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저에게 엄마는요...

내사랑울엄마l담보
2024.09.21 12:54 | 조회 2.1k

1979년 10월 22일 오전 만삭인 엄마는 저를 낳기전 깨끗하게 목욕을 하시려고 목욕탕에 가셨대요. 부족한 살림에 남매를 키우시며 알뜰하셨던 엄마는 그동안 세신사에게 목욕을 하신적이 없으신데 그날은 만삭에 힘들어 세신사에게 목욕을 맡기고 때를 밀고 계셨대요. 그런데 갑자기 진통이 오고 애가 나오려하니 세신사가 여기 더운물도 많고 잘 받아줄테니 걱정말고 낳으라 하셨대요. 저는 목욕탕에서 태어날 운명이었나봐요 ^^

하지만 구급차 불러 병원으로 가셨고 엄마 크게 고생 안시키고 9시경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저를 임신하셨을때 아파트 청약 기회가 있었고 서류를 준비하러 동사무소에 가셨는데 직원이 자녀 셋이면 접수 불가능하다 하셨대요. 당시엔 둘만 낳아 잘 키우자.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그런 시대였대요.

엄마는 억울해서 버럭 화를 내시며 당신들이 내가 새끼 낳는데 보태준거 있냐하시곤 서류를 찢어 버리고 나오셨대요. 대쪽같던 울엄마 아주 잠시도 절 포기할 고민은 안하셨나봐요 ^^

아버지는 박봉이었고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틈틈이 알바로 삼남매 간식, 반찬값, 학원비 등을 충당하시며 강인하게 저희를 키워주셨어요.

저는 어렸을때 엄마와 정이 참 많았어요.

엄마는 체력이 약하셔서 초저녁에 드라마 보시다 쇼파에서 잠드신 모습을 많이 보았어요. 저는 설거지도 자주 하는 딸 같은 아들이었답니다 ^^

삼남매 중에 공부도 제일 못했고 노는데만 관심이 많았지만 용돈을 받은적이 없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알바를 해서 공부로 효도는 못해도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성인이 되고 삶의 우여곡절이 많았던 제가 엄마에겐 아픈 손가락이었겠죠...?

저는 참 한심합니다... 칠순다 된 엄마에게 시간이 많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으니까요... 외가쪽에 암가족력도 없고 체력은 약하셨지만 일곱살 연상인 아버지보다도 노인성 질환이 없으셨기에 정말 당연히 80~90은 무난하게 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엄마의 투병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2년 정도였지만 참 스펙타클 했어요. 처음 진단 후 다행히 빅5중 빠른 수술 일정이 잡혀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수술 시작전 아낙필라시스로 중환자실에 계시며 큰 고비를 넘기고 회복하여 선항암 하셨고 항암중 여러 고비 끝에 마지막엔 정말 돌아가실뻔 했고요. 그래도 다 이겨내시고 수술 잘 받으셨는데 6개월만에 혈전에 의해 간문맥이 막혀 혈변을 보고 스텐트 시술을 해도 계속 막히며 회복이 힘들어 지다가 통증이 잦아져서 가정형 호스피스 두달 받으시고 장기간 변비에 말이 어눌해지며 간성혼수 증상이 나타나 입원하여 삼일되었을때 초점없고 의식이 없어지다 추석에 좀 회복되어 친척들 면회도 하였는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섬망과 악몽에 시달리시니 안정제와 진통제를 더 안쓸수 없고 이제는 계속 주무시네요...

고비때 마다 3년은... 1년은... 이러다가 호스피스 입원 후 고비가 오니 추석까지만 이랬는데 다행히 추석은 넘겼지만 이게 다 제 욕심인거지 엄마는 통증과 악몽에 시달리며 사투를 벌이고 있으니 이제 정말 보내드려야 하는 거 같아요...

저희 식구는 표현할 줄 모르고 별로 가족애가 없는 집안이에요.

형 누나와는 성인이 된 후 왕래도 거의 없었고 아버지도 제가 힘든 시기에 쓴소리만 하셨지 위로 한마디 없는 분이셨고요.

하지만 엄마는 묵묵히 반찬이나 김치 등을 챙겨주시며 다그치지도 않고 항상 기다려주셨어요...

저에게 엄마는 그런분이에요...

엄마 변 잘나오면 괜찮아질테니 퇴원하고 엄마 좋아하던 국수 먹으러 가자했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네... 미안해...

아무래도 하늘나라에 천사가 너무 부족한가봐... 아니고서는 착한 울엄마를 왜 이리 급하게 데려가시려 하겠어...

그래도 시간을 좀 주셔서 드라이브도 많이 하고 엄마 좋아하는 다육이도 사러 가고 그랬다.

내가 제일 엄마 속상하게 많이 했는데 용서해주고 이제 내 걱정 그만해. 엄마 곁으로 가는 날까지 나 열심히 살아볼게...

엄마 고마웠고 사랑해~ 이제 아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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