살다보면 그런 상황이 소소하게 많죠. 오해하고 오해 받고, 도움인지 조언인지 설교인지 비난인지, 변명인지 방어인지 회피인지 자기 기만인지, 아마 그 누구도 정의 내리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또 그 누구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를 바란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그리 중요치 않은 건 시선을 흐릿하게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봐요. 너무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다보면 날카롭고 예리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또 때로는 너무 중요할 수록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고요.
저도 제 일에 있어서는 참 이게 어려워요. 잘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있을수록 어려워요.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또 노력하면서 사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시고, 잘 안되더라도 툭툭 털어버리면서 다음에 좀 더 잘하자 요런 마음으로,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실 수 있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