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를 돌아보자
박노해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앞만 바라보고 달려 온 동안
등 뒤의 슬픔에 등 뒤의 사랑에
무심했던 시간들을 돌아보자
눈 내리는 12월의 겨울나무는
벌거벗은 힘으로 깊은 숨을 쉬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해와 달의 시간을
고개 숙여 묵묵히 돌아보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두고 온 것들을 돌아보기 위한 것
내 그립고 눈물 나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다 등 뒤에 서성이고 있으니
그것들이 내 몸을 밀어주며
등불 같은 첫 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내 그립고 눈물 나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다 등 뒤에 서성이고 있다’는 시구를 읽으며 무심코 내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청춘의 뒤안길에서’라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돌아보니 내가 이미 지나쳐 온 기억들은 어쩜 그리 다 사랑스럽고도 따뜻한지요. 아마 세월이 와인을 숙성시키 듯 두고 온 옛날의 추억들도 세월이 숙성시켜 따뜻해지고 색이 바래져 아련하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보내드리는 사진은 광화문에 출발하여 서촌 한 바퀴 돌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점심은 봄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하루’라는 사케동집에서 먹었는데 사장님이 어찌나 친절하신지 또 음식은 어찌나 맛나고 가성비가 좋던지 재 방문 의사가 200프로였습니다. 쌀쌀한 겨울바람 속에서도 사람의 친절과 음식의 맛 때문에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역대 최고로 추운 날이라고 하니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