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엄마를 보내드리고 2년

대두병장 대전
2025.02.15 22:48 | 조회 1.6k

2025년 2월 15일.... 곧 봄이 올 것 같습니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날 낳으시고 시부모님 모시며 고생만 하시다 병을 얻고 이혼하신 엄마.. 당뇨로 시력이 어두워지셨고 20대 후반부터 10년 넘게 엄마의 수족으로 많은 걸 함께 했었다.엄마였지만 힘들 때마다 서로를 의지하며 위로했던 친구였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가르쳐 주셨던 멘토였는데...

2년 전 이맘때였던 것 같다.직장을 관두고 함께 투병 생활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가던 2023년..기대 여명 1년이라는 기간을 훌쩍 넘기고 2023년 새해를 봤다는 기쁨에 덥수룩해진 수염도 깍지 못한 채 엄마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좋아했다.

"엄마 힘내. 4월 벚꽃 피는 것도 꼭 보자" 약속했었는데 불과 한 달 뒤 엄마의 의식은 점점 약해지셨고 계속해서 잠 만 주무시다 하루에 두세 번 몇 분 정도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셨다.평소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집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렇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던 터라 의식 없이 앙상해진 엄마의 가쁜 숨소리를 몇 달간 지켜보며 카페에 들어와 임종직전에 어떤 증상이 있고 어떻게 해드려야 조금이라도 편안하실지 찾아보며 울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걸 수없이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와 나의 투병생활은 하루하루 행복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었다.엄마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인지 몰라도 그게 얼마 남지 않았다면 매일매일 우울하게 보낼 수는 없는 거라 생각했다.그래서 주변의 일상적인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오히려 더 편하게 말을 하려 노력했다. 엄마는 혼자가 아냐...그게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랐다.

엄마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다가 가끔씩 이런 말을 자주 하셨다.

"넌 엄마와 함께 하느라 그동안 하고 싶은 걸 너무 못했으니까..하고 싶은 게 있으면 고민 오래 하지 말고 다 해봐.

엄마처럼 미련 떨지도 말고 그리고 엄마 간 뒤에 너무 울지마. 동생은 결혼도 했고 걱정이 덜 되는데 니가 걱정이야."

그럼 난 자신 있게 이렇게 말 했다.

"응 엄마 걱정하지마. 나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 거야..그리고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태어났다가 한번은 가는 거고 여기서 10년이 거기서는 눈 깜짝할 사이래..그러니까 우린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어.내가 재미있는 거 많이 하고 뭐 하고 놀았는지 말해 줄게..내가 너무 울면 엄마가 슬퍼할 테니까 난 웃으며 엄마 보내줄 거야..그니까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

2023년 4월8일 오전 9시 엄마의 혈압은 더 이상 체크되지 않았고 숨소리가 느려지시다 결국 영면에 드셨다.

마지막 순간 난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횡설수설 오열하며 엄마를 보내드렸지만 엄마는 의식이 없었던

세 달 동안 벚꽃을 함께 보자던 약속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셨던 것 같다.

엄마를 보내드리고 2년의 삶이 멈췄다.

4년 전 지병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급작스레 엄마까지 보내드리고 나니...나이 40에 '내가 진짜 고아가 되었구나.'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고 6개월은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줄줄 흐르고 슬픈 영화를 핑계 삼아 매일매일 오열하며 지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칩거하며 멍하니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것 같다. 엄마와 함께 누볐던 카페, 식당, 시장, 옷 가게, 빵집, 대형마트까지 함께 한 기억이 너무 많고 생생해서 밖으로 나가기 더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를 가든 엄마와 함께 했던 지난날이 떠올랐고 별거 아닌 걸로 행복 해 하고 웃었던 다시 없을 일상이 너무 그리워졌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엄마를 보내드리고 늦었지만 엄마와 한 약속도 지켜보려고 한다.

2년 동안 실컷 울고 보내드리는 거라 "니가 그럼 그렇지" 엄마가 혀를 차겠지만..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TO. 엄마

엄마~ 근데 엄마 물건 필요한 사람 다 나눠주라고 해서 침대나 의료기기 용품 같은 건 전부 요양원에 기부했는데 2년 가까이 엄마 옷방은 절대 못 들어가겠더라..거기 걸려 있는 옷 전부 함께 고르고 샀던 추억이 있어서 그런가 봐.옷을 볼 때마다 엄마와 쇼핑했던 기억이 나..잘 안 보이는 엄마 대신 이쁘고 잘 어울리는 거 코디해 주면서 행복해했던 기억들..쇼핑 끝나고 커피 한잔 마시며 나눴던 일상의 대화.."보통 아들은 이런 거 오래 봐주는 거 싫어하는데 딸처럼 도와줘서 항상 고마워" 별거 아닌 걸로 고마워했던 시간들.. 옷 하나씩 볼 때마다 그때 나누었던 사소한 대화까지 기억나고 아직 엄마 냄새가 옷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더 힘들었어.

근데 엄마... 나 얼마 전부터 옷방에 들어가서 엄마 옷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어..엄마 생각하면서 차곡차곡 상자에 옷을 넣고 있어. 엄마 말대로 좋은 곳에 기부하려고.. 2년 동안 못 했던 건데 이제는 해 볼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아들 잘 지낼 거고 이제부턴 행복할 거야. 아직은 겨울이지만... 곧 봄이 올거니까.

엄마도 잘 있어. 우리 다시 만나자 ^^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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