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에 지나는 공원에서 만개한
배롱나무를 만났습니다. 어찌나 반갑던
지요. 배롱나무꽃을 보면 오래전 배롱나무
아래서 만났던 젊은 처자가 떠올라 잠시
추억에 잠기게 됩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몽마르뜨공원에는 배롱나무가 한 그루가
서있다. 나무 곁을 지나가려는데 막내딸
또래의 아리따운 처자가 꽃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다. 언 듯 보기에도 "꽃 이름이 멀까?"
궁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여 사진 찍는 척
하며 "배롱나무꽃이 오래가네?" 들으라고
소리 내어 읊조리니 바로 반응이 온다.
"이 꽃 이름이 배롱나무예요? 이름이 이쁘네요"
"백일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홍 나무로 불리기도
하고 백일홍을 빨리 발음하다 보면 백일홍->
배기롱-> 배롱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숲해설사에게 주워들은 게 있어 아는 대로
전해 주니 "어머나!" "그래요!"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 를 들어준다.
배롱나무그늘 아래서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
보는 젊은 제자에게 꽃 이야기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었지만 말이 길어지면 잔소리가
될 듯싶어 얼른 꽃그늘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한
걸음을 재촉했다. 배롱나무꽃에 감탄하는
이십 대 청춘의 아름다움이야 닐러 무삼하리오
마는 꽃 같은 청춘에게 아무런 경계심 없이
다가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내 나이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에 흐뭇해하며 즐거운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석 달 열흘을 붉게 간다는 배롱나무꽃그늘 아래서
이십 대 내 청춘을 돌이켜 보니 한여름밤 꿈같이
느껴진다. 배롱나무꽃도 배롱나무꽃그늘의 청춘도
지나고 나면 한순간이다. 그 짧음이 덧없다 싶지만
별은 한 번 반짝거림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청춘도 그러하고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다.....
ps 오늘 출근길 양화대교 아래를 지나는데 매년
코스모스가 만발하는 꽃 밭에 빼꼼 머리를 내밀고
있는 노란 꽃이 보여 멈추고 보니 해바라기 꽃이었
습니다. 올해는 꽃밭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를
같이 심었나 봅니다. 노란 해바라기와 희긋불긋
코스모스가 함께 피면 얼마나 황홀할까 생각만해도
오금이 저려옵니다. 꽃이 피면 그 모습 전해드릴테니
기대하세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