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떠나셨습니다.
지난 해 10월, 처음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으신지 겨우 4개월 남짓이네요.
어차피 완치되지 못할거라면 항암하지 않겠다던 아버지를, 어머니와 함께 겨우 설득해서 항암 시작했었는데,
결과적으론 약도 제대로 듣지 않고, 아버지께선 내내 고생만 하시다가 떠나셨네요.
이럴 줄 알았다면 항암하지않고 남은 시간동안 온전하게 시간보내며 함께 할 것이었나 생각하면서도,
또 돌이켜보면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한들 항암하지 않는 선택은 차마 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퇴근하면서 병원에 들러 아버지 얼굴을 보고 갔음에도, 설 연휴를 바로 앞두고 임종실로 옮겼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었습니다.
도착했을 땐 주무시고 계셨지만, 호흡이 굉장히 불안정했고, 무호흡 시간이 굉장히 길었었죠.
명절 연휴를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시겠거니 생각했는데, 다음 날 새벽에 눈을 뜨셨던 우리 아버지..
명절 첫 날 하루 내 눈 뜨고 계셨다가 다시 주무시고는 명절 연휴 마지막날 새벽에 편하게 떠나셨습니다.
그래도 명절은 가족과 함께 하고 싶으셨는지, 그 며칠동안 참 강하게도 버텨주셨네요.
강한 마약성 진통제 때문에 마지막까지 저에게 제대로 된 한마디 해주지 못하신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그래도 통증이나 괴로움 호소하지 않으시고 편히 주무시다 가셨다고 생각하니 약간의 위안이 됩니다.
펜타닐 패치도 500씩이나 붙이고 계셨음에도 통증이 관리되지 않아 온갖 진통제로 버텨주신 우리 아버지.
환갑의 나이에도 식스팩을 자랑하시며 남들에게도 건강의 대명사이셨던 저희 아버지셨는데,
입관할 때 보니 앙상하게 뼈만 남은 상태가 되셨더라구요.
그 건강하던 몸이 그렇게 뼈만 남는 동안 얼마나 괴롭고 아프고 힘드셨을지..
그 엄청난 고통 때문에 짜증도 내고 화도 내셨을텐데, 왜 그걸 받아주지 못하고 나도 되려 짜증을 냈었는지..
임종 후에 장례식장으로 갔을 때도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지인 장례식에 와서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집에가면 아버지께서 계실거 같았어요.
동생 역시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정신없이 문상오는 조문객들 맞이하고, 장례를 치르고 집에 와서 아버지 주무시던 안방에 와보니
그제서야 실감이 나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진짜로 이제는 아버지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안 곳곳에 아버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걸 느끼게 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어느 정도 짐 정리를 마치고 아버지 지갑을 보았는데, 만원 한 장 남아 있었습니다.
항상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로또를 사주시던 우리 아버지, 본인이 물려줄 재산도, 무엇도 없다면서
로또를 꾸준히 사주시면서 당첨되면 조금만 떼어달라고 농담하시던 아버지,
마지막 가는 길에 로또 한 장 사주시려고 지갑에 만원 남겨두셨나봅니다.
살아오면서 저는 '아버지는 가정이 1순위여야지 왜 항상 바깥의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냐' 고 생각하면서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었죠.
헌데 이번 장례 때 보니, 저희 아버지를 찾아주신 조문객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구요.
호스피스에 가셨던 순간부터 장례 치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수 많은 아버지 지인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시는걸 느끼면서
'아 우리 가족들만 아버지를 인정해주지 못했구나. 우리 아버지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계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고 저희에게 보란듯이 보여주시려고 하셨던건지.. 많은 생각들과 함께 눈물이 자꾸 나더라구요.
다음 주는 저희 아버지 생신입니다.
생신 때도 아버지 모신 곳에 찾아가서 아버지를 뵙고 오려구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지내다보면 그 시간 속에서 가끔은 아버지를 잊고 살게 되겠죠.
또 그러다가 문득문득 찾아오는 아버지 생각에 또 눈물도 흘리겠지요.
남은 날들 동안 어머니와 저, 동생 이렇게 셋이서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당신 생각에 우울감과 슬픔에 젖어 산다면, 아마 저희 아버지께선 되려 저희를 혼내셨을겁니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아버지를 만나러 가게 된다면 그 때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버지께 들려드려야겠지요.
그 동안 아름다운 동행 카페에서 참 많은 정보들 얻고, 위로도 얻었습니다.
많은 카페 회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투병 중이신 모든 환우님들, 그리고 함께하시는 보호자분들 모두모두 힘내시고 완치되길 소망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