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호스피스 권유 받은 보호자 분들께 도움이 될까 글을 남깁니다.

아라l흑보
2023.09.08 23:17 | 조회 1.1만

안녕하세요. 저희 어머니는 악성흑색종으로 지난 달 돌아가셨습니다. 원래 인터넷에 글을 남기지 않는 편이지만, 보호자로서 제 일기도 정리하고 싶고 동행에서 호스피스에 관해 정보를 많이 받아 어머니를 잘 보내드렸습니다. 저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호스피스 병원선택과 보호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주로 작성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폐전이로 인해 호흡곤란이 심해 국립암센터 가정형 호스피스를 받다가 서남병원 호스피스에 입원하셨습니다. 두서없을 수 있으니 양해부탁드립니다.

1. 가능한 많은 병원을 가보시고 모두 예약을 걸어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희는 서울 서쪽에 거주하고 있어서 적십자병원, 서남병원, 부천 성모, 여의도 성모, 서울성모, 일산국립암센터를 보호자들이 대신 진료를 보았습니다. 병원에서 직접 연계해주기도 하지만, 직접 가봐야하는 이유는 병원과 의사 선생님의 스타일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곳은 의사 선생님은 좋으나 위치가 너무 도시 한복판이라 환자나 저의 정신에 더 안좋을 것 같더라구요. 어디는 시설도 구린데 의사도 별로라 여기 갔음 큰일났겠다 싶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은 좋은 곳에서 마무리 해야하기에 더욱 신경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약을 다 걸어두세요. 웬만한 곳은 대기가 다 길어요. 지금 입원 안해도 될 것 같은 컨디션이어도 대기를 모두 걸어두세요. 인기 많은 곳은 한달 뒤에 연락이 왔었습니다. 지금은 괜찮아서 집에 있어도 환자 상태가 언제 안좋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갑자기 호스피스에 들어갈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그러면 병동에 바로 못들어 가고 응급실에 있어야 할 수도 있어요. 혹여나 응급실에서 임종을 맞이한다면, 편안한 병동 임종실과는 다르니... 전략적으로 잘 준비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2. 면회시간이 널널한 곳이 좋습니다.

저희는 서남병원에 있었는데, 서남은 아침 오후 2시간씩 총 4시간을 면회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엄마를 볼 시간이 넉넉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오래 있어도 간호사 쌤들이 봐주시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성모병원, 특히 서울 성모병원은 면회가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상급병원이라 그런 거 같은데 면회 온 사람들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했고 보호자 교체도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상급병원이라 의료의 질에서 장점도 있겠지만...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기 어렵다는 건 매우 큰 단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3. 가정형 호스피스에 대하여...

엄마가 너무 병원을 싫어하셔서 이틀만 서남병원에 입원했다가 나오고 국립암센터에서 가정형 호스피스를 받아왔습니다. 그러고 3주 정도 받다가 다시 서남병원에 입원하고 이틀 후에 병원에서 임종하셨습니다. 사실 가정형호스피스 너무 어렵습니다ㅠ 다른 통증은 어떠신지 모르겠으나, 가정형 호스피스는 호흡곤란 환자에겐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가정형호스피스도 딱히... 해주시는 거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가정임종도 가능하다는 의사 선생님 말에 가정호스피스도 꽤나 통증을 잘 잡아주나 보다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아이알코돈이나 펜타닐 패치 처방받으셔서 매주 간호사 선생님이 1회 정도 오시는데... 호흡곤란이 안잡혀서 매주 약용량을 늘렸습니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왜냐면 가정 호스피스에서 쓰이는 약은 제한적이라 모르핀도 못씁니다. 처치 범위에 있어 확실히 제한이 있다는 점. 병원에 새벽에도 전화해서 환자 증상을 확인할 수 있지만, 병원과 다르게 상시 의료진이 없다는 점을 꼭 아셨음 좋겠습니다.

가정형 호스피스에 대해 결론만 말씀드리면, 환자가 너무 집에 있고 싶어 한다면 추천드리고 아니라면 병원에 가시는 게 좋다 생각합니다.

