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가끔 아이들을 보고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우리 애들은 엄빠를 잘 만나서~어쩌고 저쩌고~"
그럴때마다 나는
"그런 거 없다. 생색 내지 말아라 다 제 복이고 제 운명 타고 나는거다!!"
20대 사회생활과 동시에 철모를 신입시절 얼렁뚱땅 가입했던 보험이 20년 납입 만기를 앞두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설계사님은 이제 내 나이가 40줄에 들어섰으니 대비해야한다며 이것 저것 특약을 붙이라고 종용했다.
신랑과 상의 후에 결정하겠노라 미루고 또 미루며 거절하길 여러번...
태어나길 약하게 태어나 골골 거리긴 했으나 해마다 건강검진도 받아왔고, 운동도 꾸준히 해왔고, 술담배 않고,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여지껏 큰 병원 근처도 가본 일 없고 흔한 입원도 한번 해본적이 없던터라 신랑은 그냥 있는 보험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단번에 거절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서운함이 몰려왔다.
그 뒤로도 몇번을 설계서를 출력하여 신랑한테 들이밀며 그냥 했음 좋겠다고 하고싶다고 졸랐고 설계서의 온갖 특약중에 다 내쳐진 이후에 남아있는거라곤
암특약 몇가지 - 항암 방사선약물 치료비, 표적항암, 면역항암등 무슨말인지도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7월중에 특약 계약을 했고
8월 말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여름 휴가를 다녀왔고
그 이후로 나는 아프기 시작했다.
신우신염으로 시작해서 한달 만에 또 신우신염이 재발했다.
좋았다가 아팠다가의 반복이었다.
계속 되는 발열과 통증으로 ct를 찍었는데 신장내과쪽은 문제가 없고 산부인과 쪽 문제인 것 같단 말에 산부인과를 가봤으나 큰 이상이 없다고 했다. 2차 병원급 산부인과 두곳에서도 못미더워 찾아간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도 그냥 지켜보자고 했었다.
항생제 먹고 진통제 먹고 낮에 약먹고 내내 자고 잤는데도 밤이면 또 자고 약을 오래 먹어서인지 입맛도 없고 회복에 무리가 될까싶어 하던 운동도 관두고 여름 휴가 이후로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유나 알고 아팠음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한달 반만에 다시 찍은 ct에서 3기 암환자가 될 거란 생각은 진짜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이다.
진단받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보험 가입일자부터 확인하게 되는게 눈물나는 현실이더라... 다행이 보장개시일 3개월이 지난 시점이고 납입 5회만에 나는 보험금 50%를 보장받을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8시간의 대 수술을 받고 회복실로 올라와서 4시간 폐호흡하며 신랑한테 마취기운에 했던 말 대부분은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보험금을 받아 치료 잘 하려고 그래서 그렇게 보장개시일동안을 내 온몸으로 아파하며 버티며 진단을 늦게 받은게 내 운명인가보다 라고 했던 말만큼은 또렷이 기억난다.
그때는 뭔 말인지도 몰랐던 그 암특약 항목들이 지금은 너무 나도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속도 모를 지인들은 그래도 나만큼 암보험 빵빵하게 들어놔서 큰 부담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것도 내 복이라며 위로인듯 위로아닌 위로를 해준다.
청구하면 따박따박 아쉽지 않게 들어오는 실비와 암보험금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야속하기만 하다.
이 돈 도로 다 줄테니 내 건강 예전처럼 가져다줄래!?
아니. 두고 봐라 나는 꼭 예전 처럼 건강해져서 이 돈으로 실컷 놀러 다니면서 행복하게 살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