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부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초록이l대보
2025.02.04 01:41 | 조회 2.3k

아부지 처음 말기암 진단 받으실때는

그저 하루라도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암을 시작할때

그래도 수술이 가능할것 같다하는 분이 계셔서

그래서 ㅅㅅ병원을 선택하고 항암을 시작하였습니다.

항암을 시작하고 혈종과 교수님이 참 야속했습니다.

희망적인 얘기가 아닌 긴긴싸움이 될거라 하셨고

따듯한 미소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2주마다 한번씩 희망을 품고 의지를 가지고

항암치료를 해왔고

불행중 다행으로 큰 부작용 없이 벌써 항암치료 30여회를 넘겨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수술이 목표였습니다.

이 긴 싸움의 끝은 수술뿐이다. 아버지도 저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고 암진단 받은 그날 부터 지금까지

아버지께 맞는 이겨내는 방법을 찾고 운동도 열심히 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초기 눈에 띄게 줄어들던 암덩어리들이

이제는 그 줄어드는 속도가 눈에띄게 낮아지고

더이상 줄어들지 않는구나 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간 달라진 점은 있습니다.

무뚝뚝하던 혈종과교수님이 아버지와 저를 알아보기 시작하셨습니다.

묻는 말에 단답형이던 교수님이 이제는 아버지가 멀리 지방 어디에서 여기까지와 딸과 함께 항암치료 하고 있단것을 먼저 알고 힘드실텐데 대단하다 말씀해 주십니다. 그리고 격려도 해주십니다.

처음엔 담당 교수를 바꾸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수나 있나 싶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술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으시고

관련해서 묻는 말에는

수술이 오히려 더 안좋은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얘기해 주십니다.

아버지와 저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기나긴 치료가

결국은 우리가 원하는 수술로 암덩어리를 모두 덜어내고 완치하는 길이 아닌 이상황을 조금 나은 방향으로

암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정도일지 모른다는 것을요.

하지만,

입밖으로 내 뱉지는 못합니다.

그저 2주에 한번, 이제는 주기가 늘어나 3주에 한번

서로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묻고 당일 항암 3-4시간동안 뭘 하며 시간을 보낼지 얘기를 하고 그저 일상처럼 흘려 보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시간이 참 소중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배려받은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아버지와 무언가 많이 하고 싶은데

현실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작년말 독도도 다녀오고 가까운 해외도 다녀오고 정말 행복하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또 가고싶습니다.

내새끼들 키워야 하고 남편옆에 있어야 하는데

여건만 허락해주면 그냥 우리아빠랑 시간보내고

여행다니며 지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리 할 수가 없습니다.

아부지 치료받으러 오실때 맛있는 음식.

오며가며 교통비, 우리아부지 드실 영양제 사드릴려면

남편 월급으론 턱도 없습니다. 저도 일을 해야 합니다.

일을 하며 시간쪼개고 쪼개어 아부지 병원도 함께 다니고

가까운 곳에 여행도 다녀야 합니다.

지금보다 조금만 돈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돈으로 시간을 사서 아부지랑 좀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부지께 해드리고 싶은걸 맘껏 해드리려면 돈을 벌어야 해서 아버지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급속히 나빠지는 다른 환우님들 보면서

배부른 소리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냥 오늘은 일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푸념처럼 늘어놓아 봅니다.

우리 아부지도 카페 회원님들도 눈뜨고 일어나면

암 환자가 아니라 그냥 건강한 일상을 맞이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냥 아무도 안아팠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도 저도 카페회원님들도

청천벽력같던 소식을 듣던 그날 이전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두가.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술한잔하고 취해서 넋두리 해봅니다.

다들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아프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Naver
목록으로

댓글

20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