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정말 하루를 백일처럼 사세요. 가족친구들하고 시간 많이 보내세요.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하세요. 다른 병원도 다녀놓으세요.

북극이l난본
2025.04.12 12:29 | 조회 3.7k

저한테는 시간이 더 있을 줄 알았어요. ’적어도 일이년은 있다가 재발하려나? 재발안하면 좋겠다‘ 막연한 기대.

40세. 젊은 나이에 암 그거 뭐 수술하고 항암해서 이겨내면 된다!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카보탁솔 선항암 4차 하는 동안 손발저림근육통 외에는 부작용도 별로 없어서 PCN 달고도 열심히 매일 맨발걷기하고 밥도 세끼 잘 먹고 잘 지냈어요.

10월에 수술하고나서부터 이 모든게 하락세에 접어들더라구요. 수술 잘 되었다고 하고 퇴원한 뒤 후항암하고 열흘만에 장폐색으로 입원. 한달간 콧줄끼고 풀려서 항암하고 퇴원. 또 2주 만에 장폐색으로 입원. 두번째 장폐색때는 6주간 입원해있었고 콧줄은 5주. 5주간 물 한모금도 못마시니까 정말 괴로웠지만 언젠가 풀린다는 기대가 있어서 괜찮았어요.

두번째 장폐색이 풀리고 1월에 퇴원한 뒤 7차, 8차 항암 하고 제줄라를 딱 보름 복용했어요.

그날 새벽 뱃 속에서 천둥번개 와르르 소리가 나며 복통이 생기더니 새벽내내 구토.

응급실에 갔는데 엑스레이 상 괜찮다며 이틀 금식하고 제줄라도 잠시 복용 멈추고. 집에 가라는 거예요.

장마비가 왔다가 풀리는 중인 것 같으니 집에 가라고.

그렇게 집에 가서 열흘간 미음 겨우 두세수저 먹으며 풀리고 있다고 했으니 풀리겠지 복통 참으며 많이 걸었어요.

구토가 심해져서 도저히 안되겠어서 응급실에 다시 오고,

코줄끼고 장은 부을대로 부어있고

흉수도 가득 차서 흉관 PCD.

이때까지도 또 그냥 몇주참으면 장폐색 풀리겠지 아무 생각 없었어요. 응급실 입원한날 찍은 CT에서는 암은 안보인다고 했어요.

그런대 며칠 후 흉수 검사에서 암이 나왔다고 재발 판정

CA125는 580까지 치솟고,

입원하고 2주만에 PET CT를 찍었는데 장 사이사이 암이 많다고.

장폐색으로 식사를 못하니 항암도 불가.

장루가 가능하면 일단 뭐라고 먹게 장루 수술을 하고 항암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암이 여기저기 퍼져 있어 장루 수술도 불가 판정.

나중되서야 혹시 허투 나오면 그 약은 써볼 수 있다해서 기대했는데 음성이라 불가. 갑자기 다른 병원 알아보라고

그렇게 콧줄에 하얀 영양제 맞으며 3주가 지났어요. 온몸에 근육은 다빠지고 체중도 줄고 배는 너무 딱딱하고 이제는 점점 기력이 쇠하는게 느껴져요. 조금 걸어도 힘드네요. 이제는 걸어서 풀리는 장페색이 아니라 암이 붙들고 있는거라..그만 걷고 싶어지기도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항암하게 해달라고 했어요. 근데 독성항암제 맞으면 갑자기 상태 안좋아질 수도 있고 장이 풀린다는 보장도 없는거 같고 약이 들을 확률도 낮은가보더라구요.

지난 2월 초 카보탁솔 8차 막항하고, 3주뒤 24일에 진료보고 이제 제줄라만 먹으면 된다고 했을 때.

홀가분한 기분으로 아 이제 끝났구나 드디어. 했어요.

이제 머리 좀 더 자라면 운동도 등록하고 취미생활도 다시 하고, 여름엔 바다 수영도 하고 가을엔 해외여행도 가야지 온갖 계획은 다 세웠었지요-

한달만에 호스피스 준비해야하는 환자가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모르긴 몰라도 후항암 하는 중에도 암은 스멀스멀 자라나고 있었을까요.

제대로 영정사진 하나 찍어놓을걸.

조금 기력 있을 때 부모님 모시고 여행이라도 다녀올걸.

남편하고는 왜 그렇게 싸웠지. 그때가 제일 건강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는데 몰랐네.

기운없다고 하루종일 누워서 넷플릭스만 보고 엄마랑 통화하는데 짜증냈던 날, 그러지말걸. 나가서 하늘 한번 더 보고 엄마랑 다정한 이야기 나눌걸.

암 환자인데 너무 매일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잊고 지냈나봐요. 당연히 시간이 이것보다는 더 있을 줄 알았어요.

정말 하루를 백일처럼 사세요.

가족친구들하고 시간 많이 보내세요.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하세요.

다른 병원도 다녀놓으세요.

혹시 재발했을 때 전원하고 싶을 수 있으니

건강할 때 진료도 봐두시구.

허투검사 면역검사 등등 검사할 수 있는 것도 다 해놓으세요. 그렇게 쓸 수 있는 약 뭐가 있는지도 미리 알아보세요. 저는 모든게 다 너무 오래 걸렸어요.

매일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 마음 졸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주어진 건강한 하루를 꼭 알차게 보내세요.

저는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제 하루하루를 감사해하며 보내보려구요. 부디 큰 고통만 없기를 바래보며..

암과 싸우고 계신 모든 환자. 보호자 분들 다 기운내시고 치유될 수 있다고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길 빕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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