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집에 돌아온 중3 아들은 늘 예민합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일주일간 학교에서, 기숙사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쏟아내기 일쑤입니다. 이번 주는 중간고사 직전이라 그런지 날카롭기가 극에 달했습니다. 참다못한 아내와 아이의 기싸움 한판이 시작됩니다.
성경에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라는 구절 몰라? 엄마는 왜 자꾸 나를 화나게 해?. 너는 성경에 "부모에게 순종하라"라는 구절 안들어봤어? 어디 엄마한테 언성을 높여?
엄마한테 버릇없게 군다며 선제 포문을 연 아내에 맞서, 자기가 소장하려고 둔 책들을 당근했다며 아들이 맞받아 칩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저는 책을 당근했다는 말에, 무슨 책을 당근했냐 물었고, 그 책이 제가 어렵게 구해온 한정판이었다는 사실에 제 입에서도 사자후가 터져 나왔네요. 졸지에 아들과 제가 한 편이 되어 아내와 싸우는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기념이 되라고 보스턴 하버드쿱에서 사온 하버드 버건디 맨투맨, 후디, 볼캡까지 당근해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고 말았네요.
미니멀라이즈를 실천하기 위해 그랬다. 책장과 옷장에 수납할 공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변명같은 반박을 하는 아내는, 방 2개와 알파룸 2개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알파룸 2개 중 하나는 안방보다 큽니다. 방 4개를 꽉꽉 채워 독점하고 거실의 일부까지 자기 물건으로 알박고 있으면서 미니멀라이즈를 이야기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결국 본인 방에 들어가 문을 잠궈버린 아내의 퇴각으로, 이번 주 사춘기와 갱년기의 대전은 사춘기의 완승으로 끝이나나 했는데.. 자기 시험공부하는데 방해되니 엄마, 아빠 다 나가서 놀라는 아들의 요구에 강아지와 함께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올들어 최고기온인 날 땡볕에 쫓겨나 4km 산책하고 나니 사람도 기진맥진, 강아지도 기진맥진... 몸에 힘 빠지니 아내와도 자연스레 화해... 아들의 노림수였을까요?아내에게 성경에서 "남편 대하기를 하나님 대하듯 하라"라는 말이 있어라고 나즈막히 이야기 했더니, "아내를 사랑하고 괴롭게 하지말라"라는 성경구절이 있어 라며 응수합니다. 말로 못당합니다. 그런데 당근하고 받은 돈은 응당 저에게 돌여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