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대장암(상행결장) 수술 후기

보랴l대본
2024.03.24 11:34 | 조회 8.4k

아름다운 동행에서 많은 정보도 얻고 용기와 힘을 얻어 보잘것 없지만 저의 작은 경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수술 후기를 작성해 봅니다.

대장 내시경을 받은지 3-4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대장암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심지어 용종도 없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소화불량 증상이 한 2개월 지속되는 동안 로컬 의원에서도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판단했고, 소화제 종류만 먹었습니다.

소화제를 먹으면 증상이 좀 나아졌구요. 저는 52세로 건강엔 자신이 있었습니다.

1월 말경 아들 녀석이 좀 이상하다고 대장 내시경과 복부초음파 한번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로컬 의원 바꾸고 대장 내시경 먼저 시도했는데, 바로 상행 결장 부위가 종양으로 막혀 더 이상 내시경 진입이 불가능했고, 직장 쪽 용종도 2개나 있어 제거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암이라고 판단하셨고, 조직검사 결과 암으로 확진되었습니다. 용종 2개는 선종으로 결론났구요.

다행히 집 근처 대학 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비교적 빨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의대 증원 문제로 의료대란이...).

대학 병원 초진에서 기수는 확인 불가능하나 대장 내 침윤이 상당히 진행되어 전이도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CT 검사에서 다행히 육안상으로는 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내시경 예약을 1월 말에 했고, 내시경은 2월 초, 결과는 2월 중순에 나왔으니 한 보름 사이에 멘탈이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수술을 3월 19일에 했으니 확진 후 한 달 걸렸네요.

수술은 아주대 병원 오승엽 교수님이 복강경 방식으로 집도하셨고 상행결장을 제거하고 횡행결장과 소장을 접합하는 처치를 했습니다.

수술 이틀 전 입원해서 전날은 금식했습니다. 수술은 아침 일찍 진행되었는데 이전에 전신마취 수술을 한 적이 있어 큰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 오전 시간대 수술 환자들이 집결하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린 친구들이 들어오면 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 사실 마취 깨어나기 전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라는 대로 하면 푹 자게 되고 눈을 뜨면 되니까요.

이번 수술에서는 눈을 떴을 때 복부 통증이 꽤 심했습니다. 배에 총 한방 맞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고통은 길어야 30분 정도이고 금방 진통제로 제압됩니다.

수술 당일과 다음 날이 제일 힘든 시기입니다. 우선 소변줄이 달려 있어 거동이 매우 불편하고 수술 부위도 전혀 아물지 않아 움직일 때 통증이 꽤 심합니다. 저는 상행결장만 제거해서 고통이나 회복이 좀 빠른 편이긴 한데, S결장이나 직장 쪽은 또 많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상행결장은 징후가 늦게 나타나 암이 꽤 진행된 후에 증상이 나타나서 위험도가 높기도 하죠. 직장이나 S결장 쪽은 아무래도 배변장애가 금방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수술 후에는 기본으로 고영양수액(흰색액체로 좀 걸쭉해서 주사 통증이 간혹 있음)을 꼽고, 진통제나 항생제 등 수액을 달게 됩니다.

식사는 병원마다 좀 다른 것 같은데 저의 경우 수술 전 날 부터 4일간 금식했고 5일째 되는 날 물, 6일째 되는 날 미음, 7일째 되는 날 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수술 다음날부터 걷기 시작합니다. 진통제도 맞고, 무통주사도 있어 그렇게 힘들진 않지만 소변줄 때문에 좀 거추장스럽습니다. 소변줄은 한번 걷고 나면 제거할 수 있고(혼자 화장실가서 소변 처리를 할 수 있으면) 소변줄만 없어도 상당히 편해집니다. 공불기(폐운동)도 열심히 하고 걷기도 하루 최소 만보 이상씩 해주었습니다.

예전 이두근파열 수술로 사흘 정도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크게 더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번에는 2인실을 사용하여 더 편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첫 입원때는 몇 만원이라도 아끼는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화장실 문제와 병실내 소음으로 꽤 힘들었거든요.

특히 소화기계 수술로 입원하시는 분은 꼭 2인실 이상의 상급병실을 고려하십시오. 화장실 문제가 꽤 곤란한데 그게 손쉬워집니다.

운이 좋아 병실을 혼자 쓰게 될 수도 있구요.

저는 수술 후 3일 정도는 혼자 썼는데 다른 환자 한명이 들어왔습니다. 이 분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 경우 간호사에게 말하면 귀마개를 주든지, 다른 호실이 있으면 병실을 옮겨 주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마 내일 쯤(입원후 8일차) 배액관을 뺄 수도 있을 것 같고 모래 쯤에 퇴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배액관 상황에 따라 하루이틀 더 연기 될 수도 있지만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조직검사 결과는 보통 퇴원전에 들을 수 있는데, 의대증원 대란 때문에 첫 외래로 연기되었습니다.

회진 때 교수님이 대장암 2기나 3기로 예상되면 조직검사 결과를 보아야 확실해 진다고 했습니다. 항암은 거의 해야 할 듯 하다고 하셨구요.

어쨌든 저는 수술이 잘 되고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항암 치료도 받아야 한다면 기꺼이 받을 생각입니다.

자세한 병기가 나오고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또 경험기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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