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딸과 전화를 자주해요.
딸이 지금 육아휴직중이거든요.
예전엔 급한 일이 아니면 근무중에는
전화를 거의 할 수 없었어요.
사무실에 여자는 딸 혼자라는데 아무도
근무 중에 전화통화하는 사람이 없대요.
퇴근 후에도 전화를 하면 딸은 사무적인
태도로 용건만 끝나면 바로 끊었어요.
좀 더 할 얘기가 남았는데 여지를
주지않아 섭섭해 하면서 끊곤 했지요.
그런데 요샌 집에서 쉬고 있으니까
딸이 먼저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 번에 욕실에서 넘어져 갈비뼈를
다친 후로 수영장도 쉬고 있어 엄청
시간이 무료하거든요.
주 3회 가던걸 쉬니 좋긴한데 심심해요.
오늘은 오전 10시도 되기 전에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어요. 무슨 일이 있나
걱정스런 마음으로 받았는데...
어제 서대문구에서 싱크홀에 승용차가
빠져서 운전하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봤거든요.
서대문구 어딜까 잠시 궁금했지만 내 일이 아니니 찾아보려다 그냥 넘어갔죠.
근데 딸이 찾아보니 연희동이라는데
아무래도 엄마가 세브란스 가는 길인거
같다구요. 그래서 보여주는 사진을
자세히 봤더니 무척 낯이 익은거에요.
그 길로 아들도 출 퇴근을 할텐데?
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사진을 보고
위치를 바로 알더라구요. 그런데
아들은 씽크홀 뉴스도 모르고 있었어요.
마침 출근 중인데 네비가 다른 길로
안내해서 가고 있다구요.
어제 저녁 퇴근 길에도 너무 밀려서
다른 길로 왔는데 두 시간 반 걸렸대요.
제가 월요일 날 세브란스 진료가 있거든요.
그 길로 가야하니까 딸이 차 갖고 가지
말라고 전화한거였어요.
아무래도 차선을 통제할테니 지하철을
이용해야 겠어요. 딸의 전화가 없었다면
멋모르고 차를 갖고 갈 뻔 했어요.
운전하고 가시던 노부부는 완전 날벼락
맞은거지요. 정말 무섭네요.
언제 어디서 또 그런 씽크홀이 생길지...
그래도 다행인건 심정지가 왔던
할아버지가 깨어나셨대요.
80대, 70대 이시라니 충격도 오래갈 거
같아요.
빠른 시간에 회복되시면 좋을 텐데...
어쨋든 딸이 휴직해서 좋아요.
집에도 자주 오구요.
쉬고 있는 동안 같이 여행 한번 다녀와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