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마음의 준비라는게 참 어려운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기적이
2023.01.10 11:05 | 조회 2.4k

2018년 6월18일

아빠의 수술날이었습니다. 병명은 원발부위불명암. 서울대병원, 삼성병원에서 원발부위를 잡아내지 못한채, 삼성병원에서 수술을 했습니다. 두경부 암센터였으며, 수술부위는 양쪽 침샘, 편도였습니다. 오전 8시에 들어가시어, 12시면 끝난다고 한 수술이 오후 5시가 되어 끝났고, 마음 졸였지만 수술은 잘 끝났다고 하여 안심했습니다.

2018년 8월

6월말 퇴원 후, 처음으로 응급실을 찾았던 날입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던 저는 전화로 그 소식을 알았습니다. 컨디션이 안좋아지셔서 응급실을 가셨던터라 다행히도 회복하시고 퇴원 하셨습니다.

2019년 4월

아빠를 포함해 친척들이 여행을 갔을 때입니다. 건강도 많이 회복하시어 일상생활도 곧잘 하셨습니다. 음식도 잘 드셨고요.

2019년 12월

허리통증이 너무 심하셨습니다. 기존에 허리 디스크가 있으셔서 허리디스크인줄 알았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펫시티 검사를 몇 차례했는데, 항상 깨끗하다는 결과만 나와서 완치를 기대해가고 상황이었습니다. 허나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하시어, 삼성병원 외래를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어, 어찌어찌 아산병원에서 급히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산병원 결과는 척추 전이였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바로 시작햤으며 마약성 진통제를 시작했을 때입니다. 이때 아빠가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2020년 초가 아빠 처음 수술햤을 때보다 더 힘들었던거 같습니다. 원발부위를 잡아내지 못한채 전이가 된 터였기 때문입니다.

2020년 4월

삼성병원에서 폐 전이를 통보받은 날이었습니다. 원발부위는 몰랐으며, 수술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폐에서 발견됐기에 항암에 들어갔습니다.

아빠는 강인하신분이었고, 체력도 좋으시어 지난해 11월까지 많은 항암치료를 진행했습니다. 부작용도 많으셨지만, 힘드신 와중에도 이겨내셨습니다.

허나 11월말, 병원에선 더이상 항암치료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호스피스 치료를 권유했습니다. 아빠께선 호스피스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셨고, 가능한 집에 머물고 싶어하셨습니다.

2022년 12월초

가족여행을 갔습니다. 동해로 가서 회만 먹고, 하루 자고 왔습니다. 식사도 맛있게 잘 드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2022년 12월말

컨디션이 많이 안좋아지셨고, 집 근처 큰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연말 연초를 병원에서 보내시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2023년, 지난주

토요일에 집에 내려갔습니다. 아빠는 호흡이 힘드시어, 휴대용 산소통을 사용하셨습니다. 그마저도 힘드시어, 지난주말 다시 입원하셨습니다. 아빠 앞에선 우는 모습보이기 싫어, 화장실에서 눈물을 삼켰습니다.

일요일 병원을 다시 찾았을땐(보호자는 한 명만 상주할 수 있았고, 보호자는 당연히 엄마셨습니다), 그래도 컨디션 회복하시고 죽도 드셨다하여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았습니다.

발병 초기부터, 현재까지 저희 가족외에 가장 아빠를 챙겨주신 작은아빠가 계셨습니다. 작은아빠께선 토요일에, 이제는 아빠께서 언제 돌아가셔도 모른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정말 힘들겠지만, 앞으로 발생하는 어떤 일이라도 엄마, 저희 형제가 의사결정을 해야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빠만큼 엄마도 힘드실거라고 항상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슨일 생기면 바로 자신한테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의 준비라는게 너무 어려운거 같습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아빠 생각만 나고, 무언가 하지 않으면 자꾸 생각납니다. 아빠가 안계신다는 상상을 해보려 해도, 도저히 그 상상이 잘 가지 않습니다. 사실 믿기도 싫습니다.. 아직도 아빠가 회복하시어 저희 가족이랑 같이 평생 행복하게 사셨으면 하는 생각과 믿음이 있습니다. 허나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더욱 저를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무뚝뚝한 아빠를 닮아 무뚝뚝한 아들 둘인게 죄송스럽더라고요. 평소 아빠랑 더 많이 대화 했어야 하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독립해서 산 저희 형제는 말이 많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사진 찍은 것도 몇 장 있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옆에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후회스럽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런거 같아요. 아빠의 아들로 살아온 시간이 30년이 넘었지만, 못해드린 기억만 자꾸 남는거 같아요. 그래서 이별이란걸 상상하기 싫고, 마음의 준비도 잘 안되는거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으나, 어떤일이든 잘 이겨내고 싶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마음의 슬픔을 헤아릴순 없으나, 다들 함께 이겨내봐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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