+ 돌이켜 보니... 병원에 가면 임종이 빨라지는 것 같기도 해요. 모르핀을 많이 줘서 그런지 의식이 빨리 소실되는 느낌이더라구요. 어느 선택지든 장단점이 확실하기에... 참 어려운 선택입니다ㅠ

4. 호흡곤란 환자의 임종기에 대하여...

저희 어머니는 암성통증은 없으셨고 흉수가 차 호흡곤란만 있으셨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에 따르면 호흡곤란은 통증을 잡기 힘들다 하시더라구요... 뼈전이와 같은 통증과는 다르게 실시간으로 계속 있는 증상이라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예 안잡히는 건 아니니 너무 걱정 하시진 마시고, 사실 호흡곤란이 계속 되면 뇌에 산소공급이 안돼 점차 의식이 소실되어 고통을 점점 못느끼신다 합니다.. 그게 최선이라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무리하시면 상태가 급격히 안좋아지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폐랑 심장이 연결되어서 그런지 갑자기 많이 움직이거나 하면 몸에 무리가 가서 안좋아지더라구요. 저희도 최대한 호스피스 입원을 늦게 가려했는데 더 늦어지면 구급차의 진동에도 엄청 힘들어할 거라는 말에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그런 것 같은 게 첫날에 여명 2주 정도 라고 들었는데, 병원까지 이동하고 가서 엑스레이 찍고 흉수 빼는 시술 한다고 몸 돌리는 게 무리였는지 입원 후 이틀 만에 가셨습니다. 저희가 볼 때는 별 거 아닌 것 같은 움직임도 엄마에게는 너무나 힘들었 던 거더라구요... 숨을 못쉬는 거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5. 모든 선택에 있어 1순위는 환자였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섬망 증세는 있으셨지만 가시기 이틀 전까지는 의사표현을 잘 하셨습니다. 그래서 고맙게도 엄마의 의견을 항상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꼭 병원을 가야할 것 같았는데, 엄마는 너무 가기 싫어해서 엄마가 아파하더라도 가정에 있었습니다. 병원 가면 덜 아플 거라 해도 엄마는 집에 있고 싶어했습니다. 사실 다시 입원했을 때 너무 늦게 온 게 아닌가 싶어서 너무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상태가 안좋긴 하지만 환자가 참을만 하니 집에 있다고 한 것이다. 진짜 아프면 환자가 먼저 병원에 가자 할 거라 하더라구요. 병원에서도 입원하기 전에 환자와 합의한 거냐고 재차 물어봐요. 병원도 환자의 동의 없이 억지로 오는 건 옳지 않다는 입장이더군요.

호스피스를 언제 갈지, 어디로 갈지, 집에 있을지, 치료를 계속할지 등 이런 고민에 답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환자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환자의 생각을 1순위로 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대한 의료진에게도 많이 물어보고 다른 사람 경험도 들어보시면서 결정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환자를 위한 결정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보호자가 너무 힘들어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각자 다른 것이니 그 또한 존중합니다. 저는 그저 엄마의 마지막 길을 오로지 엄마를 위하고 싶어서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것입니다.)

5. 마지막으로 보호자 분들께 해드리고 싶은 말

많이 힘드시죠? 저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도 모르겠고, 아픈 가족을 보는 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매 순간 순간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때가 생각나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래도 무엇이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엄마를 간병하고 보내드리니 슬픔만 있지, 후회는 없습니다. 그래도 보내드리고 난 후에 슬픔은 어찌할 수 없네요. 이럴 땐 나도 언젠가 죽어서 엄마 보러 간다고 생각하면 한결 편하네요...ㅎ 저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옮겨감을 의미한다 생각해요. 그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믿고 살아가려구요. 그러면 좀 힘이 생겨요ㅎ 엄마보러 가기 전까지 저도 잘 살다 죽을 생각입니다.

너무너무 힘들지만 가족의 임종을 준비하는 이 시간도 언젠가 지나갈 거에요. 가족과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시는 데 제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혹시나 제가 실례를 범한 것이 있다면 말씀 주세요! 저는 이런 정보가 다 도움 될 거라 생각하는데 환우 분들이 불편하실까봐 걱정이네요...ㅠ 다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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