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대장암 3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과 함께 살아가는 삶

정라파엘l대본
2023.11.11 20:33 | 조회 2k

오랜만에 글을 올려요.

제 이야기가 힘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 환우 프로필

- 아름다운 동행 별명: 정라파엘l대본

- 환우와의 관계: 본인

- 환우의 나이: 31세

- 진단명과 병기: 대장암, 3기 /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유전X)

- 진단받은 연도: 2022년(6월)

- 치료중인 병원: 서울아산병원

- 담당의사: 대장항문외과 이종률 교수님, 종양내과 김선영 교수님

* 진단 당시 상황

- 암 진단 전 증상: 진단 전 몇달 사이에 급격한 체중 감소, 자주 혈변을 보게 되었음, 피곤함, 자주 어지러움.

- 병원 선택 과정: 다니던 직장 근처에 있는 동네 내과에서 위, 대장내시경을 받았고, 조직검사를 받음. 의사선생님께서 빨리 수술을 받아야할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고, 서울아산병원과 협력하는 병원이라서 응급으로 진료를 받게 해주셨어요. 시간이 없어서 다른 병원의 진료는 보지 못했습니다(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되돌아갈 수 있다면 시간을 내서 다른 병원 진료를 봤을 것 같아요.).

* 수술 경험(2번): 장루복원술은 작은 수술이라서 내용에서 생략하겠습니다.

- 수술방법 및 술식: 전대장절제술 및 장루조성술(복강경) > 직장 1-2cm를 남기고 모두 절제했습니다.

- 수술 소요시간: 4시간

- 수술 후 입원기간: 7일

- 진단부터 수술까지의 과정: 당시에 대장암과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을 동시에 진단받아서 수술 후 항암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암은 대장의 두 부분에 있었는데 크기가 상당히 컸고, 그 외에도 용종이 몇백개가 존재한다고 해서 수술이 급하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직장에는 암이 없었지만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거의 절제하는 게 좋다고 해서 1-2cm만 남기고 다 절제했습니다. 그리고 소장과 직장을 연결한 상태에서 장루를 만들지 않으면 수술부위가 잘못되기 쉽다고 해서 장루도 만들었습니다. 진단 후 수술까지 1달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항암치료

- 항암제: 폴폭스(옥살리+5FU) 12차 시행

- 케모포트 시술 여부: 항암치료 시작 전 바로 시술

- 부작용: 살짝 탈모(초반), 피부에 발진 많이 생김, 울렁거림 및 구역질(오심), 복통, 고열, 손발저림 및 감각 무뎌짐, 피곤함(무기력감)

* 후배 환우에게 한마디

사실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서 후배 환우님들께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작년은 제게 정말 힘든 해였어요. 저는 장이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단지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에 민감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지내왔었어요. 그리고 친가, 외가에 모두 암환자가 없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작년에 일하면서 갑자기 살이 너무 빠지고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동네병원에서 내시경을 받게 되었고 갑작스럽게 암 진단을 받았어요.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가족들이 있어서, 그리고 응원해주던 여자친구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어요. 7년 만난 여자친구와는 올해 4월 헤어졌지만(헤어진 후 바람핀 걸 알게 된 게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그땐 힘이 되었어요. 수술하고 나서 살이 너무 빠져서 힘들었고, 그렇게 살이 빠진 상태에서 항암치료를 받는게 체력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그래도 견디다 보니 시간은 다 지나갔고, 장루복원술도 잘 받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어요. 살이 안 찌는 것이 아직까지 스트레스지만, 언젠가는 찔 거라고 생각하면서 힘을 내보고 있어요. 화장실 횟수도 5-6번에서 더 이상 줄지 않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최근에 장루복원술 후 6개월 검진을 받았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았어요. 아직 빈혈을 가지고 있지만, 피검사 수치가 대체로 괜찮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직장내시경을 했는데, 뭐가 보이지 않았고요. 하지만 복부CT 결과, 소장쪽에 유건종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보인다고 하셔서 그 부분은 사실 걱정이에요. 아직 유건종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의심된다고 하니 마음이 좀 힘들더라구요. 주치의 선생님은 6개월 후 다음 검진이 있을 때 크기가 어떤지 확인해보고 그때 가서 판단하자고 하셨어요. 부디 아무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근황도 조금 이야기해볼까 해요. 수술 후에는 정말 재활에만 집중을 했어요. 하루 만보 걷기는 할 수 없는 날 빼고는 매번 달성한 것 같아요. 요가도 계속 배우고 있는데, 아직도 유연하지 않지만 몸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10월초에는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어요. 화장실 문제는 저를 힘들게 했지만 여행은 몸과 마음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10월 중순부터는 달리기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정말 거의 뛰지 못했는데, 지금은 5km까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어요. 비록 기록은 좋지 않지만, 5km를 뛰고 나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더라구요.

저는 여자친구와 안 좋게 헤어지고 나서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계속 약을 먹고 있어요.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요. 만약 치료 중에 우울감이 너무 심하고 자살 생각도 들고 너무 힘이 드는 분들은 꼭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도 처방받으면 좋겠어요. 약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꾸준히 먹으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주위에 투병하고 있는 분과 사랑하고 계시는 상대방분들께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 힘들더라도 꼭 옆에 있어주세요. 아프다고 그냥 떠나버리면 정말 마음이 무너져버려요. 그리고 후배 환우분들께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시간도 다 지나갈 거예요.

추가로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은 정말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질환이에요. 유전인 경우도 있고, 유전이 아닌 경우도 있는데, 두 경우 모두 사람을 피말리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저의 몸이 더이상 나빠지지 않길 항상 기도해요. 오늘도 열심히 지내고 있는 우리 환우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면 좋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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