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받고 막막했을때 친절하게 답해주신 카페분들께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자세한 경험담을 올립니다.
* 어디서 누구에게 수술 받느냐의 문제
전 매해 받던 건강검진에서 암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다행히 초기였고, 아무런 증상이 없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건강검진센터에서 연계해준 강북삼성으로 바로 가서 암진단을 받고, 수술 안내를 받은 후 그 다음주에 바로 수술일정을 잡았지요.
의사인 지인들 말이 위암 초기 수술은 쉬운 수술이라 어디서 받아도 마찬가지일거라 해서 빨리 수술받고 말자 했는데,
카페 어느 분의 댓글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후회할 수도 있다고....
주변 분들도 좀더 알아봐라 했고, 무엇보다 병원 수술일정이 바로 잡히는 게 사람이 없어서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들어
추천받은 병원들을 추려 초진 예약을 잡기 시작했지요.
그때가 금요일이었어서 바로 예약 확답이 오지 않던 와중에, 광명병원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검색하다보니 바로 초진 예약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화요일에 김형호 교수님 초진 예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김형호 교수님 네이버검색-홈페이지 클릭-병원사이트로 바로 이동- 이런 식으로 그냥 클릭을 한 건데, 의외로 예약이 쉽게 잡혔어요.)
11월27일. 위암통보 전화받고 11월 29일 강북삼성 진찰받고 12월3일 광명중앙병원초진을 봤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수술일을 1월6일로 잡아주시길래 그렇게 늦어져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 일정도 누가 취소한 자리에 들어가게 돼서 그나마 빨리 잡힌 일정인 것 같았어요.
* 입원부터 퇴원까지
위내시경 잘 받는 편인데, 수술 전 받은 내시경은 엄청 길고 아프더라구요. 다음부터는 수면으로 받아야겠다 결심했어요. ㅠ_ㅠ
수술 전날 금식하고 입원해서 CT찍었구요,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을까말까 고민했는데 수술 받고 화장실 갈 게 무서워서 안먹었거든요. 전 결과적으로 잘했다 싶었어요. 퇴원당일인 오늘까지도 화장실 못가고 있는데 속이 힘들지 않습니다. -_-;;
수술당일 아침에 교수님이 직접 수술 설명과 최악의 경우를 말씀해주셨구요, 그 설명을 들으니 겁이 나는 게 수술 받는 실감이 나더라구요.
베드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헀구요, 수술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공기가 싸늘해졌어요.
커튼으로 나뉘어진 일인구역에 누워있는데 왠지 서러워져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숨죽여 우는데 어떤 남자 간호사가 오더니 손을 꼭 잡아 다독여주고는 휴지를 쥐어줬어요. 그게 너무 위로가 됐습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너무 감사했어요.
수술침대로 옮겨 누워서는 기억이 끊겼고, 일어나보니 병실이었어요.
침대로 옮겨왔다는데 전 기억이 없었고, 3시간 좀 넘게 걸렸다 하더군요.
산소노즐, 허리복대, 압박스타킹, 피주머니를 차고 링거로 진통주사를 맞고 있었구요, 이상하게 등이 너무 아팠어요.
김형호 교수님이 직접 수술 결과를 설명해주셨구요, 식도와 위를 최대한 살리는 고급수술이었다고, 잘 됐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때 명의를 왜 찾는지 깨달았습니다. 암부위 절제술은 어디든 다 같아도 최대한 기능을 살리면서 봉합하는 게 명의의 수술인 것 같더라구요. 결과적으로 전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수술 후 둘째날, 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보다는 좀 덜 아팠어도 등 아픈게 너무 심해서 누워 있지도 앉아 있지도 못하겠더라구요.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복강경 수술할때 장기를 띄우려고 이산화탄소 주입을 한대요. 그 가스가 몸에 남아 아픈 거라는데, 운동해서 빼는 수 밖에 없다더라구요. 전 수술부위보다 등이 너무 아파서 집에서 푹신하고 넓은 쿠션을 가져와 받쳤어요. 그랬더니 좀 덜하더라구요. ㅠ_ㅠ
오후에는 영양교육을 받으라고 해서 갔는데, 앉아있는게 너무 힘들어서 듣다 나왔어요. 이날까지는 엄청 아팠습니다.
셋째날, 오늘도 물만 먹으라고 했구요, 주스나 차까지는 괜찮다 했는데 아플까봐 물 먹는 것도 조심스러웠어요.
등을 안 아프게 하려면 심호흡하라고 해서 열심히 숨 쉬었구요, 폐 기능 회복해야 한다고 해서 병원에서 준 공 바람부는 기기도 연습했어요.
낮엔 좀 견딜만 하다가도 밤만 되면 오한과 몸살 같은 통증이 올라와서 핫팩 하나씩을 쥐고 있었구요..
바람부는 기구 연습을 하니 기침과 가래가 올라왔어요. 밤엔 가스가 나왔고 하루가 다르게 통증이 견딜만 해졌습니다.
넷째날. 미음이 나왔습니다. 다 먹지 말고 조금씩만 먹어보라고 했고, 식후로는 30분에서 1시간 걸으라고 했어요. 겪어보니 걷는 게 제일 회복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았어요. 제자리걸음으로라도요..이 날도 여전히 등통증은 힘들었구요..
