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최근에 벌어진 신기한 경험들

극복이사랑ㅣ췌본
2023.09.24 00:30 | 조회 8.2k

작년 4월경 췌장암 진단받고 여태 폴피리녹스 31회차로 살아가고 있는 환우 입니다.

아프고 난 후 이모의 권유로 병상 세례를 작년 말경 급하게 받았으나 애초 믿음이 부족한데다 큰 차도 없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니 실망감에 성당도 나가질 않게 되더군요.

그러던 중 지난달에 지인과 함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유명한 철학원을 새벽부터 줄 서서 겨우 사주를 봤는데, 2025년도에 고비가 오는데 그 해만 버티면 무탈하다..지금 떠나기 너무 아깝다..는 말씀 끝에 3가지 방법을 알려줄테니 팔자를 바꿔봅시다..하는데까지 해봅시다, 라고 하시며 알려준 비법 중 하나가 “성당에 다니셔야 합니다” 였어요.

철학원에서..그것도 종교를 갖아라도 아니고 성당엘 다니라니, 사실 뜨끔하기도 하고 많이 놀라기도 했어요. 하여 그 다음주부터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러던 중 서울에 방사선 설계를 하러 갔다가 내려오는데 기차 옆자리에 앉으신 60대 아주머니와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됐고, 그 분은 신실한 교우 분이신데 제 나이때 심장이 안 좋아 삶을 거의 포기하셨다가 순례길에 올라 기절한 후 여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며 이후 아들도 신부님이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가방에 걸려있던 메주고리예 성지에서 사왔다는 성모상 열쇠고리를 떼어서 저를 주시더니 기도를 올려주시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남편분께서 루르드 성모 발현지에서 떠오신 성수라며 작은 약통에 담긴 성수까지 주셨어요. 메주고리예, 루르드..그때 처음 들어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방사선치료를 받으러 떠나기 하루 전, 미사를 보는 중에 대모님께서 잠깐 저를 불러내시더니 내일 큰 일 치르러 가니까 가기전에 보좌신부님으로부터 안수기도를 받자며 복도에서 안수기도를 받게 해주시더군요. 안수기도가 뭔지도 모른채 그냥 서서 눈 감고 받았지요. 그만큼

믿음이 크지 않았어요

그리고 2주간의 방사선 치료가 끝나는 날, 남편과 아이가 저를 만나러 서울에 올라왔어요. 함께 서울 투어를 마치고 내려가기 전, 일요일 명동성당 미사를 보고 싶은 마음에 한시간여 줄을 서서 12시 미사를 보게 되었고 난생 처음 웅장한 명동성당 안에도 들어가 봤답니다.

마침 12시 미사가 교중미사였고, 그 날이 첫 부임하신 주임신부님 미사가 거행되던 첫 날이더군요.

미사를 마치고 아이와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마당에 신부님들이 서 계시기에 아이 손을 잡고 그 앞으로 갔더니, 첫 부임하신 주임신부님께서 제 아이에게 “몇 살이니? 어디에서 왔니?” 라고 물어보셔서 “9살이고 지방에서 왔다”라고 하니, 여기까지 온 이유를 물어보시더군요.

하여 제가 병원치료차 왔다고 했더니 병명을 여쭈시기에 췌장암 4기라고 말씀드렸고, 그랬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갑자기 제 머리 위에 손을 얹으신 후 안수기도를 현장에서 해주시는겁니다..저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후에 들어보니, 첫 부임 신부님 기도발이 좋다는 소문에 일부러 전국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나니, 아무것도 모르고 방문한 명동성당 첫부임 주임신부님의 첫 안수기도 대상이 제가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더군요.

그리고 집으로 내려와 곧바로 항암을 들어갔고, 그 주..그러니 지난주 일요일에 아이 손을 잡고 일요 교중 미사를 마치고 오는데, 방사선 치료 떠나기 전날 저에게 안수기도를 해주셨던 보좌신부님께서 헐레벌떡 저를 쫓아오셔서 “루르드 성수다”며 손에 꼭 쥐어주고 가시는겁니다. ㅠㅠ 아 그 루르드!!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러면서 곰곰히 근래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일련의 모든 일들이 마치 저에게는 기적과 같이 느껴지더군요. 모든 일들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다 이어진 느낌이랄까요..제가 많이 의미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뭔가 참으로 신비한 체험 같은 느낌이 들고, 마치 제가 잘 이겨낼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생기더군요.

일례로, 이번주중에 펫시티를 임상으로 들어가 찍어봤는데 다음날 연락오기를 “그전에 없었던 위에서 식도 연결부까지 섭식이 보인다. 방사선치료시 위와 식도까지 조사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에 방사선 부작용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어요.

너무 두려웠지만 한편으론 ‘아니, 성모님이 나를 버리시지 않을거야’라는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곧바로 위내시경엘 돌입했고, 그 결과 아니나다를까 방사선으로 인해 위식도 연결부 둘레에 염증이 하얗게 껴있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안도의 한 숨이 나오던지요ㅠㅠ

혹자가 보면 껴맞추기식 의미부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제 나름 일련의 위와 같은 경험들로 인해 믿음이 강해졌고 뭔가 심리적으로 든든한 기분까지 드는게 사실이네요.

잠이 오질 않아 길게도 주절주절 했어요^^

*메주고리예에서 온 키체인

*루르드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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