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계절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時祭 지내려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對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 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 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가을은 깊어만 가고 갑작스럽게 기온이 뚝 떨어져 행여 겨울이 올까 조급한 마음에 일찍 출근하여 내가 좋아하는 선유도 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출근시간이라서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총천연색으로 예쁘게 물든 공원을 산책하고 있으려니 그 아름다움에 취해 코끝이 찡해지고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쩌자고 이렇게 곱게 차려입고 있는지 안쓰러움에 눈물이 핑 돕니다.
선유도에 오면 안부를 묻는 나무들이 있는데 자작나무와 팽나무입니다. 가을 햇살이 눈부신지 팽나무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고 겨울을 준비하는 자작나무는 짙고 두터운 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친구를 반겨주는 나무들이 있어 선유도에 오면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집니다.
나도 이즈음의 늦가을처럼 솔직하고 정결하고 겸허하게 살아야겠다 마음을 다지며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선유도의 가을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