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위암 4기 아빠에게 기적같은 일이

윤댕이이
2023.05.24 21:21 | 조회 4.2k

안녕하세요~

매번 동행 카페에 들어와 눈팅만 하면서 여러 환우 및 가족분들의 이야기로 위로도 받고 함께 슬퍼도 하며 지내오다가 이제는 저희 아빠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희망을 드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저희 아빠는 작년 6월 중순에 위내시경을 하셨다가 위암 4기 판정을 받으셨고 간 전이 임파선 전이, 그리고 위에서 식도까지 너무 타고 올라온 큰 암덩어리 때문에 수술 기약 없이 항암 시작을 하셨어야 했습니다. 서울삼성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 이지연 교수님께 진료를 받으셨는데 처음에 교수님 뵀을 때가 생각나네요..

암이 너무 커서 수술은 힘들고 또 수술이 가능하게 될지.. 그게 언제가 될지도 확답을 못드리지만 그래도 해보자고.. 해봅시다! 하시면서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믿음이 가는 그 한마디에 아빠와 저희 가족들은 희망을 갖고 항암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아빠는 굉장히 낙천적인 분이시고 어차피 살 사람은 살 것이다고 생각하셔서 위암 4기면 어느 정도 살 수 있는건지, 언제쯤 수술이 가능한지 등 일절 본인의 상태나 속으로 궁금한 것들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으셨는데 다행히 교수님도 환자에게 좋지 않은 얘기는 상세하게 설명을 안 해주셔서 저희는 그것이 좋았어요~ 그래서 진료 볼 때도 교수님이 "요즘은 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하면 아빠는 항암 후유증이 있어도 특별히 심한 거 아니면 별 말씀 안하시고 "네~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 하니 다 괜찮습니다."로 답하시고, 그러면 교수님은 "아주 잘하고 계세요. 자, 오늘도 힘냅시다!"가 거의 끝이네요..

무튼 저희는 그렇게 작년 7월부터 옵디보+옥살리+젤로다 조합으로 항암 8차까지 진행을 하였고 3차인가 4차 진행 후 암 크기가 좀 줄었다고 하셔서 수술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다가 이후 6차 정도 진행 후 암 크기가 변화가 없다고 하시고는 적극적으로 방사선 치료도 겸해보자고 하셔서 방사선 5회 정도 진행 후 암덩어리가 많이 줄어서 수술이 가능할 것 같다는 기적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유정일 교수님께 받았는데 교수님도 약간 친절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까칠하지도 않은 정말 저희 가족에게 딱 맞는 군더기 없이 필요한 설명만 해주시는 교수님이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방사선 치료 결과, 이지연 교수님이 수술이 가능할 것 같다고 폐식도암센터의 김홍관 교수님께 진료를 받아보라고 하셔서 교수님 진료를 받았는데 이것이 정말 저희에게 기적같은 기회였고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홍관 교수님께서 처음에 말씀하신 것이 환자의 상태는 사실 수술 케이스에 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지연 교수님이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하셨고 본인께서도 해보려고 하신다며 식도와 위를 거의 다 절제하는 아주 큰 수술이라 힘드시겠지만 지금으로써는 기회라고도 볼 수 있으니 한 번 해보자고 하시며 아빠의 상태에 대해 아주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어요. 이게 올해 2월이니까 사실 항암 시작 8개월만에 아빠의 현재 몸상태에 대해 그제서야 상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수술 전 마지막 진료 때, 이 때는 방사선 치료 이후 위암 크기도 많이 줄었고 항암도 8차까지 다 끝났고 드시는 것도 너무 잘 드셔서 살도 찌신 상태라 아빠는 수술하지 않고 이 상태로만 계속 살고 싶다고 하셨어요.. 식도와 위를 절제하려면 흉부와 복부를 다 개복해야 되는 말만 들어도 너무너무 큰 수술이라 무서웠을 수 밖에 없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김홍관 교수님이 이렇게 4기에서 수술이 가능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적인데 여기서 수술을 안하시면 지금까지 열심히 항암하신 것이 다 물거품이 되실 수 있다고 하시며 아빠와 비슷한 케이스의 환자분이 수술을 택하지 않으시고 다시 6개월만에 암이 이전 크기보다 커져서 온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수술은 큰 수술이지만 본인을 믿고 한 번 해보자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셔서 저희 가족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수술 날짜도 빨리 잡혀서 삼성병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4월 3일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은 첫 수술로 시작되어서 간 전이 된 부분까지 다른 교수님이 오셔서 보시느라 좀 늦어져 한 3~4시쯤 끝났 것 같아요.. 끝나고 김홍관 교수님 면담 때 수술은 아주 잘 됐다고 간에 전이되었던 부분도 잘 안보일 정도로 작아져서 어쩌면 물혹일 수도 있을 정도라 확실하지 않은데 오히려 잘라내면 데미지가 너무 커지니까 이후 경과를 보자하셨다고 말씀해 주시고는 이제 몸에 암덩어리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회복만 남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 정말 하나도 남아 있는 암덩어리가 없냐고 재차 물었는데 교수님이 보이는 모든 암덩어리들을 다 제거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회복이 관건이니 옆에서 잘 간병해주시라고 하셔서 엄마와 함께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는 저희 아빠, 회복을 위해 폐활량 운동도 하시고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2주도 안되어 퇴원하셨습니다. 당연히 식도를 제거했고 위도 아주 조금 남아 있는 상태라 먹는 양이 이전보다 굉장히 많이 줄어서 체중은 10kg 정도 빠지셨는데 워낙 항암 때에도 체중 유지를 잘하신 덕분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암환자가 아니라 그냥 좀 마른 아저씨로 보여요.. 집에 오셔서 처음에는 식사를 굉장히 힘들어 하셔서 애를 좀 먹었는데 그래도 차차 본인이 먹는 양을 조절해 가시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조금씩 더 드실려고 노력하셔서 지금 더이상의 체중은 빠지지 않고 유지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먹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저희 작은아빠가 내과를 운영하고 계셔서 병원에 가서 이틀에 한 번씩은 암환자를 위한 영양제? 같은 걸 맞으셨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드시는 건 잘 못드셔도 영양제 맞고 나시면 기운이 좀 나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수술 후 3주만에 이지연 교수님 첫 진료 때에는 저희 아빠, 걸어서 진료실 들어가니 교수님이 놀라셨습니다. 이 큰 수술하시고 대부분은 본인 진료를 아예 못오시거나 아님 휠체어를 타고 오신다고.. 그런데 걸어서 진료실에 들어오시니 교수님이 너무 잘됐다고 마치 본인 가족같이 좋아해주셔서 저희도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수술 후 6주 뒤, 그러니까 지난주에는 제가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서 아빠를 병원에 모시고 못가게 되어서 아빠가 직접 운전해서 병원을 가셨습니다. 교수님이 피검사 수치도 너무 좋고, 다 좋다고 그렇지만 암이라는 게 재발이 빠르기 때문에 다지기 개념으로 가벼운 항암을 시작하자고 해서 한달 뒤 항암 예정이예요~ 위암 4기에서 이제 몸에 암덩어리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죠.

