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5,6년이라 했는데 8년넘게 버티셨어요

버드l유보
2024.05.10 15:22 | 조회 3.7k

울엄마 얘깁니다.

2012년에 유방암이 시작이었습니다.

임신중인 딸에겐 알리고 싶지 않아하셨는데.. (전 아들입니다.)

절제수술전 항암치료부터 하느라 머리가 빠지고.. 가발쓰고 가족모임했다가 여동생이 눈치채고 눈물바다가 됐었네요.

13년도에 한쪽을 완전히 잘라내고 완치된줄 알았는데..

2015년에 다발성 간전이로 재발했습니다. 말기판정 받았고, 평균수명은 5~6년이라고 하대요.

당시엔 먼이야기 같았습니다. 불안하기도 했지만 왠지 현실감있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참 힘들어하셨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재발판정 받을때 그 절망감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힘들정도였습니다.

처음엔 포기하고 싶어하셨어요. 치료해봐야 암이 없어지는것도 아니고 그 힘들었던 항암 부작용을 또 겪어야하고..

그러다 며칠만에 마음을 다잡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의지를 보여주셨어요.

몸에 좋다는거 찾아보고, 병원 스케쥴 꼼꼼히 챙기고, 암환자에게 안좋다는건 입에도 안대고..

사기도 당했습니다. 강릉인가 속초인가.. 쑥뜸도 뜨고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는데가 있다고.. 거기 한참을 가 계셨는데 같이 따라가서 보니 말하는거며 딱 사기꾼입니다.

근데 엄마한테 이거 사기라고 말을 할수가 없었어요. 쑥뜸뜨면서 낫는것 같다고 말씀하는데 거기에다 그런 말을 하기가 힘들더라구요. 한참 지난후에 당신께서도 그때 거기 사기꾼이라며 얘기하시긴 했어요.

좋아졌다 안좋아졌다를 반복하며 꾸준히 조금씩 안좋아지는데도 참 씩씩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나 동생은 좀 무뎠던것 같기도하고..

작년초엔 엄마 모시고 병원갔더니 의사가 저만 따로 불러서 얘기해줍니다. 이제 1년안에 갑자기 안좋아질수 있다고..

쓸수있는 남은 항암약이 별로 없거니와 예후가 좋지 않은 것들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랍니다.

그리고 올해초가 되니 의사말대로 엄마 상태가 안좋아집니다.

전화로 자꾸 이상한 말씀을 하셔서 찾아갔더니 짝이 안맞는 신발을 신고 나오시네요.

응급실에 갔더니 간성혼수라는데.. 엄마 혼자 사시는데 그냥두면 안되겠더라구요.

동생 집에서 며칠 주무시고 요양병원으로 모셨습니다. 2월중순부터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점점 안좋아지셔서 3월초에 응급실에 다시 갔어요.

머리ct 찍고 뇌전이 판정받았습니다. 간전이 치료해주던 의사도 이제 치료는 그만하자고 하고, 머리 ct 찍은걸 보여준 방사선과 의사도 치료가 의미 없다고 하네요.

간쪽에선 이제 1~3개월, 머리는 6~8개월 남았답니다.

머리 사진을 보니 암덩어리가 이미 머리크기에 1/4정도는 되어 보였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작년 가을에 이미 증상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엄마는 이제 인지능력이 떨어지셔서 치료중단 얘기를 해도 그러려니 하십니다.

제가 옆에서 숨죽여 우는데 울 엄마는 그것도 잘 모르시네요.. 차라리 다행입니다.

응급실에서 나오면서 호스피스로 모시고 마지막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었는데도 엄마는 치료 잘 받아서 퇴원할 생각만 합니다.

지금이 몇시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자꾸 물어보면서도 금방 일어나실것처럼..

인지능력이 떨어진 후로는 울 엄마는 7~8살 같았습니다. 한얘기 또하고 별거 아닌걸 자꾸 물어보고..

표정이나 말투도 귀여워졌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더니 어느날부터 깨어나질 않으셨고, 3주정도 그렇게 잠만 주무셨어요.

4월25일, 다른 날처럼 "엄마, 아들왔어~" 인사를 건넸는데 제 목소리를 들은 엄마는 그대로 조용히 떠나셨습니다.

2015년에 엄마가 간전이 판정 받은날부터 마지막 가시는 길이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줄곧 생각했습니다.

제 바램이 통했는지 호스피스에서 몰핀 진통제를 쓰지 않았을 정도로 통증은 없으셨어요. 진정제정도만 몇번 썼습니다. 그게 작게나마 위안이 됩니다.

이젠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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