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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助他助我] 암, 내 몸안에서 자라는 반란군

조타조아
2015.04.23 14:38 | 조회 1.2k

암, 내 몸 안에서 자라는 반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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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란 무엇인가. 가장 손쉬운 설명이 혹이다. 그러나 모든 혹이 암은 아니다. 양성종양도 있다.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혹의 일부를 떼어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 조직검사다. 정상세포가 보이면 양성종양이고 암세포가 보이면 악성종양이다. 그렇다면 정상세포와 암세포는 어떻게 다른가?


1951년 미국 볼티모어에 사는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란 여성이 질출혈과 체중감소로 의사를 찾았다. 조직검사결과 말기 자궁경부암이었다. 랙스는 진단후 8개월 만에 숨졌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서 떼어낸 암세포는 인근 존스홉킨스 병원 연구진에게 전달됐고 이들은 그녀의 암세포를 이용해 시험관에서 암세포를 영구적으로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오늘날 전세계 암 연구실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암세포인 헬라세포(HeLa cell)는 이렇게 탄생했다. 세포의 기증자인 헨리에타 랙스의 성과 이름에서 두글자씩 따서 명명한 것이다. 세포의 주인은 사망한지 반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그녀가 남긴 암세포는 수천회, 수만회 분열을 거듭해가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불사의 삶을 누리고 있다. 지금까지 전세계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길러온 헬라세포를 모두 합치면 무게가 자그마치 20톤을 넘는다. 헬라세포는 실험 배지의 영양과 온도만 적절하게 유지된다면 무한정 분열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세포는 아무리 왕성한 분열능력을 가졌다 할지라도 50회 이상 분열하면 죽는다.


유전적으로 정상세포는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죽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학술용어로 ‘세포자살(Apoptosis)’이라고 부른다. 진화론을 통해 세포자살이 도입된 배경은 간단하다. 수많은 세포가 모여 개체로서의 생명을 유지하다보면 불가피하게 불량 세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세포자살이란 암세포가 되기 쉬운, 이른바 늙고 병든 세포의 죽음을 일부러 유도함으로써 개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세포가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개체를 보호한다는 대승적 차원의 순교라 할 수 있다. 세포자살은 무려 60조개 가까운 세포가 모여 만든 인간이란 다세포 생물이 80년이란 평균수명 기간동안 질서정연한 기능을 유지하면서 생존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진화된 생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고유의 수명이 있다. 예컨대 적혈구나 피부세포는 한달 정도 수명을 지닌다. 근육세포의 수명은 4개월 정도다. 수명을 다하면 저절로 죽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있다. 이것이 세포자살이다. 만일 내가 4개월 후 여러분 앞에 나타나더라도 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은 달라진게 없다. 그러나 실제 내 몸을 구성하는 팔과 다리의 근육은 송두리째 바뀌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체는 수명을 다한 늙고 병든 세포를 죽이고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를 이용해 끊임없고 젊고 싱싱한 세포를 만들어낸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에서 작동되는 세포자살이라는 통제기전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일종의 불량품이다. 개체의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무한정 증식한다. 정상세포로 돌아가야할 영양분을 혼자 독식한다. 암 덩어리는 점점 커지는데 인체는 말라간다. 대부분의 암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공통 증세도 체중감소다. 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이 초기 단계를 벗어나 주위로 퍼지게 되면 외과의사가 눈으로 보이는 암 덩어리를 충분히 절제해도 주변에 흩어져있는 미세잔류 암세포가 언제든 다시 증식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정상세포에서 세포자살을 거부하는 불량세포가 생겨나는 것일까? 여기에 관여하는 것이 바로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흡연, 방사선, 자외선, 세균이나 바이러스, 석면이나 다이옥신을 비롯한 발암물질들이다. 이들이 정상세포를 공격해 세포자살을 통제하는 유전자의 손상을 초래하면 암세포로 돌변한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자체가 취약해 암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우리 몸에선 늘 암세포가 생긴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워낙 세포가 많다보니 건강한 사람이라도 하루 수천여개 암세포가 불가피하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것 같지만 60조개 가운데 가령 6,000개 암세포가 생긴다해도 불량률이 100억분의 1 밖에 안된다. 설령 암세포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 백혈구를 비롯한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백혈구 가운데 NK세포(Natural Killer Cell)란 림프구가 특히 중요하다. 인체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암세포를 찾아내 파괴시킨다. 세포 하나하나마다 세포표면에 붙어있는 자기인식 단백질 조각들을 확인한다. 세포들이 내 몸이란 국가에 소속된 정식 국민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주민등록증이다. 암세포는 이들중 꼭 있어야할 주민등록번호 몇가지가 빠져있는 일종의 위장전입자다. NK세포는 이들을 색출해 죽인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항체로는 암세포를 죽일 수 없다. 항체는 백혈구 가운데 T 림프구의 명령에 따라 B 림프구가 만들어낸다.  T 림프구는 몸 안을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세포마다 주민등록증에 원래 있어서는 안될 엉뚱한 번호가 찍혀있는지 눈여겨본다. 자신의 몸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다른 이종단백질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외부에서 침입한 외적이 여기에 해당한다. B 림프구는 한번 기억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다시 침투하면 항체라는 미사일을 다량으로 만들어 초토화시킨다.