어제는 김홍관 교수님 진료였는데 교수님도 모든 피검사 수치가 다 좋고 엑스레이 판독 결과도 너무 좋다고 3달 뒤에 보자고 하셨어요~ 함께 너무 좋아해주시고 축하해주셔서 정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빠가 더 건강하게 사시는 게 교수님들께 은혜를 갚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은 너무 많은 걸 알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여러 위암 사례들이나 자료들을 일절 찾아보지 않았어요. 처음 위암4기 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위암에 대해 공부도 해보고 항암에 대해 공부도 해보고 했는데 오히려 알면 알수록 기운이 빠지고 그렇더라구요.. 우리가 안다고 아빠가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하자. 전문가가 왜 전문가이겠냐. 하라는 대로 해서 안되면 그건 거기까지인거고, 할 수 있는 건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의 의지..!! 저희 아빠 수술이 월요일이었는데 당장 수술 바로 전주 금요일까지 일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달부터 다시 직장에 나간다고 교수님께 직장에 다닐거라고도 얘기하셨어요.. 교수님이 당장이라도 직장 가셔도 될 컨디션이시라고 하셨구요~ 아빠는 투병을 하시면서도 본인이 계속 직장을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고, 앞으로도 평소와 다름없는 본인으로 살아갈 거라고 믿으셨고, 이 모든 것이 삶에 대한 의지가 있으셨으니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정말 누가봐도 위암 4기 환자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평소와 똑같이 지내셨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위암 판정을 받으시고 희망이 없으셨던, 혹은 사라져가고 있는 많은 환우분들.. 가족분들 힘내세요!!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쓰다보니 글도 너무 길어졌지만 여러분들 주변에 이런 희망적인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 카페를 가입하고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로 꼭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네요. 지금은 아빠의 상태가 너무 좋지만 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그렇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힘을 내시고 항상 희망적인 마음으로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늘 평안한 하루 지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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