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이별을 준비하세요.

시나브로1029l대간보
2024.08.23 16:34 | 조회 3.2k

얼마만큼의 시간이 주어지면 준비가 될까?

어쩌면 아무리 긴 시간이 주어져도 준비가 안 될지도 몰라.

너무나 식상한 이야기라 들으면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명 6개월.

여느때와 다를 것 없이 25차 항암을 하러 갔던 7월 22일이었다.

대장암 다발성 간전이 상태에서 시작했던 항암에 2차 내성이 생겨 폐에도 전이가 발견됐다고

더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다고 하는데,

너무나 느닷없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내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과 막막함이 몰려왔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르겠고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알아봐야할지도 몰랐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원에서는 연명치료의사동의서를 쓰자며 설명을 해주고 사인을 하라고 했다.

엄마에게 의미없는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나는 엄마를 아직은 보내고 싶지 않는데 자꾸 나보고 뭘 하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겠는 나에게 엄마를 이대로 보내주겠다고 사인을 하라는 말은 너무나 가혹했다.

이대로 치료를 하지 않는건 엄마를 포기하는 것만 같고 죄를 짓는거 같아서 무엇이라도 해봐야겠다싶었고 병원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의료파업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엄마를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하루하루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피가 바짝바짝 말라갔다.

진료를 봐주겠다는 병원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갔다.

각종 서류를 한보따리 챙겨서 찾아가는 병원마다

-왜 오셨냐

-지금은 할 수 있는게 없다

-호스피스를 연결해주겠다

이런 말들을 들어야했고, 그런 말들을 들을때마다

내 마음은 너덜너덜해지다못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 정도 눈물이 나왔으면 더이상 나올 눈물이 없을것 같은데

계속해서 눈물이 나왔다. 얼마나 더 울어야 이 눈물이 마를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400킬로 떨어진 병원에서 치료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번의 항암으로 간에 전이되었던 여러개의 종양들이 줄었을때 수술을 했어야하는데 왜 안 했는지 모르겠네' 했을 때는

시기를 놓친것이 내탓만 같아서 엄마에게 미안했다.

나의 무지가 이런 결과를 만든 것만 같아서...

'아직 환자가 젊고 체력이 받쳐주는데 왜 포기를 하라고 할까'라며

'한번 해봅시다' 할때는 감사함에 머리가 땅에 닿을만큼 고개숙여 인사했다.

엄마에게 남았다던 6개월 중

한달하고 2일이 지난 오늘,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오전 8시 30분.

엄마는 또 한번 수술하러 수술대에 올랐다.

눈물은 나오지만 엄마 앞에서는 울지 않는다.

나의 눈물이 엄마를 얼마나 힘들게 할까 싶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눈물을 참는다.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하고 열심히 해도 안되는 이 상황들 속에서

나는 그저 오늘을 충실히 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냥 엄마랑 오늘 살아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오늘 살아있고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중환자실에서 홀로 고통을 견뎌내고 있을 우리엄마가

부디 이 시간들도 잘 견뎌내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나와 함께 매일 오늘을 살았으면 좋겠다.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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