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빠랑 손잡고 걷는 일상을 다시 찾고 싶어요

완전관해l간보
2024.07.22 16:07 | 조회 854

간암 투병은 10년 정도 되었나봐요

첫 진단 때는 고주파로 잘 치료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에 소홀해져서 끊었던 술에 입을 대셨고 결국 5년 차에 재발이 되더라구요

그 뒤로 술은 끊었지만 70대가 되면서 1년에 한 번 꼴로 재발

고주파, 절제, 색전술, 방사선 다 해봤네요

늘 우리 막내딸 잘 키울 거라고, 아빠만 믿고 살으라고, 우리 딸 힘들게 하는 것들은 아빠가 다 해결할테니 걱정말라고

75세 고령의 나이에도 기술직으로 주말 밤낮없이 일하시다가 결국 크게 재발, 전이가 되었어요

작년 연말에 방사선 치료 받으면서도 일하셨거든요

그렇게 때려치고 시골 가서 즐기면서 놀면서 사시라 했는데...

마흔 넘어 얻은 늦둥이인 저 키운다고 고생만 하시고...

우리는 가족여행도 못 가봤거든요

2년 전에 1박 2일 제주도 갔다온 게 전부예요

그때 왜 사진, 영상은 안 찍었는지 참

과거의 제가 너무 한심합니다

저는 아빠가 늘 치료 잘 받고 활기 넘치셔서 영원히 같이 살 줄 알았어요

올초에 검진 했을 때 눈에 띄지 않을만큼 작은 암이 보인다고 했었는데

소화 안 된다고 할 때 왜 나이들어서라고 생각했을까

등허리 아프다고 할 때 왜 허리 삐끗한 게 오래 간다고만 생각했을까 미친듯이 후회돼요

사랑 받을 줄만 알았지 정작 아빠를 걱정하고 아끼고 사랑할 줄은 몰랐어요

중입자 치료 뉴스 나오자마자 세브란스에 전화 걸어 예약 아닌 예약까지 하던 아빠인데

그렇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신 분을 전 왜 방치했을까요

제 남은 수명 중 딱 10년만 냅두고 가져가시라 하고

아빠 10년만 더 살게 하고 싶어요

그럼 제가 30년 동안 받은 사랑 아빠한테 10년 동안 압축해서 다 주고

같이 다음 세상으로 여행 갈 텐데...

기적이 일어나게 해주세요

예전처럼 다시 아빠랑 손 잡고 장 보러 다니고 싶어요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

아빠 아프시고 나서 처음 했어요

근데 섬망때문에 못 알아들으셨을 것 같아요

나 보면서 울애기 내새끼 내새깽이하던 아빠 목소리 다시 듣고 싶고

친구들도 아빠 보고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게 저런 거구나라고 했었는데 그 눈빛, 미소 다시 보고 싶어요

제발 조금이라도 건강 찾아서 같이 이겨내자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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