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항암 중 여행 후기

희망찬찬l직본
2024.07.10 18:30 | 조회 3k

안녕하세요? 다발성 폐전이 4기 대장암 환우 희망찬찬입니다~

전 폴피리+아바스틴 조합으로 19차까지 항암을 하였고 담주 월요일 20차를 대기중입니다.

항암중이지만 필리핀 세부로 4박5일(7/3~7/7)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회원님들이 많아 여행후기를 남기는게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이것도 투병 과정에 포함된 일상이라 생각하며 남겨봅니다.

(초상권? 문제로 제 아이들을 제외한 가족 얼굴 가린점 이해해주세요~)

세부로 가게된 이유는 필리핀 10번, 세부는 5번을 가봤기에 익숙하여,

머리가 똥이 된 저에게는 여행공부와 준비할게 많지 않다는 장점이 있어 세부로 가게 되었어요

아이들도 이곳에 추억이 많아서 여러번 가봤던 같은 리조트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냥 두서없이 후기를 적어 봅니다.

첫날은 현지 쇼핑몰에 들러서 좀 촌스럽지만 세부티셔츠로 맞춰 입었어요... 전 좀 창피했어요 ㅎ

저녁 먹고 리조트로 돌아가는 길에는 툭툭이를 탔어요.. 매연냄새와 승차감은 별루지만 그래도 동남아에 왔으면 한번씩은 타줘야죠... 근데 오른쪽 사진에 있는 툭툭이에는 몇명이 타있을까요?

리조트에서 밤 수영도 하고요 어릴때부터 에너자이저인 딸은 혼자서 마지막까지 수영을 즐깁니다

저도 따뜻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니 몸이 좀 풀리는 기분이여서 나름 즐겁게 놀았어요

항암으로 엉망인 발은 풋스크랩과 마시자를 받고, 딸은 네일이 한국보다 많이 싸다고 꼭 받아야 한다며 자기가 알아본 한인업체에 예약하고 이쁘게 꾸몄어요.. 근데 한국에 와서는 망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는게 손톱을 모시고 사는구나 싶네요~

저에게 제일 문제였던 식단인데 아예 첨부터 어느정도는 포기하고 그냥 막 먹었어요 ㅠ

튀김도 먹고 무알콜맥주에 가위를 준비해서 바베큐 꼬치도 탄 부분 잘라내고 몇개 흡입을 했어요

마지막날 공항에서는 햄버거도 먹었어요... 저 미친거 맞지요? ㅎㅎ

이곳은 한국인 유명 유튜버가 운영하는 세부에서 유명한 무제한 고기집이예요..

수술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때 시청하기 시작했는데 이곳의 특징이 생일인 손님에게는 댄스축하이벤트를 해준다는 겁니다.

가기 전 동영상을 봤을때는 좀 저같이 얼굴이 두껍지 읺은 사람은 창피하겠다 생각했지만 마침 아들생일이 7/4이여서 날짜도 맞고,

이것도 추억이 되겠다 싶어 예약하고 갔습니다.

웨이팅이 있어 좀 기다려서 들어갔지만 사진에도 보다시피 직원들이 열심히 춤 춰주고, 아이들이 창피하면서도 즐거워해서 잘 왔다 싶었습니다.

아래에 동영상도 올려보니 생일축하 댄스 한번 보세요~

마지막으로 가족 단체 사진 올려봅니다. 처음으로 제 얼굴도 슬쩍 넣어보고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어 길거리에서 절 보시더라도 못 알아보실거라 생각합니다 ㅎ

***사건사고***

1. 리조트에서 자다가 장루가 왕창 터져서 고생 좀 했어요. 다행이 침대 시트나 이불은 괜찮았으나 새벽에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옷들 비누로 다 빨고 나왔네요 ㅠ

한국에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 하필이면 여행지에서... 애 좀 먹었어요 ㅎㅎ

2. 출국 날 공항에서 티케팅하는 도중에 같이 간 제 형님이 여권이 분실된걸 알았어요

항공사에서는 2시 반까지 가지고 와야 티켓팅 해준다하고 리조트는 전화 연결이 안되고...ㅠ

어쩔수 없이 밖으로 나가서 오토바이 잡아 타고 리조트에 가니 다행이 금고에 여권이 있었고

다시 오토바이 타고 공항으로 돌아오니 2시29분...휴...... 진땀 빼고 겨우 티켓팅 하고 돌아왔어요

오토바이 기사분은 덕분에 두둑하니 좀 챙기셔서 운수좋은날이였을겁니다. ㅎㅎ

항암 중이여서 해외로 나가는게 조금 망설여졌지만, 항암 후 8~9일이 지나면 컨디션이 좀 올라오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기에 괜찮을 거라 믿었고 담당교수님도 다녀오라 하셨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가능 할때마다 추억을 많이 쌓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연초에 딸이 "아빠 우린 언제 또 여행가? 필리핀 가고 싶다"는 말에 여행 계획을 짰는데 잘 갔다 온거 같습니다.

내년에 건강이 허락한다면 또 갈수 있다는 희망을 품습니다. 머리속에서는 계속 즐거운 여행계획을 상상하며 지낼거고요..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많은 환우분들과 제 마음 깊숙한 곳에서 많이 걱정되는 환우분들이 여행중에도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제발 모두들 평안하시고 좀 더 나은 컨디션과 치료효과와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 일상의 행복을 오래 누리시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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