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진단 후 처음으로 대성통곡했습니다.
내시경실에서 진짜 펑펑 울었습니다.
남들은 5분이면 끝난다는 구불결장내시경을 저는 두시간 걸려서 했는데, 비진정(비수면) 검사가 문제였어요.
지난주 금요일 대장외과 외래에서 구불결장에 삽입된 스텐트 상태 확인을 위해 내시경 검사를 하기로 했고, 구불결장내시경은 검사 시간이 짧아 비진정으로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진짜 내시경 검사에 대한 공포가 남다른 사람입니다. 특히 대장내시경… 저에겐 트라우마 수준입니다. 20년전 회사 건강검진 때, 진정제를 적게 쓰는 병원에서 검사하는 바람에 처음 그런 고통을 느끼고 못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 후에도 대장내시경을 계속 시도는 했지만 못하고 넘어가다가 지금 이 꼴이 된 겁니다ㅠ. 그런데 비진정이라니… 정말 월요일 검사를 기다리는 주말 내내 손톱을 뜯고 있을 정도로 긴장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관장으로 미리 맛보기를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내시경실에 들어갔어요. 남편도 이런 제가 걱정돼서 대기실에 앉아있는 제게 두번 세번 찾아왔어요. 그리고보니 삼성에서 암진단 받았던 당시 내시경 검사 때도 그냥 넘어간 적이 없었던터라 (그때도 정말 어렵게 검사를 했어요) 저도 남편도 초긴장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짧은 검사 시간에 희망을 걸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
복통이 시작됐습니다. 요즘 새롭게 생긴 통증이기도 하고 검사 때문에 주기적으로 먹던 진통제 타진을 안먹어서 생긴 통증 같았는데, 이 때는 정말 참기 힘들어서 앉아있지도 못하고 대기실 여기저기를 끙끙거리며 돌아다녔습니다. 남편이 다시 대기실로 들어와서 사색이 된 저를 보고 아이알코돈(밖에 나갈때면 남편은 돌발성 진통제를 주머니에 넣고 다녀요)이라도 먹이려고 간호사에게 물어봤는데 거절당했어요. 그리고 호명되어 검사실로 들어갔습니다.
검사실엔 전공의 한 분, 간호사 두 분이 있었어요. 제 상태가 안좋았는지 의사가 괜찮냐고 묻기에 지금 통증이 있다고 했고 먹던 진통제를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간호사 한 분이 나가서 남편을 찾아 약을 받아왔습니다.
하부내시경을 할 땐 약도 먹을 수 있고 물도 마실 수 있다는군요. 약을 먹고 약효가 나오길 기다리던 중, 간호사 분이 제 정보를 보고 저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서울대에서 수술하기로 하셨는데 취소하셨어요? 그러니까 의사 분도 서울대에서 수술 취소하셨어요? 그러니까 또 다른 간호사 분이 수술 연기도 아니고 취소하신거예요? 음… 뭐지? 서울대 수술 취소하고 아산에 온게 대단하단 건가? 아무튼 뭔가 싶더라고요.
그리고 약효가 있는 것 같아 검사를 시작 했는데… 정말 다시 배가 미친듯이 아픈 겁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아이알코돈을 먹으면 5분후에 통증이 잠깐 사라지고 다시 통증이 생겨서 20분후에야 통증이 완전히 잡히는데 그걸 생각 못하고 검사를 시작했어요😱
의사 분이 이제 다 들어갔다며 조금만 더 참으시라고… 누워서 모니터를 직접 볼 수 있는데 정말 스텐트 앞부분까지 들어가있더군요. 그런데 너무 너무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했어요. 이 분들은 아마도 제가 엄살을 부리나했는지 계속 조금만 참으라고만 얘기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갑자기 서러움이 폭발했어요. 그리고 엉엉 울면서 얘기했어요. 저는 암환자예요!!! 암 때문에 여기가(배를 가르키며) 너무 아파요!!! 암 때문에 아픈거라고요!!! 검사 때문이 아니라 암 때문에 너무 아파요!!! 저는 내시경실에 계신 분들이 암진단 받은 암환자는 자주 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는 암환자라고… 암환자라고 계속 외쳤어요ㅠㅠ
내시경실이 난리가 났습니다. 처음엔 세 명이 있었는데 어느새 의료진 여섯 명이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내시경 잘한다는 내과의가 소아용 내시경기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소용없어서 결국 전공의가 박인자 교수님께 전화를 했어요.
“교수님, 그 서울대에서 수술하기로 했다가 취소하신 땡땡땡님이 계속 검사 협조가 안되는데요. 스텐트 앞까지는 들어갔는데 여기까지 할까요?”
박인자 교수님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음성이 들렸어요.
”절대 안됩니다! 스텐트 너머까지 검사 해야합니다! 제가 갑니다!“
아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옆드려 누워서 얼굴을 감싸고 계속 울고 있는데 누군가 제 어깨를 만지며 얘기합니다.
”땡땡땡님~ 많이 아프세요?“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박인자교수님입니다. 저는 이제 완전 서러움이 터져서 꺼이꺼이 울면서 말했습니다.
”왜 저는 수면이 안되냐고요!!! 남들은 다 하는데~ 왜 저는 수면이 안돼요?!“
교수님, 눈물콧물 범벅된 제 얼굴을 한번 보고 다시 의료진들을 보면서 말합니다.
“수면? 수면해~ 수면해~”
그러니까 모든 의료진들이 교수님에게 수면은 지금 안된다고, 시스템 때문에 안된다고,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교수님은 비수면 처방 취소하고 다시 처방해라, 자신 방에 컴퓨터 열어뒀다고… 정말 교수는 그냥 교수가 아니더라는. 누구는 보호자에게 동의서 서명 받아 오고~ 누구는 정맥 주사 빨리 놓고~ 진통제도 엉덩이에 놓고~ 내가 직접 내시경 합니다!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저는 이윽고 잠이 들었습니다.
정말 아산병원 내시경실의 새로운 진상녀로 등극한 것 같았습니다🫣 부끄러운 가운데 그 날 오후 박인자 교수님
진료를 봤어요. 내시경 결과, 스텐트 부위는 괜찮지만 스텐트 너머쪽에 염증이 있어서 수술하자고 합니다. 간쪽은
MRI 찍고 같이 수술할지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외과와 미리 협의한 종양내과에서 항암을 중단시켰습니다.
19차 항암 이후, 벌써 2주가 넘었네요. 앞으로 최소 2주 넘게 항암을 안한다니 저는 벌써 일반인이 된 것 같아요 ㅎㅎ 남편은 걱정이 많은데…
어쨌든 12월에 수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