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1월말경에 요양원에 가셨어요.
큰 동생이 모시다가 사정이 생겨서
둘째 남동생이 작년 4월에 모시고 갔는데
엄마는 둘째 동생네 가는 걸 내키지 않아 하셨거든요.
원래 며느리와 사이가 안좋았어요.
올케가 성격이 특이해요. 안하무인이고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가 커지고...
저도 환자이다 보니 우리 집으로 모셔
올 수도 없었구요.
엄마가 올케는 싫지만 둘째 동생을 효자
라고 좋아하셨거든요.
처음엔 잘 계셨는데 갑자기 동생이
병이 생기면서 올케랑 갈등이 심해졌죠.
올케도 평생 안 모시던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데다 동생까지 아프니까 엄마를
모시는게 힘들었겠지요. 더군다나 딸네
손녀도 올케가 돌보고 있었거든요.
올케도 힘든걸 이해는 해요.
사정이 그렇다 보니 식사 시간 외에는
꼼짝 안하고 거의 주무시다시피 한거죠.
남동생이 제가 걱정할까봐 얘기안했다며
1월에 엄마가 치매가 와서 요양원으로
모셔야겠다고 전화가 왔어요.
상황이 대강 짐작이 되서 엄마 의견은
어떠냐고 했더니 엄마도 요양원 가겠다고
하셨대요. 엄마가 의견을 얘기하실 정도면
치매는 거의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요양원에 계시게 된거에요.
요양원 가신 후 엄마를 뵈러가서 원장님께
상황 얘기를 듣게 됐어요
요양원에서 엄마를 모시러 동생네로
가서 요양원으로 가시자고 했더니
엄마가 바로 따라 나섰대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대요.
대부분은 안간다고 하는데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셨다구요.
엄마한테 동생네로 다시 갈 생각은
없냐고 여쭤봤더니 절대 안간다고
요양원이 편하고 좋다고 하셔서
마음이 아팠어요.
요양원에서는 맘은 편한거 같은데
말씀은 거의 안 하시는거 같아요.
2인실이라 성격이 활달하신 90세 할머니랑 계시다는데 그 분 얼굴은 못 뵈었어요.
방에도 못 올라가 봤구요.
가면 코로나 검사하고
1층 면회하는 곳에서 잠시 얼굴 보고
오는게 전부에요. 얘기 할 사람이 없이
식사 시간 외에는 계속 주무신다니
치매가 빨리 진행될까봐 걱정이 되요.
요양원 가신 후 얼굴은 많이 편안해
지셨지만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시네요.
오늘은 엄마한테 내가 누구냐고 했더니
딸, 사위라고 말씀하셨어요.
다음달이 엄마 생신이라 여쭸더니
본인 생일, 제 생일을 정확하게 아셔요.
본인 나이도 94세라고 하시구요.
가져간 전복죽과 딸기,
좋아하시는 모나카를 드렸는데 조금
밖에 안 드시네요.
처음가셨을 때는 본인이 걸어서 화장실도
가셨는데 요즘은 못 걸으셔서 방에
변기를 넣어드렸대요.
갈 때마다 점점 쇠잔해지시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요.
지난번에 딸과 갔을 때는
엄마가 키워주신 제 딸을 몰라봐서
딸이 너무 속상해서 열 번도 더 물어보더라구요.
그건 이해가 되요.
딸이 취직 후 직장이 수원이라 오피스텔
얻어서 집을 떠난지 20년이 지났으니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도 우리가 가면 웃는 얼굴이셔서
다행이에요. 잠깐은 행복하신 듯해서요.
엄마를 뵙고 올 때마다 마음이 많이
울적해요. 제가 아파서 불효녀가 됐어요.
제가 건강하면 당연히 모셔 왔을텐데
하는 죄책감이 들어요.
처음에 암환자가 되었을 땐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셨는데...
이젠 제가 환자인걸 모르시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엄마가 맘 편히 계신거로
위안을 삼으려고 해요.
오늘은 무척 힘든 하루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