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빠는 4기 전립선암으로 지금 3년째 투병중이세요.
뼈의 여러곳과 간에... 전이가 되어있으시죠.
3년동안 이런저런 표준치료들을 진행했지만 야속하게도 불응은 빠르게 왔고
결국 카바지탁셀이라는 꽤 힘든 항암을 진행하게 됐죠.
그 동안의 항암 중 큰 부작용 없이 잘 버텨오셧던 아빠도 카바지탁셀에는 무너지셨고
그런 힘든 항암 부작용이 야속하게도 PSA수치는 계속 높아져만 가더군요.
결국 4번에 걸친 항암에도 불구하고 1000이라는 숫자를 넘어버리고 1시간 산책도 거뜬하셧던 분이 침대에 누워만 계시는 상황이 되어버릴 정도로 기력이 쇠해지셔서 항암을 중단하고 혹시 모를 표적항암을 준비하기 위해 2주의 회복기를 가져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회복은 좀처럼 되지 않았어요.
그 회복기동안 아빠의 상태는 더 나빠졌고 마음의 병도 심각해져서 삶의 의욕조차 없어보였어요.
먹고 있는 약때문에 안그래도 가족력으로 신경쓰고 있던 당뇨 수치까지 치솟았구요.
간호하는 엄마를 비롯해 모든 가족들이 아빠의 회복을 신경썼건만
아빠는 얼음물이나 음료수(그나마도 제로 혹은 저당으로만 드렸지만)만 찾으시고 식사는 거의 하지 못하시니
기력은 점점 더 빠지고 그 2주간 몸의 근육도 전부 사라지더군요...ㅠㅠ
어느날 엄마가 아빠가 식사는 안하고 계속 달달한 음료수만 찾아서 너무 속상하다는 말을 하시면서 우시길래
달래드리면서... 몰래 이런 기도를 했어요.
"주님, 아빠가 계속 음료수만 찾아요. 비록 그게 설탕이 없는 것이라고 해도 결국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이라
엄마가 너무 속상해해요.
주님, 저희 말은 아빠가 듣질 않아요. 그러니... 주님 아빠를 좀 혼내주세요. 단거 좀 안 찾게 해주세요"
라고요.
그리고 몇 일이 지났어요.
아빠가 병원에서 나오시며 잠시 들른 까페에서 옆 테이블의 남자분이 먹고 있던 딸기 슬러쉬(ㅠㅠ)가 너무 먹고 싶으셨나봐요.
엄마와 실갱이 끝에 결국 그 딸기슬러쉬를 한잔을 받아내셨고... 그 자리에서 바로 비우셨다더군요.
걱정은 되었지만 아빠가 그걸로 기분이 조금이나마 좋아졌다면 그걸로 괜찮아...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엄마에게 아빠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으로 가보니 아빠의 얼굴이 시체처럼 하얗게 질려 있더군요.
엄마의 말을 들어보니 아침에 일어나셔서 그 이후부터는 계속 정신을 못차리신다...라더군요.
이상한게 없었냐는 말에 오전에 잰 혈당수치가 500이 넘엇다고 하셔서 급히 119를 부르고 응급실로 갔습니다.
119에서는 아빠의 상태를 보더니 고혈당 쇼크로 혼수상태라고 했고
응급실에서는 아빠에게 심한 탈수까지 있었다며 하마터면 위험했을 뻔 했다 하더라고요.
이후 응급조치를 끝낸 아빠는 중환자실로 이동되었어요.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2일, 일반 병실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에 아빠는 퇴원할 수 있었어요.
그 날 이후 몸은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져서 혼자서는 일어날 수도 없을 정도가 되어버렷고
지팡이로 겨우 움직이시나 싶을 땐 여지없이 넘어지시는 일도 많았죠.
이후에도 여러번 응급실로 실려가셔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2주, 주치의와 상의 후 다시 2주뒤로 진료를 미루고도 상태가 그닥 좋아지지 않았기에 한번 더 미뤄
마지막 항암 이후 약 두달이 좀 안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기서부터 조금 놀라운 일들...
놀랍게도 이 일 이후로 아빠는 단 것을 찾지 않게 되었어요.
오히려 음식이 조금 달면 많이 못드시겠대요.
