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첫글인데 어수선하네요

떠리l요보
2024.02.21 22:38 | 조회 1.3k

원발암 진단 2년차, 아빠가 작년 추석때쯤부터 허리가 아프다더니 검사 결과 뼈전이였고 이미 척추가 무너진 상태였어요.

비슷한 시기에 다발성으로 전이 되어 생긴 간암이 급격하게 커졌고 결국 두 대학병원에서 항암 및 치료 행위를 중단 하길 권했습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보겠다고 임상을 이야기 하시길래 냉큼 해보겠다며 이것 저것 검사도 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통증이 이렇게 심화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요.

그동안 임상을 기다렸으나 통증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자 기다리던 임상까지 모조리 부적격 판단을 받았어요. 그 사이 아빠는 이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든 상태가 되셨구요.

한달 전부터는 마약성 진통제까지 듣지 않아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하며 잠도 밥도 챙기지 못하게 되었어요.

아빠 꿈이 하루라도 통증 없이 살다가 죽는거래요.

근데 오늘 저희의 실수로 방사선 치료 외례 의뢰서를 잘못 챙겼고 아빠가 기다리던 방사선 치료를 못받게 되었습니다.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스케줄을 잡을 수 없게 되었어요. 당장 자료를 가져와도 또 기다려야 한다더라구요.

그랬더니 잘 버텨오던 아빠가 무너졌어요.

병원 복도에서부터 나한테 왜 그래, 이럴거면 병원을 왜 데려왔어.

울면서 저를 보고 욕하고 차라리 죽겠다며 남은 마약성 진통제를 다 먹겠다고 소리를 지르네요.

그리고는 오늘 저녁 갑자기 섬망이 시작 되었어요. 아빠가 엄마 아빠 불러달라며 울고 갑자기 서울에 가자 하고 차라리 죽여달라며 남동생한테 소리를 지르다 애원하네요...

처음엔 너무 당황해서 섬망인줄도 몰랐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아빠의 모습이 아니네요...

눈을 아이 처럼 동그랗게 뜨고 밀치는 모습을 보고 저희도 무너졌어요. 이게 섬망이구나. 싶었습니다.

저희는 아직 20대이며 아빠 말고는 도움을 줄만한 다른 어른 보호자가 없거든요. (다들 멀리 사시고 매우 바쁘세요.)

이걸 저희 끼리 어떻게 감당해야될지, 아빠를 무너뜨렸다는 이 죄책감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막막합니다. 누구가 되었던 기대고 싶어요.

호스피스... 전에 항암 중단 이후 예약을 걸어뒀었는데 아빠가 자긴 할 수 있는 거 다 할거니까 나중에 하라며 거부 했었습니다.

간병도 당신 자존심 때문에 저희가 하고 있구요. 요양병원은 통증 관리가 힘들 거 같다며 몇번 방문 하셨다가 그만 두셨고 지금은 일반 병원 병실에서 진통제만 맞고 계세요.

지금 저희는 한달 째 제대로 못자고 있고 아빠는 고통속에서 저희 보다도 더 잠 못 이루고 계세요.

암산이 무지 빠르며 기억력이 놀라울 정도로 좋던, 냉철하고 칼 같던 아빠가 저렇게 무너지는 걸 보니까 미치겠어요.

이와중에 임상이 가능할지도 모르니 대기 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아빠에게 얘기를 해줘야 할까요... 그냥 이대로 새로 예약해둔 호스피스에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까요... 저희는 아빠와 쌓은 추억이 거의 없어서 이대로 보내드릴 수가 없네요. 근데 아빠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생각하면 마지막을 준비 하는 게 좋을 거 같기도 하구요...

참... 모든게 어렵고 힘드네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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