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괜찮을 때 어디 가자, 이렇게 계획을 해도 결국 돌아보면 오늘이 가장 건강하고 안 아픈 날이더라.”
아빠가 통증으로 잠 못 이룰 때 했던 말입니다.
지난번에 호스피스로 모실까 임상을 대기할까 고민하는 글을 올렸었는데 바로 그 날 아침...
입원 했던 동네 병원에서 놔주는 진통제가 더이상 듣지 않아 구급차를 타고 지역내에 있는 큰 병원 응급실로 이동했습니다.
마침 호스피스 예약을 걸어뒀던 병원이여서 자리가 날 때까지 일반병동에 입원한채 통증 조절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었어요.
왜 과거형일까요,..ㅎ
거기서도 어지간한 진통제로는 통증이 잡히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갑작스러운 타진 부작용으로 섬망이 시작 되었습니다.
이때 눈치 챘어야 했어요. 아빠의 섬망은 쉽지 않다는 것을요..
죽여달라, 억울하다, 너무 아프다, 너가 괜히 치료 하자 해서 지금 죽을 만큼 아프다, 예쁜 딸아 우리 딸아 아빠 좀 제발 죽여줘 왜 안 죽여줘, 너무 아파, 나는 왜 아파야 해? 할아버지한테 전화 걸어서 죽는다고 해 빨리 전화해!! 나 죽어!! 아파!!! 악!!!
이게 섬망 1 이였답니다. 아프다고 고함 치는 소리에 의료진들이 달려왔고 일반 병동이라 복도에 있던 분들도 기웃거리고... 저는 그 속에서 낙상으로 죽겠다며 침대 난간을 내리는 아빠를 힘으로 누르며 미안하다 울면서 빌었네요. 운동한 보람은 왜 여기서 느꼈을까....암튼 저의 미안하다는 말의 대답은 “알면 아빠 좀 죽여줘” 였구요.
의료진들이 조금씩 희석해서 투여하던 몰핀은 원액 농도가 되었지만 아빠의 통증과 섬망은 가라앉지 않았어요.
오죽하면 차라리 주무시는 게 나을 거 같다며 또 몰핀을 투여 했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분이라서 그런가... 이미 잠들고도 남을 만큼의 몰핀이 들어갔지만 아빠는 몇시간을 침대에서 울며 불며 모진 소리를 했답니다. 결국 여기 의료진들이 대학병원에서 처방 받아온 패치를 한번에 6개를 붙이고 나서야 쓰러지셨어요.
그게 아빠가 문장을 말하는 마지막 모습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회진 때 ‘12시간 가까이 같은 모습으로 누워계시다, 호흡이 이상해요.' 한마디 했더니 비상이 걸리더라구요.
분명 간호사 쌤들은 새벽 내내 이상이 없다 했는데...
다시 체크한 혈압은 저혈압, 산소포화도는 80후반, 맥박은 빠르고 열은 39도였어요.
간호사 쌤들이 부르고 때려도 의식이 없어서 동공반사까지 확인 했네요...ㅎ
그 상태로 급하게 같은 건물에 있는 호스피스로 올라갔고 그 안에서 다시 확인한 상태는 더 악화 됐을 뿐 나아진게 없어서 그대로 임종실에 들어갔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혼자 겪은 일들이네요. 어라? 하는 순간에 임종실까지 와버린거죠.
과장급 의사쌤이 와서 뭐가 문제인가 살피는데 마침 패치가 떠오르더라구요..? 이걸 보호자인 제가 먼저 떠올렸어야 했나 싶은데... 암튼 그걸 말씀드리니 그 자리에서 벅벅 뜯어내셨습니다.
한 오분? 정도 지났나 아빠가 눈을 뜨시더라구요. 그래도 여전히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넵... 벌써 며칠째 아빠는 눈 뜨는 모든 순간을 섬망과 약에 취한채 지내고 계세요.
라인을 뽑고.... 허공에 손을 흔들고 소변줄을 뜯고 욕하고 소리 지르고 발버둥치고... 정말 우는 것도 아닌데 똑바로 쳐다보며 우는 소리를 내고, 헛소리를 하고... 기타등등 동행에서 본 모든 섬망의 예시를 다 보여주시네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뼈전이 됐던 척추 두개가 골절 된 상태라 침대에서 내려가진 못하십니다. 하...ㅎ
이제 20대 후반이 된 비혼 여성이라 아기들 기저귀도 갈아 본적이 없거든요. 근데 아빠 기저귀를 다 갈아보네요.
까짓거 아빠도 우리를 이렇게 키웠을테니 이번엔 내 차례구나 하고 있어요.
고작 하루 누워 있었는데 생긴 욕창들을 보면서 아빠가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오늘이 제일 건강하다고...
암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ㅎ... 하루 아침에 달라지더라구요.
그러니 후회 없이 사랑하고 즐거운 날들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