전 제가 하나님께 단거 못먹게 혼내달라고 기도했다는 얘길 부모님께 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그 이후 여전히 얼음물은 계속 찾으시지만 예전처럼 단 탄산음료를 달라는 말은 하지 않으시는 거예요.
헐..? 설마 이거 내 기도를 들어주신건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모든게 너무 감사한거예요.
119가 빨리와준 것도...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에 바로 갈 수 있었던 것도...
중환자실에서 아빠가 치료받을 수 있었던 것도요.
심지어는 아빠가 4차 진행 중에 소변줄을 하게 되었었는데... 그것 마저도 감사한거 있죠.
(항암 부작용으로 아빠는 야뇨증에 급박뇨로 고생을 하셨고 그러다 소변줄을 하시게 되었어요.)
왜냐면 저 날 이후에 진짜 기력이 없으셔서 몇번이고 넘어지셨었는데
만약 소변줄이 없었더라면 새벽에 혼자 일어나셔서 화장실을 가시다가 넘어지시기라도 했다면
진짜 너무 끔찍했을거예요.
왠지 모르게 주님께서 모든 상황을.., 준비해주신 것 마냥 모든 일들이 아빠의 회복을 돕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정말로 아주 천천히 체력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고 지팡이 도움 없이도 조금 걷는 것도 가능해지셧어요.
엄마의 불같은 통제와 인슐린 덕에 혈당도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구요.
몇번이나 넘어지셨는데도 뼈가 상하는 일도 없었어요.
(뼈전이라 넘어지는게 가장 두려워요!)
이 약 두달이라는 시간 동안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기도하는 것 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지난 주에 혈종과 담당의를 만나러 갔습니다.
앞으로의 치료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요.
(표준항암은 중단된 상태고 이제 기대할 수 있는건 효과를 확신할 수 없는 표적항암뿐이예요.)
거의 두달 만의 채혈이라... 혈액검사에서 뭔가 다른 이상 징후가 있지나 않을까...
PSA수치가 너무 많이 올랐으면 어쩌나 싶은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 날이 마침 목요일이라 Therapy in Jesus 게시판에 중보기도 요청을 드리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제 앞에 서 있던 아빠의 등에 살짝 손을 대고 기도하며 의사와의 면담을 기다렸어요.
담당의는 담담하게 혈당수치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상태를 묻고 표적항암약은 어떻다 이런 얘기를 하다가
마침내 혈액검사 결과 얘기를 시작했어요.
혈액 검사의 다른 수치들은 다 괜찮다. 정상 범주고 이 정도면 표적항암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PSA수치가 400으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쟀던 수치가 1000대였으니 거의 600이 내려간...)
여기까지 말했는데 진짜 와! 너무 기쁘고 감사하고...
와 정말 하나님! 하나님 뭐 하신거죠?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담당의는 혈액검사로는 더 말할 수 있는게 없으니 CT를 찍어봐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2주후에 CT 검사 결과를 보고 얘기를 하자고 하더군요.
물론... 400대의 수치도 따지고 보자면 엄청 높고 나쁜 수치예요 ㅎ
의사 말대로 CT를 찍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 특히 전이된 암들의 상태들이 어떨지 아직 모르고요.
2주...그러니까 이제 다음주네요.
다음주에 아빠와 저희 가족은 또 큰 산을 앞에 둬야겠죠.
그래도 지금은...
이 2주... 저희 가족에게 주어진 작은 평안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던 아빠를 수면위로 꺼내주심도 감사하고
지금은 지팡이 없이도 조금은 걸어다닐 수 있게 되어서 또 감사해요.
다음주에 어찌될지는 하나님만 아시겠죠.
솔직히 말하면
안넘어졌으면 좋겠어요.
안무너졌으면 좋겠어요.
CT 결과도 좋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또 넘어질지도 몰라요. 무너질지도 몰라요.
그래도
넘어지더라도 무너지더라도 깨어지지 않게 해주실 것을 믿어요.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 33:3)
하나님은 택하신 자들이라고 항상 평안하고 어떤 불행도 닥치지 않을거라고 하지 않으시는 분이시고
대신 나를 부르라. 부르짖으라고 하시는 분이시니
저는 그냥 부르짖고 일하실 주님을 의지하며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