그러나 암세포는 내 몸의 내부에서 생긴 스파이에 해당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세포 표면에 엉뚱한 번호가 찍혀있지 않다. T 림프구는 암세포를 마치 임신부 자궁 속의 태아처럼 내 몸으로 인식한다. 이것이 인류의 비극이다. 항체처럼 한꺼번에 대량공격이 가능하다면 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NK세포가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일일히 암세포 여부를 확인해야한다. 매우 비능률적이다. 따라서 어떤 원인으로 NK세포의 기능이 떨어져있거나 혹은 암세포가 워낙 많이 발생해 NK세포를 압도한다면 암세포가 종양의 형태를 이루게 되며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암이란 질환이다. 인체 면역이 암세포를 죽이기 위한 NK세포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한 T 림프구나 B 림프구에 초점을 맞춰 진화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항생제나 백신이 없던 수만년동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 것은 암세포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였기 때문이다.


암은 속성상 은밀하다. 정상세포처럼 위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천히 진행한다. 하나의 암세포가 CT를 비롯한 각종 영상검사로 찾아낼 수 있는 최소단위인 직경 0.5cm 종양으로 자랄 때까지 7년 정도 걸린다.(Retsky 1997) 증상을 유발하려면 직경 3cm 정도 자라야한다. 3cm짜리 종양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적어도 270억개의 암세포가 모여야 이 정도 크기가 된다. 최초 암세포 한개에서 10년은 걸려야한다. 암이 무서운 이유는 암세포 한개가 백혈구의 공격을 피해가며 무려 10년동안 자라나서야 겨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증세가 나타난 다음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 때늦은 경우가 많다. 이때부터는 암세포들이 혹의 형태로 머무르지 않고 혈관과 림프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이(轉移,metastasis)란 현상이다. 사실 전이만 없다면 암은 두렵지 않다. 자라나면 떼어내고 또 자라면 또 떼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전이가 있게 되면 그때부터 대부분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원래 종양의 크기가 작아도 다른 장기로 전이가 발견되면 말기암으로 분류된다. 수술해도 생존률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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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암에 대해 갖는 두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암은 무서운 병이지만 설마 내가 암에 걸릴까라는 생각이다. 과연 그러할까. 오늘날 한국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위암이든 간암이든 암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50%에 육박한다. 암이 있는데도 모르고 죽는 사람까지 감안한 추정치다. 다시 말해 한국사람 2명 가운데 1명이 살다보면 언젠가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암은 대단히 흔한 병이며 누구도 암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둘째, 암은 불치병이란 생각이다. 아직도 암을 불치병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암으로 죽는 사람은 한국사람 4명중 1명이다. 그런데 암에 걸리는 사람은 2명중 1명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만일 한국인을 4,000만명이라고 가정해보자. 암에 걸리는 사람은 2,000만명인데 암으로 죽는 사람은 1,000만명이란 뜻이다. 전체 암환자의 절반은 이미 현재 의학기술로 완치된다. 여기서 완치란 수술 등 치료후 몇년 더 살았다는 뜻이 아니라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과 똑같은 수명까지 살았다는 뜻이다. 말그대로 깨끗하게 치료가 끝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죽은 절반의 암환자는 무엇이고 살아난 절반의 암환자는 무엇일까? 무엇이 생과 사를 가늠했을까?


정답은 조기발견이다. 조기발견에 성공한 절반의 암환자는 살고, 조기발견에 실패한 절반의 암환자는 죽는다는 뜻이다. 의학적으로 조기발견의 의미는 아프지 않을 때,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때 내 몸에서 혹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어디가 아파서 병원을 찾게 되면 조기발견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초의 암세포 한개가 증세를 유발하는 직경 3cm까지 자라는데 10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소요되는데도 우리는 단지 아프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내 몸 안에서 암이 자라고 있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암에 대한 전략은 명확하다. 나는 예방보다 조기발견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암을 예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금연 한가지를 빼놓고 뚜렷한 예방 수단도 없다. 나 혼자 암에 걸리지 않겠다고 공기 맑은 시골에 가서 따로 수십년 살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가지 발암물질들이 공기와 음식을 통해 우리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평균수명의 향상으로 늙고 병든 세포들을 몸 안에 안고 살아가야할 기간이 나날이 길어지고 있다. 점증하는 스트레스로 현대인의 면역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재벌 회장이나 국가원수도 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라 하더라도 국가원수가 재임기간 도중 암으로 숨져 후임자를 선거로 뽑는 나라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왜 그러할까. 그들도 암에 걸린다. 그러나 주치의들이 해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암을 일찍 발견해내기 때문이다.


돈쓰고 시간쓰고 번거롭지만 지금처럼 아프지 않을 때 자주 생기는 부위에 대해 검진받는 것을 잊지 말자. 조기발견이야말로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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