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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밤새 눈이 내렸다며 자전거는 포기하라고 말을 건넵니다. 아쉽지만 이 정도 폭설이면 자전거 도로가 엉망이라 다음주에나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아 저 역시 순순히 포기하고 지하철로 출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설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지하철역까지 걸으면서도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렀습니다. 내일 되면 눈이 다 녹을 텐데 아까워서 어쩌나 입맛만 다시다가 점심시간을 아껴 지하철로 후다닥 현충원에 다녀왔습니다.
큰 길가 눈이 다 녹아있어 행여 눈꽃이 다 지지는 않았을까 가슴을 졸이며 현충원에 도착하니 오메! 현충원 나무마다 하얗게 꽃을 피우고 반겨주니 저는 들노루처럼 눈길을 헤집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눈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무것도 지닌 것 없는 빈 가지에 꽃이 피기 때문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하는데 실제로 그런지 시와 사진으로 확인해보세요
눈꽃
류시화
잎이 저버린 빈 가지에 생겨난
설화를 보고 있으면
텅 빈 충만감이 차오른다
아무것도 지닌 것 없는
빈 가지이기에
거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잎이 달리 상록수에서
그런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에는 이미 매달려 있는 것들이 있어
더 보탤 것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