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1주일동안 제대로 변을 보지 못했다고 좀 이상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검사했는데
CT상 이미 암이 복막, 간 등에 전이된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면서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네요.
알고봤더니 담도암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담당 교수님은 나이가 좀 있으시지만 기초체력이 좋으시니 항암치료를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평소 산도 다니시고 친구분들과 여기저기 잘 다니셔서 건강히 잘 지내시는줄 알았는데 뒤늦게 이렇게 알게되서 참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아버지랑 잘 얘기해서 치료받고 건강하게 잘 지내보자라고 얘기하고 12월 22일에 첫 항암치료를 했는데요, 그 다음주에 바로 폐렴에 걸리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그리고..정말 체력이 곤두박질 떨어지셨어요. 처음에는 식사도 하셨는데 구토감을 느끼셔서 죽으로 바꾸고 물로 바꾸고 끝내는 영양제 주사로만 지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체력은 계속 떨어지고, 종양은 계속 퍼져서 장폐색도 오면서 항암치료를 지속할수는 없게 되었고, 배에 복수는 계속 차게 되었어요. 종양 때문에 복수를 빼기도 어려웠고요. 2주 정도 지나 병원에서는 폐렴은 거의 나았지만 영양제로 비슷한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 상태라 퇴원을 하셔야 한다고 하면서 집에서 지내시기는 어려우니 호스피스병원을 추천해주시더라고요...이 때가 1월 17일이었어요.
병원에서 지내시는 동안 주무시는 시간이 계속 증가하고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는데요,
아버지가 계속 거부하던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가족들의 면회였어요. 아버지는 7남매 중 둘째신데요, 담도암 확진을 병원에서 알려줬을 떄 제가 큰 아버지와 고모님들께도 알려드렸어요. 다들 걱정하시며 한번 뵙자고 했는데 하필 폐렴으로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계속 치료를 받으면서 점점 쇄약해지셨어요. 병실에서는 항생제, 영양제, 수액 등등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고요.
그런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으셨는지 병원에는 아무도 면회를 오지 말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늘 건강하고 유머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아버지의 기억을 훼손하기 싫어서 그러겠노라고 말씀드렸고 실제로 어머니와 제 와이프 외에는 누구도 면회를 해드리지 않았습니다. 폐렴 다 나아서 퇴원하면 집에서 보자고만 얘기했어요.
호스피스 병원으로 이동한 후에도 면회는 계속 거부하셨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바로 어제 호스피스 병원에서 곧 떠나실거 같다고 내일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바로 이틀전에 다녀왔는데... 벌써 가신다네요.
내일 어머니 모시고 갈 예정인데, 뵙고 와이프랑 어머니는 돌아가게 하고 저만 곁을 지켜드릴 생각입니다.
옆에서 계속 힘들어 하는 모습 보기가 싫고, 너무 많이 야위워서 뼈가 바로 잡히는 아버지의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는게 너무 힘들어서요..
고모님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아버지 어떠시냐 면회오라는 말은 안하느냐 계속 전화를 주시는데요
제가 잘 설득하고 있다 맘 바뀌면 연락드리겠다 라고만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아버지가 원하시면 그럴 생각이기도 했었고, 자주 여쭤봤었습니다.
근데 매번 여쭤볼때마다 계속 오지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사람도 잘 못알아보시고 고통을 크게 느끼시는지 아픈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두가지 선택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너무 어려운 심정입니다.
첫번째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아픈 모습 보여주지 말고 저만 곁에서 지켜드리고 떠나신 후 가족분들께 알려드리는 것...
두번째는 그래도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생전에 만나서 손 한번이라도 잡게 해드리는 것...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지 고견 부탁드립니다.
아버지는 올해 79세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