다섯째날. 먹은 것 때문인지 아랫배에 가스가 차서 너무 아팠는데, 이날부터는 죽과 반찬이 나오더라구요. 식전, 식후 알약이 있었는데 알약때문에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가스 찬 속이 너무 아파서 병원을 계속 걸어다녔습니다.
여섯째날. 원래 오늘 퇴원하라고 했는데 링거고 피주머니고 다 빼고 열 나는지 하루 더 지켜보자고 하셔서 내일 퇴원합니다.
어제부터는 아픈 게 견딜만한 수준으로 완화됐구요, 오늘은 거의 일상에 비슷하게 생활하게 됐어요.
등의 동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건 좀 길게 갈거라 하시네요.
* 김형호 교수님
원래 분당서울대 계셨던 분인데 동네 사람들이 추천을 많이 하더라구요.
말을 많이 안하시고 대수롭지 않게 진찰을 하셔서 그냥 명의라 바쁜 분인가보다 했는데 웬걸요,
이렇게 인간미 느껴지는 교수님은 첨 뵙는 것 같아요. 주말까지도 이른 아침과 저녁에 꼬박꼬박 직접 확인하러 오셨구요,
성품 자체가 따뜻하신 것 같았어요. 뭔가 저 분이 나를 책임지고 있으니 안심해도 되겠다는 신뢰를 주시더라구요.
같이 다니시는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셔서 등통증이 이산화탄소때문인 것도 그 분이 알려주셨고,
질문 하나하나 드릴 때마다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답답한 게 없었습니다.
간호진도 굉장히 친절했어요.
* 광명 중앙 병원
새 병원이라 깨끗하고 편리했어요. 시스템도 잘 돼 있습니다.
병실은 4인실이 기본이고 화장실 샤워실은 공용으로 복도에 있어요. 서로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한 시스템이라는데 전 화장실을 너무 가려서 1인실을 예약했어요. 그나마도 없어서 포기하려던 찰나에 하나가 비어서 들어오게 됐네요.
1인실은 한 층에 두개씩만 있는 것 같고, 나머지는 특실로 운영하는 것 같더라구요. 2인실이 없는게 아쉬웠습니다.
1인실 쓰려면 수술일정 잡을때 바로 예약해야 해요. 병실이 많지 않아 잡기가 어렵더라구요.
이게 마취됐던 폐기능 회복을 위해 바람불어야 하는 기기..들숨으로 저 공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수술전 기록과 같아지는 게 목표래요.
일인실 화장실이요. 샤워는 못했고, 머리는 도움받아 한번 감았어요.
소변량 측정을 하고 기록해야 했어서, 전 비용부담이 컸어도 1인실에 만족했어요. ㅠ_ㅠ
1인실이구요. 도롯가라 창 열면 엄청 시끄러웠어요.. 그래도 답답할 때 창문 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병원은 따뜻해서 담요 대신 얇은 홑천만 덮었어요.
이게 공용화장실인데, 아무래도 사용자에 따라 청결도가 달라지니... 청소는 자주 하셔도 상태가 말끔하다 할 수는 없더라구요.
이건 공용 샤워실이요. 샤워실은 깨끗했어요.
첫끼였습니다. 이런 미음 한그릇 달랑. 그마저도 반만 먹었어요. 아플까봐 무서워서. ㅠ_ㅠ
병원 근처에 이케야, 롯데몰, 코스트코, 등등이 있어서 보호자는 매끼니 식사투어 다녔구요,
전 식사가 내키지 않아 아침받은 걸로 아침 점심 나눠 먹고 저녁은 반쯤 먹고 그렇게 했어요.
식사도 다 돈이라 하루 두끼만 받았습니다.
병실료 차이가 큰데, 보험이 있어서 무리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 같았어요. 한 삼일은 너무 아픈데 마음껏 끙끙댈 수 있었거든요.
지금은 이정도 식사를 받고 있고, 집에 가서도 이 수준을 한달 정도는 유지하라고 하더라구요.
간식으로 이걸 주는데 이게 맛있어요. 미숫가루 같은 맛이라 하루에 이거 한통 나눠 마시는 게 낙이었습니다.
김형호 교수님이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이런 영상이 있더라구요.
믿을 수 있고 환자의 처치 후 삶의 질까지 고려해주는 의사를 만난 게 천만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제 병기는 2주후 외래 조직검사 결과로 알 수 있다고 하구요,
이젠 5년동안 조심해서 건강하게 살아야겠죠.
암에 왜 걸렸는지 스스로가 잘 알 정도로 스트레스 많이 받고 힘들게 살았는데,
아프고나니 다 부질없다 싶고 힘들다고 나를 학대할 필요는 없었구나 후회돼요.
힘들면 힘든 나를 더 다독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대가를 이렇게 치르네요.
제가 고민할때 시간 내서 조언과 답글 주셨던 분들께 감사해서 길고 최대한 자세하게 후기 남겼어요.
누군가 말해주길, 수술 후 3개월이 남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 하더라구요.
모두 건강 잘 회복하시고, 스스로에게 더 너그럽고 다정해지는 시간으로 만들어가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